[스포츠JOB아먹기(180) 최호근] 오버더피치, 스포츠디자이너를 꿈꾼다면
[스포츠Q(큐) 박소현 객원기자] 축구는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한정하기엔 의미가 깊고 크다. 내셔널리즘과 예술 요소가 깃든 하나의 문화라 할 수 있다. 팬들은 팀의 유니폼, 굿즈, 경기장 그래픽 등 각종 시각적 요소를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고 철학을 공유한다.
축구가 보여주는 디자인은 이렇게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선다. 팀 혹은 국가, 지역의 역사와 스토리를 전달하고 팬들의 유대감 형성에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바이럴이 활성화된 최근 들어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고 축구산업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스포츠산업 채용서비스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 대학생 기자단이 축구 문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오버더피치(OVERTHEPITCH) 최호근 대표를 만났다. '축구장 너머의 문화까지' 사로잡겠다는 오버더피치는 유니폼, 굿즈 디자인은 물론이고 축구 문화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팬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오버더피치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호근입니다."
- 오버더피치는 어떤 기업인지.
"축구, 컬렉션, 클래식 문화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패션 브랜드이자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로 팬들과 소통하며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회사입니다."
- 오버더피치를 창업한 계기는.
“2014년 스포츠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로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축구 관련 아이템들을 모으며 아카이브를 쌓아왔는데 이를 그냥 두기 아까워 사진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SNS를 만들었어요. 시작하자마자 팬들이 생기고 광고 제안을 받으며 점점 성장했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브랜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온라인 매거진과 커뮤니티로 출발했고 이후 스토어를 운영히며 현재는 패션 브랜드를 메인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 마케팅 전략이 있다면.
"사람들을 모으고 문화를 전파시키는 것이 유일한 전략이었습니다. 초기엔 특별한 마케팅 전략도 없이 본능적으로 움직였어요. 스포츠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시작했고 문화를 만들자는 목표로 오버더피치를 키웠습니다.”
- 오버더피치만의 차별점은.
“스포츠와 문화 예술을 결합한 점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축구를 하며 문화를 즐기고, 수집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성과 어센틱함을 가졌고 축구를 스포츠로만 다루는 게 아닌 스포츠의 형태와 예술적 영감을 혼합해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점이 저희만의 차별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논리적인 접근을 좋아해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둡니다. 프로젝트 대상과 저희의 공통점이나 상대방의 아이덴티티, 역사 등을 조사해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FC오슬로와 협업을 예로 들어볼게요. 한국 축구는 호랑이라는 상징이 강한데 오슬로도 과거에 ‘호랑이의 도시’라는 별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렇게 호랑이를 공통점으로 삼아 서울과 오슬로에 관한 이야기를 만든 것처럼 스토리텔링을 만든 후 그에 맞는 디자인을 제작하게 됩니다.”
-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두 가지 디자인 콘셉트를 중심으로 작업을 합니다. 하나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 다른 하나는 클래식한 문화와 축구의 헤리티지 문화를 재해석해 현대적으로 다시 가져오는 것입니다. 결국 이 두 가지 접근 모두 스토리텔링에서 기인하는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를 만드냐에 따라 디자인 방향이 결정되고 저희의 요소를 결합해 작업하는 것이 우리만의 방식이자 중요한 점인 것 같습니다.”
- 스포츠디자인을 업으로 삼게 된 계기는.
"축구와 스포츠를 좋아해서 처음엔 나이키 본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취업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쌓으려고 아마추어 팀들에게 엠블럼과 유니폼 디자인을 해주겠다며 글을 올리면서 시작했어요. 공장을 찾아가 직접 유니폼을 제작하며 경험을 쌓았고, 그러다 점점 돈을 지불하고 의뢰하는 분들이 생기면서 고민하다 브랜드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 전공은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빨리 깨닫고 경험을 통해 배우는 거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축구와 스포츠에 몰두했고 그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전공에 얽매이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체육학을 전공하면서 미술을 하고 싶다면, 미술 관련 전시나 행사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더 의미 있을 수 있어요. 결국 경험이 가장 중요합니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필요한 역량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팀을 이끄는 플레잉 코치 같은 역할입니다. 직접 디자인 작업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틀을 짜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대학 시절 3D와 영상 작업을 배우며 다양한 디자인 툴을 경험했습니다. 각 작업 과정을 이해하고 팀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술을 짜고 지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습니다. 자신이 직접 하지 못하는 분야라도 과정에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효과적으로 방향을 제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어디서 디자인 영감을 받는지.
"사진전이나 조각전 등 재밌어 보이는 건 다 가보는 편입니다. 스포츠만 파고들면 차별화가 어려워요. 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면 문화와 예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해요. 그래야 더 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이들과 협업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책, 그림,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감을 얻을 수 있으니 뭐든 많이 보고 경험해 두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 중요한 점은.
"외관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그 안에 담긴 내용입니다. 남들이 하는 대로 하지 말고, 본인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작업을 많이 만들어보세요. 그렇게 작업을 쌓다 보면 자신만의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너무 멋을 부리기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작업을 보여줄 수 있으면 충분하다 생각해요."
- 팬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 요소나 메시지를 어떻게 고려하는지.
“팬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지만, 거기에만 머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저희의 방향성은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반영하면서도, 그 다음 단계의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포츠 팬들이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관점이나 요소, 그리고 사회·문화 전반에서 좋아하거나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조화롭게 섞으며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해요. 때로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때도 있지만,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 협업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서로 존중하는 파트너와 일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진단은 의사가 하고 처방은 약사가 해야 한다'는 말처럼, 각자의 역할과 밸런스를 지킬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월권하는 순간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파트너와 일할 때 과정이 즐겁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상주 상무 유니폼 작업을 시작으로 최근 바이에른 뮌헨이 내한했을 때 한글 프린팅된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는 선수들을 보며 축구를 업으로 삼은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팬들이 제 작업을 좋아하고,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입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무리 힘들어도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느낍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 MCM 그리고 FC오슬로와 함께했던 프로젝트입니다.
보통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10일 때, 파트너와 상황에 맞춰 조율하다 보면 기획했던 것에서 3 정도로 줄어듭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들은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제품의 가짓수나 스타일, 색깔 등이 가장 잘 표현된 제품이었어요. 그래서 기억에 남고 좋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 스포츠디자인 분야를 꿈꾸는 학생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축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스포츠나 예술만 좋아하는 것이 아닌 책, 영화, 음악, 취미 등 폭넓은 경험이 필요하고 공부와 노력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미국에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죠. 최근엔 블록코어룩이 유행했습니다. 스포츠와 예술, 문화, 엔터테인먼트와의 융합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스포츠가 스포츠만이 아닌 시대가 열리고 있어요. 스포츠를 깊이 이해하는 동시에 스토리텔링을 위해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하며 다양한 관심사를 통해 색감과 디자인의 깊이를 공부해야 합니다.”
- 이 분야를 꿈꾸는 이들에게 더 조언한다면.
"해외로 자주 나가는 편입니다. 그곳에선 미술, 독서, 음악 등 문화적 소양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게 일상적인 모습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생각해요. 대학생분들이 이 시기에 많은 경험을 쌓고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업을 위한 목표가 있다면 그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성인이 돼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