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스페셜] '우리동네 야구단' 고양 다이노스가 만든 '윈윈윈' 세상, 그 생각의 차이는?
퓨처스리그에 새바람 몰고온 NC의 풀뿌리 스포츠마케팅 연착륙…고양시 협조 속 성공적 모델
[200자 Tip!] 한국에 프로야구 팀은 과연 몇 곳일까? 열이면 아홉 '10개팀'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2군 팀이 12개 더 있기에 '22개팀'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러나 1군 KBO리그와 2군 KBO퓨처스리그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KBO리그는 팬들을 끌어모으는데 주력하지만 KBO퓨처스리그는 선수들을 육성하는데 신경을 쓴다. 하지만 NC 다이노스는 퓨처스리그 팀을 고양으로 옮겨 새로운 마케팅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풀뿌리 마케팅'이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메이저리그(MLB)의 30개팀은 미국과 캐나다의 27개 대도시(뉴욕과 시카고, LA에 두 팀)를 연고로 한다. 그렇다면 MLB팀을 갖고 있지 않은 도시의 주민들은 어떻게 프로야구를 즐길까. TV를 보는 방법도 있지만 해당 지역에 있는 마이너리그팀 경기를 보러 간다. 홈경기라도 있는 날이면 도시는 축제 분위기가 된다.
한국은 어떨까. KBO리그가 10개팀이 8개 대도시에 걸쳐있지만 다른 지역 주민들은 프로야구를 즐기려면 연고팀이 있는 도시로 이동해야 한다. 중소도시는 물론이고 수도권내 몇몇 대도시 주민들 역시 '지역 연고팀'이 없다.
그러나 퓨처스리그 팀이라면 다른 도시에서도 충분히 야구를 즐길 수 있다. 이천시민이라면 두산이나 LG의 퓨처스리그 선수를 응원할 수 있고 화성시민은 다소 교통편이 불편하지만 넥센 2군팀인 화성 히어로즈의 경기를 볼 수 있다.
NC 다이노스 2군팀은 올해 연고지를 경북 포항에서 경기도 고양으로 이전하면서 고양 다이노스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홈구장인 고양구장은 비교적 교통편이 편리하다. 지하철 3호선(일산선) 마지막 역인 대화역에서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면 고양구장을 만날 수 있다.
고양 다이노스는 굳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고양시민들이 프로야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퓨처스리그 경기를 '하는 야구'가 아닌 '보여주는 야구'로 인식하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포항에서 고양으로 연고를 옮긴지 3개월이 지난 지금 고양 다이노스의 마케팅은 과연 성공했을까.
◆ 구단·지역 업체·팬 모두 만족시키는 '윈윈윈'
NC는 2군과 잔류군인 C팀과 D팀을 고양으로 이전하면서 퓨처스리그도 '보여주는 경기'로 하기로 하고 고양시민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연구에 들어갔다. 이는 야구기자 출신인 이태일 대표이사의 아이디어였다. 미국에서 마이너리그에도 많은 관중이 몰려오듯 퓨처스리그도 적은 숫자라도 충분히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문제는 경기시간이었다. 퓨처스리그는 언제나 오후 1시에 열리기 때문에 평일 경기장을 찾기란 힘들다. 그러나 주말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시간이면 가족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재미있는 나들이를 즐기기 에 딱 좋을 때다.
이태일 대표는 모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던 심보영 씨를 고양 다이노스 사업팀장으로 영입, 주말에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해답을 '풀뿌리 마케팅'에서 찾았다.
고양은 일산 신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이어서 기업체가 많지 않은, 전형적인 주거타운 도시다. 결국 고양 다이노스는 지역 업체와 손을 잡고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그 결과 고양 다이노스는 일산 21세기병원을 비롯 배다리술도가, 대화역 빕스(VIPS) 등 지역업체들을 '마케팅 파트너'로 확보했다. 고양 다이노스는 주말 홈경기를 찾는 팬들을 위해 마케팅 파트너를 위햔 프로모션 데이를 진행, 팬들과 지역업체들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다.
심보영 팀장은 "퓨처스리그는 아직 한국에서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야구로 자리하지 못했다. 팬들이 찾지 않으니 팀들도 구태여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는다"며 "고양 다이노스도 다를 것이 없었기에 어디서부터 마케팅을 실시할지 많은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사례만 보더라도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업체들과 손을 잡고 마케팅 활동을 한다"며 "고양시민과 친숙한 업체들과 협약을 맺고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만들어내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팬들은 즐겁고, 마케팅 파트너 업체는 홍보활동을 할 수 있고, 고양 다이노스는 관중을 확보할 수 있으니 '윈윈윈'인 셈이다.
◆ 고양구장에 일찍 가면 다양한 체험활동이 있다
심보영 팀장은 지난 6, 7일 실시한 죠이리의 날과 13, 14일 열렸던 유나네 자연숲 농장의 날을 가장 이상적이고 효과가 뛰어났던 프로모션 데이 행사라고 강조했다. 물론 지난달 일산 21세기병원의 날과 빕스의 날도 많은 관중이 관심을 가져줬지만 고양 다이노스가 추구하는 풀뿌리 마케팅의 표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야구용품 브랜드인 죠이리 스포츠의 프로모션 데이였던 '죠이리의 날'에는 지역주민들이 서로 자신이 갖고 있는 스포츠 용품을 팔거나 살 수 있는 벼룩시장이 열려 성황을 이뤘다. 바로 옆에는 티배팅과 투구를 할 수 있는 체험존이 함께 마련돼 많은 어린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또 죠이리 맞춤 글러브를 주문 구매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됐고 관중 추첨을 통해 글러브, 바람막이 점퍼, 언더셔츠, 모자 등 야구용품을 증정하기도 했다.
'유나네 자연숲 농장의 날'에서는 자연유정란을 이용한 쿠키와 블루베리 잼 만들기 체험행사가 열렸다. 자신이 직접 모양을 만들어 오픈에 구운 쿠키와 블루베리 잼을 만들어 이를 경기를 보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다. 팬들로서는 경기시간보다 일찍 가면 색다른 재미와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주말 나들이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심보영 팀장은 "얼마전 열렸던 농장의 날에서는 1개에 1000원이나 하는 유정란을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돼 해당업체도 상당히 만족해 했다"며 "또 팬들까지 쿠키와 잼 만들기 체험을 즐겨 고양구장와 고양 다이노스가 하나의 '플랫폼' 역할이 됐다. 참가신청비가 1만원이었지만 대성황을 이뤘다"고 전했다.
프로모션 데이 행사 외에도 고양 다이노스는 주부 운동교실이나 사회인 여자야구팀 후원 등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헌활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경기 전에는 선수들과 함께 공을 던지고 놀거나 후프 돌리기 등 어린이의 체육활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 스포츠로 주민에 즐거움 주려는 지자체 협조체계 구축
고양 다이노스의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 활동이 팀 혼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도 이에 적극 협조해야만 스포츠 마케팅의 '마지막 눈동자'를 찍을 수 있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스포츠대회나 경기를 유치하는 스포츠 마케팅 전담부서를 운영하는 추세다. 과분한 스포츠 행사를 맡아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틈새를 잘 노리면 새로운 스포츠산업 시장을 창출해낼 수 있다.
고양시는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스포츠 마케팅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대구에 있던 오리온스 농구단을 고양으로 유치, 고양 오리온스로 출범시키는가 하면 K리그 챌린지 고양HiFC도 있다. 고양 다이노스 이전에는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가 고양시를 연고로 한 적이 있다. 대화역 인근에 종합운동장과 체육관, 야구장이 있는 종합스포츠타운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뿐 아니라 어울림누리에서 아이스하키나 피겨스케이팅 선수권을 열기도 했다.
고양시가 이처럼 수많은 대회와 팀을 유치한 것은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건강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그 취지다. 또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고양시는 고양 다이노스의 마케팅 활동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시청 공보실에서는 고양 다이노스의 일정을 적극 홍보하고 고양시 대표 마스코트인 '고양고양이'를 야구팀 마스코트로 '입단'시켜 주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노성진 고양시청 체육진흥과 주무관은 "이제 시작한지 3개월 정도 지났기 때문에 정착, 연착륙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그런데 이미 고양 다이노스 경기를 보고 온 시민들의 반응이 너무나 좋아 고무적"이라며 "아직 2군이라는 선입견이 존재하지만 치어리더를 도입하고 '우리동네 야구단'을 지향하고 있어 고양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고양 다이노스가 지난 3개월 동안 걸어왔던 길은 아직까지 그 누구도 좀처럼 발걸음을 내디딜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고양 다이노스가 고양시민들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새로운 활력소가 되면서 성공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취재후기] 박근혜 정부가 스포츠를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하기로 한 것은 대표적인 소비재 산업이기 때문이다. 여가 활동으로서 스포츠 행사가 많이 열릴수록 주민들의 지갑도 자연스럽게 열리게 되어 있다. 이는 곧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 스포츠 이벤트와 마케팅 역시 지역주민들의 여가선용에 도움을 주면서 돈을 돌게 만들어 지역경제를 살찌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고양 다이노스는 지역 스포츠 마케팅의 모범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