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맨' 박헌도가 하위타순, 넥센은 강할 수밖에 없다

8회초 이현승 상대로 결승 투런포, "중요한 시기, 더욱 보탬되고파"

2015-07-05     민기홍 기자

[잠실=스포츠Q 민기홍 기자] 다음날은 휴식일, 게다가 1점차 승부. 양팀 모두 총력전을 펼쳤다.

8회초 1사 1루, 두산은 지난달 16일부터 7경기 연속 무실점 중인 이현승을 마운드에 올렸다. 리드를 지키기 위해 아웃카운트 5개를 처리해달라는 김태형 감독의 믿음이 담긴 투입이었다. 이현승은 김민성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딱!’ 박헌도가 두산의 승리 시나리오에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바깥쪽 높게 형성된 슬라이더를 퍼올렸고 낮고 빠르게 날아간 공은 잠실구장 좌중간 스탠드에 꽂혔다. 비거리 115m. 4-5로 끌려가던 넥센은 박헌도의 한방에 6-5로 전세를 역전시켰다.

경기 후 박헌도는 “짜릿했다. 1점차 상황이었고 내 스윙을 하자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실투가 들어와 운좋게 넘어갔다”고 홈런 상황을 떠올리며 “심재학 코치께서 부담 없이 마음껏 치라는 조언을 해주셨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헌도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 두산전에 7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안타는 하나뿐이었지만 영양가 만점의 활약이었다. 박헌도는 2루 그라운드를 돌며 포효했다.

박헌도는 지난해부터 서서히 야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4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5, 4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펀치력을 인정받은 그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당당히 합류해 한국시리즈에서 대타 홈런을 때려내기도 할 만큼 담력이 센 선수다.

넥센의 외야에는 우수한 자원이 즐비하다. 유한준과 브래드 스나이더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아직 부상 중인 프랜차이즈 스타 이택근도 있다. 정확도가 일품인 문우람, 파워 하나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강지광도 있다. 올해는 발빠른 고종욱이 자리를 잡았다.

박헌도의 득점권 타율은 무려 0.341에 달한다. 게다가 이날 경기에서도 입증됐듯 경기 후반 전세를 뒤엎을 수 있는 한방을 갖췄다. 클러치 능력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다져나가는 셈. 박헌도는 “팀이 중요한 시기에 놓인 만큼 승리에 더욱 보탬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단일 시즌 40홈런을 때려내는 강정호가 미국으로 갔어도, 200안타를 때려내는 서건창이 오랜 기간 부상으로 빠졌어도, 여전히 넥센 타선은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박헌도처럼 언제 어느 때 터질지 모르는 선수가 하위타순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