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 된 남북전, 첫 동아시안컵 남녀 '어깨동무' 우승 도전
역대 대회서 남녀 동반우승 전무…인천 아시안게임 설욕전 성격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중국과 일본의 동반 부진으로 공교롭게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우승 경쟁은 남북한이 벌이게 됐다.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축구 역시 남북대결이 결승전 성격을 갖게 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9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북한과 맞대결을 벌인다. 이에 앞선 8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윤덕여 감독이 지휘하는 여자축구대표팀이 남북전을 펼친다.
2003년부터 동아시안컵이 시작되고 2005년 여자부가 신설된 이후 한 국가가 남녀 동반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없다. 만약 한국이 북한을 꺾게 된다면 대회 최초 남녀 동반우승 기록을 남기게 된다.
◆ 아시안게임 패배 설욕 벼르는 여자대표팀, 하나 되어 똘똘 뭉쳤다
여자축구대표팀으로서는 북한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는 절대 명제가 있다. 현재 여자대표팀은 내년 3월 일본에서 벌어지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전을 앞두고 있다. 올림픽 본선 티켓은 단 2장뿐이어서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 호주 가운데 세 팀은 내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중국과 일본을 연달아 이긴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일본은 여자월드컵 멤버가 대거 빠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이 일본 축구를 상대로 선전을 펼치고 역전승을 거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북한전 승리는 올림픽 예선전을 앞둔 사전 준비라는 의미 외에도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설욕이라는 절대 명제도 있다. 당시 여자대표팀은 정설빈의 프리킥 선제골로 앞서가고도 두 골을 내주고 역전패했다. 당시 눈물을 닦기 위해서라도 설욕전을 펼쳐야 한다.
현재 여자대표팀에는 심서연(이천 대교)이 무릎 인대 파열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22명 선수들이 한 마음이 되어 뛰고 있다. 조소현(인천 현대제철)이 골을 넣은 뒤 심서연 유니폼을 들어보이는 세리머니를 한 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선수들이 똘똘 뭉쳐있는지를 알 수 있다. 심서연과 절친한 김혜리(현대제철)는 북한전에 심서연의 이름과 등번호 4번이 적힌 축구화를 신고 뛸 예정이어서 또 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 '영 슈틸리케호'의 우승 도전, 월드컵 예선까지 상승세 잇는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남자대표팀은 확실한 우승을 위해 도전한다. 이미 중국에 2-0 완승을 거둔데다 일본전에서도 결과는 아쉬웠지만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선전했다. 일본이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탈락한 가운데 한국이 북한을 꺾는다면 자력 우승이 확정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일본전에 뛰지 않았던 선수들을 다시 기용할 계획이다. 이정협(상주 상무) 원톱에 이종호(전남), 김승대(포항)의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 이재성(전북 현대)은 일본전에 교체 출전, 30분을 뛰긴 했지만 사흘을 쉬고 뛰는 것이기 때문에 체력 부담은 없다.
남자 남북전은 반대로 북한이 설욕을 펼치겠다고 벼르는 경기다. 북한은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임창우(울산 현대)에게 연장 막판 결승골을 내줘 0-1로 져 우승이 좌절됐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감독은 한국에 편파 판정을 했다며 항의하다가 AFC로부터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설욕을 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그렇다고 한국 대표팀의 각오도 뒤지지 않는다. 중국 우한으로 건너오기 전 '연평해전' 영화를 보고 와 정신을 무장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굳이 북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로서는 북한 선수들을 보는 눈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동아시안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다면 앞으로 진행되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도 더욱 힘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기량을 입증받은 선수들이 언제라도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다는 상비군이 됨으로써 선수층을 두껍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2년여에 걸친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대표팀이 전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