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완봉승' 로저스로 본 MLB 위용, 이런 투수가 양키스 패전조였다니
3승 모두 완투승, "나는 위기에서 떨지 않는 재능 있다"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이런 투수가 뉴욕 양키스 패전조라니. 메이저리그가 왜 세계 최고의 야구꾼들이 모이는 곳인지를 알 수 있는 피칭이었다. 에스밀 로저스(30)가 또 한번 별명 ‘지저스’에 걸맞은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로저스는 2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방문경기에 한화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9이닝 동안 123구를 던져 5피안타 10탈삼진 1볼넷으로 막고 한화의 3-0 승리를 견인했다. 시즌 3승, 승리 모두 완투승(1완봉승 포함)이다.
팀 타율 꼴찌 KIA 타선은 로저스의 공을 도저히 때려낼 수 없었다. 1회말 테이블세터 신종길과 박준태가 각각 10구, 8구 승부를 벌이며 끈질기게 달려들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로저스의 이닝당 투구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KIA의 공격 시간은 짧아질 뿐이었다.
경기가 막판으로 치달아도 로저스는 시속 150㎞를 상회하는 패스트볼을 조인성의 미트에 펑펑 꽂아댔다. 폭포수 커브로 삼진도 솎아냈다. KBO리그 네 번째 경기를 치른 로저스가 두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회말 선두타자 박준태에게 3루타를 맞고도 무실점으로 이닝을 넘긴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용규의 합의판정이 번복돼 재차 2사 1,3루 위기를 맞았지만 로저스는 흥분한 동료들을 오히려 가라앉혔다. 그리고선 상대 4번타자 이범호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가볍게 돌려세웠다.
로저스는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올라올 때마다 좋은 투구를 하려고 노력한다. 조인성이 좋은 콜을 주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던질 수 있다”는 소감을 남겼다. 위기에 강한 비결에 대해서는 “내가 가진 재능 중에는 위기에서 떨지 않는 것이 있다”는 대범함을 보였다.
에이스의 호투에 타선도 힘을 냈다. 5회까지 양현종의 기세에 눌려 침묵했던 한화는 6회초 2사 후 김태균, 김경언의 연속 안타에 이은 김회성, 최진행의 볼넷으로 균형을 깼다. 7회초에는 에반 믹을 상대로 연속 4안타를 몰아치며 2점을 추가했다.
박정진도, 권혁도 필요 없었다. 김성근 감독은 망설일 것도 없이 9회에도 로저스에게 마운드를 맡겼다. 2사 후 이범호와 김원섭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로저스는 위기를 즐겼다. 마지막 타자 김민우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비로소 미소를 띠었다.
7연패 수렁에 빠졌던 한화는 전날 kt전 승리에 이어 2연승으로 반등, 5위 KIA와 승차를 0.5경기차로 줄였다. 23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지는 KIA와 시즌 12차전에는 미치 탈보트를 내세워 5위 탈환을 노린다. KIA 선발은 조쉬 스틴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