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이 다른 빅팀들과 맞서는 토트넘 손흥민, '아시아의 프라이드' 되려면?

다음달 아스널·맨시티 2연전, 10월에도 리버풀전…이청용·기성용과 코리안 더비까지 코앞

2015-08-28     박상현 기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손흥민(23)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는 나가지 못하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라는 또 다른 꿈의 무대를 밟았다. 이제 전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손흥민이 28일(한국시간) 토트넘 핫스퍼와 2019~2020 시즌까지 5년 계약을 맺고 이적을 확정지었다. 이적료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BBC 방송 등 영국 언론들은 2200만 파운드(400억 원), 유로화로 3000만 유로라고 보도했다.

사실 손흥민의 몸값은 일찌감치 2000만 유로가 넘은 것으로 알려져왔다. 지난 4월 독일 일간지 빌트는 독일 분데스리가 선수들의 바이아웃 금액을 공개하면서 손흥민이 레버쿠젠 선수 가운데 최고액인 2250만 유로(229억 원)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 '아시아 역대 최고 이적료' 당초 알려진 몸값보다 40% 증가, 가치 입증받다

또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는 지난 1월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축구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몸값 평가에서 손흥민을에게 2100만 유로(279억 원)를 매겼다.

CIES의 조사나 빌트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토트넘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에 손흥민을 데려간 것이다. CIES의 몸값 평가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참고자료일뿐이고 바이아웃 금액은 제3자에게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토트넘이 여름 이적시장을 사흘 앞두고 3000만 유로를 거침없이 제시한 것이다. 그만큼 손흥민이 필요했고 가치를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또 3000만 유로는 전세계를 통틀어 역대 90번째에 해당하는 높은 금액이기도 하다. 2200만 파운드 역시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첼시에서 볼프스부르크로 건너간 안드레 쉬를레와 같은 금액이다.

여기에 손흥민은 역대 아시아 선수 가운데 역대 최고 이적료 신기록까지 세웠다. 그동안 아시아 선수의 최고 이적료는 일본의 나카타 히데토시가 2001년 AS 로마에서 파르마로 이적했을 때 세웠던 2600만 유로(346억 원)였다. 이를 400만 유로나 경신하면서 손흥민이 아시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선수가 됐다.

이처럼 몸값이 높기에 손흥민에 거는 기대도 크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28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전세계 선수들은 널렸지만 팀의 스타일과 전술에 맞는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영입이라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라며 "프리미어리그는 거액을 쓰는 강팀들과 대적해야 하기 때문에 명확한 철학을 갖고 선수들을 영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흥민이 바로 심사숙고 끝에 데려온 선수라는 의미다.

등번호가 비어있기도 했지만 손흥민에게 거침없이 7번을 준 것 역시 손흥민에 대한 기대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 약육강식 프리미어리그 무대, 강팀과 맞대결이 테스트

그런만큼 손흥민은 '아시아의 프라이드'로서 프리미어리그에 연착륙하기 위한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이제 막 영입이 확정됐기 때문에 오는 30일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리는 에버튼과 홈경기에는 출전이 힘들다. 결국 대표팀에 다녀온 뒤인 다음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출전이 가능하다.

손흥민의 데뷔전은 다음달 13일 선덜랜드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손흥민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원정이 아닌 홈에서 데뷔시킬 확률도 높다. 이럴 경우 다음달 20일 이청용이 속한 크리스털 팰리스와 경기를 통해 정식 데뷔할 수도 있다. 첫 경기가 '코리안 더비'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크리스탈 팰리스전 이후에는 아스널과 리그 캐피털 원 컵에 이어 맨체스터 시티와 정규리그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어 스완지 시티, 리버풀, 본머스와 정규리그 맞대결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9월과 10월에 크리스털 팰리스, 스완지 시티와 맞대결이 있어 당장 코리안 더비를 통해 테스트를 받게 됐다. 여기에 아스널, 맨시티, 리버풀과 경기가 있다는 것은 강팀과 경기에서 손흥민이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느냐 시험대가 된다. 특히 아스널전은 북런던더비로 결코 양보없는 경기다.

여기에 유로파리그도 기다리고 있다. 모나코 그리말디 포럼에서 29일 오전에 열리는 유로파리그 조 편성 추첨에 따라 아우크스부르크와 코리안 더비도 생각해볼 수 있다. 유로파리그가 UEFA 챔피언스리그보다 한 단계 아래의 대회라고는 하지만 여기에도 강팀은 즐비하다.

손흥민은 23세 유망주가 아니다.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보고 팀을 이끌어야 하는 스타의 대접을 받고 토트넘에 들어갔다. 그런만큼 9월과 10월에 이어질 손흥민의 테스트에 관심이 모아진다. 프리미어리그라는 약육강식의 무대가 손흥민을 기다린다.

2005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성하면서 개척한 EPL 무대에서 13번째 한국인 선수로서, 박지성을 잇는 '아시아의 프라이드'로서 손흥민이 대도약을 위해 이제 출발점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