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투저 타고 신화에 도전하는 '빅뱅' 3인
박병호·서건창·이재원, 한국야구 꿈의 기록 도전 중
[스포츠Q 이재훈 기자] 프로야구에서 50홈런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최초의 4할 타율과 200안타도 올 시즌 가능할까.
올 시즌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대를 맞고 있다. 2일 현재 올 시즌 경기당 득점은 11.20으로 1999년 9.57을 넘은 역대 최고치다. 시즌 평균 타율 또한 0.288로 1999년의 0.276보다 높다. 여기에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5.20으로 역대 최고였던 1999년의 4.98을 뛰어넘었다.
이러한 공격 폭발 속에 개인타이틀에 대해 오랜만에 기록들이 쏟아지며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박병호(28), 서건창(23·이상 넥센), 이재원(26·SK)으로 이들은 각각 50홈런, 200안타, 4할 타율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박병호를 제외한 나머지는 각자의 기록에 거리가 멀던 선수들이라 더욱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박병호, 2003년 이후 11년 만에 50홈런 돌파하는 거포될까
박병호는 올 시즌 21홈런을 기록하며 쟁쟁한 외국인 타자들을 넘어 홈런왕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특히 홈런 2위인 팀 동료 강정호(27)와는 7개 차(14개)로 비교불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도 훨씬 빠르다. 지난해의 경우 박병호가 두자릿 수 홈런을 기록한 건 6월 5일이었으나 올 시즌 박병호는 지난달 5일 KIA 원정경기에서 홈런 2개를 기록하며 두자릿 수 홈런을 달성했다.
당초 ‘슬로스타터’로 알려진 박병호이나 예상보다 빠른 페이스로 홈런을 기록하며 결국 5월이 가기 전인 30일 목동 LG전에서 20홈런을 돌파했다.
올 시즌 박병호는 타율도 0.309로 좋을 뿐 아니라 타자가 날린 타구에서 운을 고려한 요소인 Babip(수비를 배제한 타율)는 0.303을 기록하며 운이 아닌 혼자 힘으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박병호는 49경기서 21홈런을 기록하며 경기 당 0.428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산술적으로 128경기에 대입한다면 대략 55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만약 그가 50홈런을 돌파한다면 2003년 삼성 이승엽(현 삼성·38)의 56홈런, 심정수(현 은퇴·39)가 현대 시절 기록한 53홈런 이후 11년 만에 50홈런을 넘는 거포가 된다. 물론 40홈런 기록도 넘으면 2011년 이대호(32·소프트뱅크 호크스) 이후 무려 3년만의 기록이 된다.
박병호는 5월 한달 간 24경기 14홈런으로 1경기 당 0.58개 홈런을 쏘아올리며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어 1일에는 6월 마수걸이 홈런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팬들이 그의 홈런 레이스에 기대를 갖는 이유다.
◆최다안타 서건창 ‘이종범의 아성 넘는다’
올 시즌 최다안타 기록에는 ‘타격기계’ 김현수(두산)가 아닌 새로운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올 시즌 가장 처음 얼굴을 내민 서건창이다. 게다가 타율 또한 0.379로 전체 2위에 오르며 지난 시즌 타율 0.266에 비해 무려 1할 넘게 오른 타율로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서건창은 49경기서 77안타로 경기당 1.57개의 안타를 기록 중이다. 128경기를 전부 소화한다 생각했을 때 산술상으로는 201.14안타가 가능하다. 물론 매번 멀티히트를 기록해야 한다는 난제가 있긴 하지만 4월(0.351), 5월(0.419) 성적은 기대를 갖게 만든다.
서건창의 활약이 더욱 놀라운 것은 올 시즌 내내 1번 타자로 나서 득점권 타율에서 0.422로 찬스에 강하다는 것이다. 득점권 타율에서 보듯 가리지 않고 안타를 친 덕에 벌써 타점도 22점이나 기록하며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찍을 기세다.
특히 Babip 0.397로 현재 타율과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현재의 페이스를 이어갈 가능성을 높게 한다. 서건창은 1일 LG전서 5타수 3안타(2루타 1개) 2득점 1도루로 훨훨 날며 안타행진에 불을 붙였다.
◆이재원 '꿈의 4할' 달성 가능할까
이재원은 올 시즌 현재 4할 타율에 도전하는 중이다. 현재 소속팀에서 지명타자로 주로 나서 47경기서 타율 0.427를 기록 중이다.
프로야구 원년에 MBC청룡 선수시절 타율 4할을 찍은 백인천(0.412) 이후 역대로 4할에 도전했던 이종범의 경우 1994년 102경기 째 되던 쌍방울전에서 정확히 타율 4할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3경기서 12타수 무안타라는 부진에 당시 타율 0.393을 기록해 결국 타율 4할에는 실패했다.
물론 이재원은 4월 21경기서 타율 0.460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으나 5월 한 달간 타율 0.404로 페이스가 약간 떨어졌다. 5월 마지막 경기였던 31일 한화전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으나 6월 첫 경기서 다시 안타생산을 재개해 희망을 보여줬다.
만약 이재원이 올 시즌 4할 타율을 달성한다면 백인천 이후 32년 만의 기록이 된다. 지명타자로 수비 부담 없이 타율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이재원의 4할 타율 달성 가능성에 기대가 모아진다.
◆ '꿈의 기록'에 도전에도 난제는 있다
프로야구 역대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이들에게도 난제는 있다. 박병호와 이재원은 상대 투수들이 승부를 피한다는 것이 문제이고 서건창에게는 체력이 과제다.
박병호의 경우 올 시즌 가장 많은 몸에 맞는 공(6개)과 2개의 고의사구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경기 당 1개꼴인 43개의 볼넷으로 최다에 오르며 상대 투수들이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원도 마찬가지다. 이는 올 시즌 이재원이 SK 선수들 중 가장 많은 고의사구(2개)와 몸에 맞는 공(3개)을 기록했다. 게다가 이재원은 운이 많이 따르는 요소인 Babip도 0.461을 기록해 많은 타구들이 상대수비가 따르지 못한 것도 있었다.
서건창의 관건은 체력이다. 올 시즌 매번 경기에 나서 안타를 기록해야 하는 그에게 7, 8월 무더위 속 내야 수비는 페이스를 이어가는데 체력적인 부분에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기존까지 프로야구에 200안타를 기록한 선수가 없었던 것도 그의 부담감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이종범이 1994년 196안타로 가장 근접했고, 이병규가 1999년 192안타를 기록해 200안타 달성에 실패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1999년 이후 최고의 타고투저를 보이고 있다. ‘핸드볼 스코어’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새로운 대기록에 도전하는 이들 3인의 활약이 더욱 빛나고 있다. 과연 올 시즌 프로야구 타격부문에서 새 역사가 쓰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