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응답했다, 더이상 '한데볼'은 없다
핸드볼 세계최강전 이틀간 6000명 넘는 관중 찾아 성황
[올림픽공원=스포츠Q 민기홍 기자] “핸드볼 와서 보니까 엄청 재밌어요!”
올림픽 때 TV로만 가끔 접했다는 핸드볼을 처음으로 직접 현장을 찾아 관전한 여고생의 소감이다. 스포츠 종목 대부분이 그렇듯 바로 눈앞에서 마주한 핸드볼은 예상보다 훨씬 박진감이 넘쳤다는 반응이다.
2014 핸드볼 세계최강전이 열린 8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남자부 대한민국-크로아티아전 시작 시간이 임박하자 1층 스탠드가 꽉 들어찼다. 경기 시작 10분여가 지나자 2층 좌석도 점차 들어차기 시작했다.
한때 ‘한데볼’이라는 안타까운 소리까지 듣던 핸드볼이지만 이는 옛말이 됐다. 지난해 5월 서울컵 국제여자핸드볼대회 이후 1년 만에 국내에서 갖는 국제경기에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 6일 경기 4300명이 들어차 거의 모든 좌석을 꽉 채운데 이어 이날도 2000여명이 경기장을 찾아 핸드볼의 매력을 만끽했다.
서울 잠실에서 아내, 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가장은 “가까운 거리에서 핸드볼 국제경기가 있다기에 표를 구해 와봤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꾸준히 경기장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야구, 축구 경기장은 꾸준히 찾는 편이다. 핸드볼을 접해보니 매력을 알겠다”며 여자대표팀의 임영철 감독을 만나고 싶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옆에 있던 딸은 “아직 핸드볼이 어떻게 하는 운동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보니 재밌다”며 웃어보였다.
대한핸드볼협회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축구장과 농구장에서 쓰이는 응원도구 클래퍼 7000개를 준비해 6, 8일 양일간 배부했다. 이를 받은 팬들은 작전타임에 치어리더의 주도 아래 카드섹션 응원을 펼쳤고 경기 중에는 일정한 박자로 두드리며 흥을 돋웠다.
협회는 가족 단위로 많은 관객이 찾을 것을 대비해 페이스 페인팅을 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어린 아이들을 데려온 학부모들의 줄이 끊이지 않았다.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은 줄이 빨리 줄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얼굴에 예쁜 그림이 그려지길 희망했다.
여고부 핸드볼팀을 보유한 인천 비즈니스고의 댄스팀도 남자부와 여자부 경기 하프타임에 등장했다. 밀리터리 룩을 입은 여고생 16명은 최신 인기가요에 맞춰 여태껏 준비해온 실력을 코트 위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핸드볼협회 홍보팀 관계자는 “금요일 경기 같은 경우 아무리 많이 와도 3000명대 중반이지 않을까 예상했다”며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이 들어왔다”고 흐뭇해했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있는 동명여고에서 제자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수학 교사는 “그동안 핸드볼코리아리그 경기를 중계로 접할 수 있어 좋았다”면서 “경기장을 직접 찾은 것은 처음이다. 앞으로는 대표팀 경기뿐 아니라 리그 경기도 찾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옆에 있던 제자들은 “선생님은 평소 수업 시간에도 간혹 핸드볼 이야기를 하신다”며 “선생님의 핸드볼 사랑에 못 이겨 따라나섰다”고 귀띔했다. 한 여학생은 “왔다갔다 하는 게 축구같다”며 “직접 와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거들었다.
지난 6일 경기와는 달리 한국 남자대표팀은 전반전 크로아티아의 수비에 막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후반 들어 빠른 공수전환으로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던 대표팀이 정수영의 속공 득점으로 20-20 동점을 만들자 경기장은 떠나갈 듯한 환호성으로 메워졌다.
이후 체력에 한계를 보이며 24-26으로 아쉽게 패했지만 팬들의 격려는 그치지 않았다. 경기 후에는 대표팀의 주득점원인 엄효원을 둘러싸고 사인을 받기도 했다. 두 시간에 걸친 경기를 본 후에도 대부분의 팬들은 이어 열린 여자부 경기를 보기 위해 자리를 뜨지 않았다.
여자부 역시 체력에 한계를 드러내며 노르웨이에 26-31로 패했다. 하지만 경기 후 시상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팬들은 일제히 코트로 뛰어나와 선수들을 둘러쌌다. 특히 김온아, 우선희, 정유라 등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사진과 사인을 받으려는 인파들에 둘러싸여 움직이지 못하고 20여 분간 코트를 떠나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어린이들은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 김온아의 사인을 받아 들고는 소리치며 자랑했다. 이들은 한국 선수뿐 아니라 노르웨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과도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담아갔다. 한켠에서는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선물로 던져준 공인구를 잡은 학생들이 직접 7m 스로를 던져보며 핸드볼 체험에 나서기도 했다.
핸드볼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년 주기로 한 번씩 큰 주목을 받고는 했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그런 핸드볼이 점차 국민의 '응답'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 선수들이 답할 때다. 팬들의 기를 받은 여세를 몰아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 남녀 동반 금메달로 보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