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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벨기에전 핫이슈] 태극전사들이여! '기적'이라고 읽고 '투혼'이라고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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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벨기에전 핫이슈] 태극전사들이여! '기적'이라고 읽고 '투혼'이라고 쓰자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25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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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전 기적의 투혼 필요한 이유...역대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불굴 의지 보여준 전통 잇는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제 올 때까지 왔다. 벨기에를 넘는다면 토너먼트라는 길이 더 펼쳐져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면 이제 짐을 싸고 돌아와야 한다.

드디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운명이 결정된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27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안스에서 열리는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H조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벨기에를 만난다.

벨기에는 이미 역대 월드컵에서 두 차례 만난 기억이 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는 1차전에서 만나 0-2로 완패했지만 8년 뒤인 프랑스 대회에서는 마지막 경기에서 격돌, 1-1로 비긴 기억이 있다. 16년만에 '리턴매치'다.

월드컵 대표팀의 현재 상황은 최악이다. 알제리와 2차전에서 기분좋게 이겼다면 벨기에와 갖는 3차전이 덜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알제리전에서 2-4로 완패하는 바람에 벨기에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그것도 2골 이상으로 이겨야 하는 경기가 됐다.

한국의 역대 월드컵 도전사를 봤을 때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늘 좋은 모습을 보였다. 두 경기만에 끝난 1954년 스위스 대회를 제외한 7차례 경기에서 1승2무4패를 거뒀다.

4패라는 성적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모든 경기가 2골 이내에서 경기가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게다가 역대 월드컵 대표팀은 마지막 경기에서 불굴의 투혼을 보여주거나 유종의 미를 거둔 사례가 많다. 한 미국의 통계 사이트에서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을 0.8%로 희박하게 잡았지만 그래도 희망과 기적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막내 손흥민의 투혼, 모든 선수들에게 퍼져라

월드컵 대표팀이 역대 대회 조별리그 3차전에서 뇌리에 남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투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독일전에서는 전반에 3골을 내주고 2골을 따라붙는 저력을 보여줬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전 역시 네덜란드전 0-5 참패를 딛고 이임생의 '붕대투혼'으로 1-1로 비기는 투혼을 보여줬다. 또 2006년 독일 대회 당시에도 스위스와 마지막 대결에서 투혼을 불살랐고 이 가운데 이천수는 3차전이 끝난 뒤에 씩씩거리며 국내로 돌아오는 비행기 내내 분함을 삭히지 못했다.

지금 가장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선수는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이다. 손흥민은 23일 알제리전에서도 자신의 공격이 아쉽게 무산되자 땅을 치며 아쉬워했을 정도로 승리에 대한 의지가 불탔다.

전반에만 3골을 내줘 크게 뒤진 상황에서 월드컵 대표팀이 체면을 어느 정도 차릴 수 있었던 것은 후반 5분만에 터진 손흥민의 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손흥민은 이미 러시아전부터 투혼을 발휘해왔다. 비록 두차례 슛이 모두 골문 바깥으로 향하긴 했지만 22세 막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승리에 대한 열망이 그 누구보다도 뜨거웠다.

그러나 알제리전에서 손흥민처럼 땅을 치거나 원통해하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 알제리전이 끝나자마자 힘없이 그라운드를 나왔을 뿐이다. 선수들의 얼굴은 흙빛이었다. 손흥민의 투혼과 승리에 대한 열정 '바이러스'가 모든 선수들에게 퍼져야만 한다.

손흥민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인 목표보다 16강에 대해 조금이나마 남은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나와 팀원들 모두 정신무장을 잘해야 할 것 같다"며 "알제리전은 빨리 잊는 게 중요하다. 지나간 일을 계속 이야기하면 끝이 없다. 이제 한 경기가 남았다. 그라운드에 나가서 알제리전 같은 후회가 남는 경기를 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 이근호·김신욱, K리거의 힘을 보여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와 3차전 당시 한국 축구에 희망을 던져준 선수는 고종수, 이동국이었다. K리그에서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이들은 프랑스 월드컵 활약을 바탕으로 'K리그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지금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장 믿을만한 K리거는 바로 이근호(29·상주 상무)와 김신욱(26·울산 현대)이다.

그동안 홍명보 감독은 '원톱' 박주영(29·왓퍼드)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자신의 원칙을 깨면서까지 박주영을 발탁한 것에 대해 '박주영만한 스트라이커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박주영은 두차례 평가전과 두차례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그 어떠한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 프리킥으로 멋지게 골을 넣었던 모습도,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일본을 쓰려뜨렸던 멋진 골 장면도 보여주지 못했다.

2경기를 통해 박주영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는 동안 이근호와 김신욱 등 K리그 클래식에서 활약하는 공격수들은 교체 출전해서도 자신의 실력을 그라운드 위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근호는 러시아전에서 박주영과 교체해 들어가 상대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의 실수를 유도하는 멋진 중거리 슛으로 골문을 뚫었다. 알제리전에서도 구자철의 추격골을 어시스트하며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2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이근호의 첫번째 장기는 무엇보다도 빠르고 부지런하다는 점이다. 벨기에의 수비진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여기에 김신욱까지 들어선다면 금상첨화다. 김신욱 역시 알제리전에서 포스트 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줬다. 벨기에 역시 체격조건이 만만치 않아 김신욱의 활용이 많지는 않겠지만 빨리 한 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것은 김신욱의 머리와 발이다.

김신욱은 "대표팀에서 16강을 포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와 남은 선수들이 벨기에전을 생각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슈팅 훈련을 하고 있고 투혼을 발휘하면 반드시 기적이 생길 것이다”라며 "마지막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고개를 숙일 여유가 없다. 벨기에전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고 준비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 동기 부여 잘된 벤치멤버 적극 기용, 진정한 원팀으로

홍명보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하나의 팀, 원팀(One Team)을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존 주전 위주로 경기를 운용하다보니 벤치멤버들에게 기회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벨기에전이 이번 월드컵의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벤치멤버들은 선발로만 내보내준다면 자신의 몸을 불사를 각오가 되어 있다. 그만큼 동기 부여가 잘 되어 있다는 뜻이다.

알제리전에서 잦은 실수를 한 정성룡(29·수원 삼성)의 뒤에는 김승규(24·울산 현대)와 이범영(25·부산)이 호시탐탐 주전 포지션을 노리고 있다.

주전 골키퍼를 바꾼다는 것은 큰 모험이다. 그러나 1994년 미국 월드컵 독일전에서 주전 골키퍼였던 최인영을 전반 45분만에 빼고 경희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이운재를 투입한 것은 훗날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초석이 됐다. 미래까지 내다보는 과감한 선수 기용이라면 정성룡 대신 김승규나 이범영 가운데 한 명이 나설 겻으로 보인다.

또 두 경기를 통해 기량 미달임이 드러난 윤석영(24·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왼쪽 풀백 자리는 박주호(27·마인츠05)가 기다리고 있다.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의욕 과다로 인해 몇개의 슛을 날려버린 손흥민도 마음을 가라앉힌다면 왼쪽 측면 공격수에서 중앙 스트라이커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왼쪽 측면에 김보경(25·카디프 시티)이나 지동원(23·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 기용될 수도 있다.

월드컵 대표팀은 튀니지와 평가전부터 시작해 조별리그 2차전까지 거의 베스트 11 라인업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진정한 원팀을 위해, 동기 부여가 잘 되어 있는 선수들을 적극 기용할 때가 됐다.

■ 대한민국-벨기에 예상 베스트 11

 

■ 역대 한국 월드컵 본선 3차전 성적 현황

대회명 상대팀 결과 한국 득점선수
1986 멕시코 이탈리아 2-3 패 최순호(후17), 허정무(후38)
1990 이탈리아 우루과이 0-1 패 없음
1994 미국 독일 2-3 패 황선홍(후7), 홍명보(후18)
1998 프랑스 벨기에 1-1 무 유상철(후26)
2002 한일 포르투갈 1-0 승 박지성(후25)
2006 독일 스위스 0-2 패 없음
2010 남아공 나이지리아 2-2 무 이정수(전38), 박주영(후4)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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