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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와 비난 함께 쏟아진 홍명보호 귀국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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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와 비난 함께 쏟아진 홍명보호 귀국 현장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4.06.30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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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 목소리 속 '의리·지연축구 반대' 엿 투척도

[인천국제공항=스포츠Q 이재훈 기자]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온 한국 월드컵 축구 대표팀에게 환영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이긴 했지만 비판도 있었다.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채 1무 2패의 성적으로 조 최하위에 그친 월드컵 대표팀이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벨기에전을 마친 뒤 베이스캠프인 포즈 두 이과수에서 마무리 훈련을 갖고 귀국길에 오른 대표팀은 장시간 비행의 피로와 함께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고 온 것에 대한 실망감에 낯빛이 어두웠다.

▲ [인천국제공항=스포츠Q 노민규기자]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이 30일 브라질에서 귀국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인천공항에 모인 팬들은 게이트가 열리자 모습을 보인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잘했다”, “수고했다”고 격려의 목소리를 보냈다. 그러나 좋지 못한 성적 탓인지 팬들의 환호는 그리 크지 않았다.

환영식도 조촐했다. 대표팀을 마중나온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포함한 협회 관계자들은 대표팀 선수단 한명 한명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수고했다”는 말로 격려한 것이 전부였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귀국한 대표팀에게 꽃다발을 증정하며 금의환향 해 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이 때 대표팀을 향한 거센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명보 감독이 인터뷰를 시작하려 할 때 갑자기 한 축구팬이 “엿이나 먹으라”고 소리치며 엿을 집어 던졌다.

인터넷 카페 ‘너땜에 졌어’ 회원인 이들은 엿을 던진 뒤 ‘근조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홍명보 감독과 구자철(25·마인츠),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의 인터뷰를 지켜보며 농성에 들어갔다.

다행히 이들이 던진 엿사탕은 감독의 얼굴과 몸에는 미치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지만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팬들은 “뭐하는 짓이냐”며 비난했다. 선수단의 표정도 투척된 엿사탕에 놀란듯 흙빛으로 변했다.

▲ [인천국제공항=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30일 귀국장에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격려 도중 날아온 엿사탕에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목격한 일부 소녀팬들은 연달아 “괜찮아”라고 외치며 대표팀에게 응원을 보냈다. 엿사탕을 던진 과격 팬을 향해서는 “뭐야”, “하지 말아요”라고 소리치며 극구 말렸다. 이들은 인터뷰 중에도 격려와 응원을 보내며 비난을 보낸 이들과 맞섰다.

대표팀에 엿사탕을 뿌리고 근조 플래카드를 내건 조호연(42·직장인)씨는 “공항에 10명 정도 왔다. 홍명보 감독이 제 컨디션이었던 선수들은 기용하지 않고 ‘의리축구’만을 보여줬다”며 “축구 대표팀에 있는 의리축구와 지연축구를 뿌리 뽑아야한다. ‘관피아’처럼 한국 축구에 만연한 ‘축피아’라 할 수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넀다.

▲ [인천국제공항=스포츠Q 노민규 기자] '너땜에 졌다' 카페 회원 조호연 외 1명은 30일 축구 대표팀 귀국현장에서 '근조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홍명보 감독에 거센 비난을 가했다.

이날 대표팀 선수단에게 팬들은 각기 다른 시선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는 대표팀에게 팬들이 보낸 냉정한 잣대이기도 했다.

이날 대표팀은 무거운 표정이었고 인터뷰에 응한 홍명보 감독, 구자철, 손흥민은 연신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23명의 대표팀 선수들은 인터뷰를 마친 뒤 무거운 발걸음으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들의 초라한 귀국은 세계 무대에서 한국축구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 했다. “최선을 다했으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고개 숙인 대표팀 선수의 모습과 아수라장이 된 귀국 현장은 팬은 물론이고 축구 관계자들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광경이었다.

steelheart@sport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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