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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박지성, 불안함 안고 사는 후배 선수들 멘토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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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박지성, 불안함 안고 사는 후배 선수들 멘토 되다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7.17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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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축구를 좋아한다면 분명 성공"…부친 박성종 씨도 의지와 절실함 강조

[수원=스포츠Q 홍현석 기자] 박지성(33)은 누가 뭐래도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 스타다.

한국인 최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과 7년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생활, 아시아 최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선발 출전,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등 업적만 봐도 박지성이 얼마나 성공한 선수인지를 알 수 있다.

물론 박지성 개인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박지성은 그동안 많은 TV 프로그램 출연과 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부모님의 희생 덕분"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히면서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해왔다.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만한 업적을 남긴 박지성과 그의 아버지 박종성 씨가 17일 경기도 수원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예술디자인대학 대공연장에서 강연회를 가졌다.

대한축구협회 주최로 열린 '박지성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 강연회를 통해 박지성과 박성종 씨가 '부모의 자녀 지원 및 대표 성장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선수들과 선수 학부모들이 입추의 여지도 없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박지성과 그의 아버지 박성종 씨가 17일 '박지성.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라는 강연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어린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축구에 대한 열정

관객들이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강연회장에 들어선 박지성은 곧바로 관객들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현재 축구를 하고 있는 자녀들을 둔 학부모들의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모든 학부모들은 축구 선수를 하고 있는 자녀들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토로하며 박지성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에 박지성은 "내가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축구를 정말로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반대를 하셨고 정말로 축구를 하고 싶어서 부모님을 졸라서 축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지성은 "코치 선생님이나 선배들이 못살게 굴어도 나는 축구가 좋았기 때문에 참을 수 있었고 단 한번도 축구가 싫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불안해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과연 정말로 축구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그냥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것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또 박성종 씨 역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불안감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축구를 계속하고 좋아한다면 굳이 선수가 아니더라도 트레이너나 기자 등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불안감으로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박지성도 이 말에 동의했다.

박지성은 "축구를 좋아한다면 잘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노력한다면 분명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축구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실패하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위해 100% 노력을 했다면 다른 일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며 흥미와 노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박지성 아버지 박성종씨가 17일 '박지성.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라는 강연회에서 청중들에게 열띤 강의를 하고 있다.

◆ 영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박지성

박지성은 영어에 대한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운동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만약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며 "해외 활동을 하면서 가장 느꼈던 점이 영어의 중요성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유럽 생활 초기 영어 때문에 적응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지성은 "영어를 공부하고 해외에 진출했다면 좀 더 편안하게 축구에만 집중했을 것이다.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장점"이라며 "선수들과 소통을 할 수 있으면 적응하는데 더 편하다. 영어로 동료들과 소통을 할 수 없으면 축구에 집중해야 될 힘을 다른 곳에 쏟아야 하기 때문에 선수 생활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성 뿐 아니라 유럽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많은 선수들이 영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성용(25·스완지시티)이나 유럽 여러 무대를 경험한 이영표(36)는 모두 영어를 불편함 없이 구사하고 있고 영어는 아니지만 손흥민(22·레버쿠젠)도 독일어를 잘 구사해 리그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현재 이적설이 돌고 있는 일본 미드필더 가가와 신지(25·맨유)는 영어 때문에 적응에 많은 애를 먹었다. 지난해 6월 14일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가가와가 영어를 잘 못해 기자들과 인터뷰를 거부했다"며 그의 부족한 영어 실력을 꼬집기도 했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박지성이 17일 '박지성.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라는 강연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해서 답변하고 있다.

◆ 절실함과 간절함이 오늘의 박지성을 만들었다

박성종씨는 아들 박지성의 성공 요인으로 축구에 대한 절실함과 축구에 대한 의욕을 뽑았다.

그는 "(박)지성이는 어렸을 때 축구를 잘하지 못했다. 오히려 더 잘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정말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지성이가 성공할 줄 몰랐다. 그런데 막상 남은 것은 박지성이었다.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박지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수원공고 시절 실력은 뛰어났지만 체격이 왜소해 대학과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적지 않은 지도자들은 박지성의 미래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박지성은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했고 그를 유심히 봤던 명지대 김희태(61) 감독의 도움으로 명지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를 거쳐 국가대표 박지성이 됐다.

또 박성종 씨는 박지성의 대단한 의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7년 맨유에서 2번째 시즌을 맞았던 박지성이 무릎 부상 때문에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스위스와 미국에서 상담한 결과 최소 6개월의 재활이 필요하고 축구를 못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며 "당시 박지성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를 밀고 나갈 때 굉장히 실망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포기하지 않고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힘든 재활을 빠짐없이 했다. 그리고 맨유에 돌아갔을 때 모든 팀 닥터들이 기적이라며 놀라워 했다. 그런 노력과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에 더 긴 시간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박지성이 17일 '박지성.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라는 강연회에서 청중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고 있다.

대부분 선수들이 부상을 두려워하는 것을 바로 재활 때문이다. 다쳤을 때 고통보다 재활이 더 힘들다. 재활이 힘들어서 은퇴하는 선수들도 굉장히 많다.

하지만 박지성은 이를 이겨냈다. 박지성은 "부상에서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에 있었던 상황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성종 씨는 선수의 절실함을 살려줄 수 있는 지도자를 만나는 것도 성공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원공고를 이끌었던 이학종 감독을 만난 것이 지금의 박지성을 만들었다. 당시 기술은 좋았지만 체격이 작았던 그를 위해 이 감독은 그를 1년동안 쉬게 해줬고 이 때 많이 성장했다"고 지도자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 공감과 소통이 함께 했던 강연회

선수들과 선수들의 학부모들은 한국 축구에서 가장 성공한 박지성과 그의 아버지 박성종 씨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와 성공 비결을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이미 큰 성공을 거뒀던 그들에게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현재의 고민과 불안한 미래에 대해 물어봤고 속시원한 답을 얻어갈 수 있었다.

8년 동안 축구를 하고 있는 아들을 둔 심미숙(43·주부)씨는 "아들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축구에서 최고로 성공한 박지성의 강연회에 오게 됐다"며 "축구를 하고 있는 자녀를 둔 모든 학부모들이 나와 똑같은 걱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용숙(38·주부)씨도 "성공한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이들도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부모 입장에서는 아직도 불안감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동병상련인 다른 부모님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고 뜻깊은 강연회였다고 평가했다.

서울 동산정보산업고 여자 축구부에서 뛰고 있는 최은지(18)양는 "친구들과 함께 박지성을 볼 수 있는 기회여서 방문했다. 많은 조언을 들어서 위로가 됐다"며 "항상 남과 비교하면서 힘들어 했는데 박지성의 조언처럼 내가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느낀 점을 밝혔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경희대학교 국제 캠퍼스 예술디자인대학 대공연장에서 17일 열린 '박지성.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 강연회에서 선수와 선수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 참석해 박지성과 박성종 씨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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