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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으로 품고 독기로 화답한 '왕언니 3자매'와 현대건설 '부활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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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으로 품고 독기로 화답한 '왕언니 3자매'와 현대건설 '부활 합창'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27 17: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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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되살아난 황연주 MVP '그랜드슬램'…복귀한 김세영·한유미 8년만의 KOVO컵 정상 견인

[스포츠Q=안산 박상현 기자] 수원 현대건설에는 '어린 선수'가 많다. 그만큼 젊다는 것도 될 수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자칫 팀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왕언니 3자매'가 팀 구심점이 되면서 현대건설이 되살아났다. 현대건설이 2006년 첫 대회 이후 8년만에 KOVO컵 우승을 차지했다.

현대건설은 27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여자부 결승전에서 혼자서 29득점을 터뜨린 황연주의 활약을 앞세워 GS칼텍스에 3-1(25-20 22-25 29-27 25-23) 승리를 거뒀다.

황연주는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받았다. 2010~11 시즌 올스타전과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까지 모두 MVP를 차지했던 황연주는 KOVO컵 MVP에 오르면서 프로배구 4대 대회 MVP에 오르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 [안산=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현대건설 황연주가 27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 대회 여자부 GS칼텍스와 결승전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 황연주, 믿음으로 부진과 부상으로 얼룩졌던 2년을 힐링하다

황연주는 지난 두 시즌동안 '황연주'가 아니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줬다. 하지만 런던 올림픽 이후 황연주는 부진의 연속이었다.

황연주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지만 주위에서는 계속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만 나왔다.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무릎 부상까지 이어지면서 부진이 길어졌고 짜증만 늘어났다.

나쁜 일은 계속 온다고 했던가. 지난 시즌 소속팀 현대건설의 주장이 됐지만 정작 자신이 부진해 후배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지 못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선수와 선수 사이에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짜증만 늘어갔다.

바로 이 때 양철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오랫동안 현대건설의 코치를 맡았기 때문에 선수들 면면을 잘 알고 있었던데다 황연주를 이미 흥국생명 시절에 코치로서 지도한 경험이 있었다.

양 감독은 황연주를 붙잡고 "언제나 널 믿는다"고 말했다. 훈련이나 숙소에서나 황연주와 얘기를 하면서 신뢰를 보넀다.

이에 대해 황연주도 "계속 믿는다고 해주시니까 그 신뢰에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다. 그 부담이 오히려 나를 채찍질했다"고 회상했다.

감독이 이처럼 자신을 믿어주니 독기가 생겼다. 황연주 본인도 이렇게 독하게 시즌을 준비한 것이 오래간만 아니, 처음인 것 같다고 얘기한다.

KOVO컵이 열리기 직전 발표된 여자대표팀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한때 국내 최고 라이트 공격수라는 자신의 명성이 무색해졌다.

그러나 황연주는 "대표팀에 들어가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지난 2년 동안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대표팀 명단에 내 이름이 없는 것을 발견했을 때도 실망하지 않았다"며 "일단 소속팀에서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 KOVO컵은 '새옹지마'였다. 대표 선수나 다름없는 실력을 갖고 있지만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기 때문에 대표선수가 출전하지 못한 KOVO컵에서 '군계일학'이 될 수 있었다.

▲ [안산=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현대건설 한유미가 27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 대회 여자부 GS칼텍스와 결승전에서 표승주의 공격에 대한 블로킹을 시도하고 있다.

◆ 김세영과 한유미, 왕언니의 복귀

황연주로 시작해서 황연주로 끝난 대회이긴 했지만 혼자서 현대건설을 책임질 수는 없었다. 그런 와중에 김세영(33)과 한유미(32)가 들어온 것은 현대건설에게 있어 '천군만마'와 같았다.

양철호 감독은 한유미와 김세영을 데려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양 감독의 설득 끝에 영영 코트를 떠난 것만 같았던 두 선수의 복귀는 현대건설에 큰 힘이 됐다.

2012 시즌을 끝으로 대전 KGC인삼공사에서 은퇴한 레프트 한유미는 '코트의 여전사'라는 별명답게 특유의 쾌활한 행동으로 현대건설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한유미 역시 코트 복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현대건설 공격력의 한 축을 담당했다.

현대건설은 센터 김수지(27)가 천안 흥국생명으로 건너가면서 센터진에 구멍이 뚫렸다. 물론 양효진(25)이 있긴 했지만 그는 대표팀에 차출되고 없었다. 게다가 양효진 하나만 믿고 시즌을 뛸 수는 없었다.

적임자는 김세영 밖에 없다고 생각한 양 감독이 대화를 시도했지만 정작 김세영은 복귀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양철호 감독은 "수십차례 전화를 붙잡고 마음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선수생활을 하겠다는 목표와 의욕이 없었기에 너무 힘들었다"며 "계속 통화를 하면서 점차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하더라. 결국 선수생활 다시 해볼까 하는 마음의 불씨를 당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안산=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현대건설 김세영(오른쪽)이 27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 대회 여자부 GS칼텍스와 결승전에서 이소영의 공격을 블로킹하고 있다.

김세영은 맏언니답게 어린 후배들을 잘 이끌었다. 양 감독도 김세영이 팀에서 모범을 보여주며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센터 본연의 책임을 다했음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 황연주는 "사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20대 초반의 선수가 많아 어수선했다. 지금 선수 구성만 보더라도 16명 가운데 9명이 90년대에 태어난 선수들"이라며 "하지만 (김)세영 언니와 (한)유미 언니가 들어온 이후 팀이 많이 진지해졌다. 그리고 대화도 이전보다 훨씬 많이 한다"고 밝혔다.

양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사실 김세영은 데려오기 전에 V리그 시즌이 시작될 때 기용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어겼다"고 쑥스럽게 웃은 뒤 "그래도 이번 KOVO컵에서 잘 썼다고 생각한다. 가능성을 봤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 아직 숙제는 남았지만 시즌 전망은 밝다

현대건설이 8년만에 KOVO컵 우승을 차지하며 '명가 재건'을 외치긴 했지만 본격 V리그가 시작되기까지는 해야 할 일이 많다.

양철호 감독은 "아직 한유미는 전성기 기량의 70~8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훈련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말한 뒤 "김세영 역시 아직 근력이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욱 큰 숙제는 황연주다. 황연주가 외국인 선수도 없고 대표 선수도 없는 KOVO컵에서 마음껏 공격을 하긴 했지만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는 V리그에서는 얘기가 또 달라지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가 라이트로 들어오면 황연주는 지금처럼 공격에 집중하기 어렵다. 서브 리시브 등 수비에도 집중해야 한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진했던 것이 수비에 대한 부담이었던 것도 한 이유였기에 황연주로서는 새로운 숙제를 받아든 셈이다.

▲ [안산=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현대건설 선수들이 27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전에서 GS칼텍스를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황연주는 "V리그가 시작되면 내 공격 비중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지만 다른 선수에게 집중될 때마다 내가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게다가 우리 팀은 전원공격으로 팀을 짜고 있는 중이다. 수비에 대한 부담은 늘겠지만 나도 공격에 적극 가담해야 한다. 그만큼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팀내 고참선수들이 솔선수범하고 맹위를 떨쳐준다면 어린 후배들도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다. 이미 화성 IBK기업은행이 이효희(34)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효희 역시 불러주는 팀이 없어 은퇴했다가 복귀했고 정규리그 MVP까지 오른 뒤 성남 한국도로공사로 자유계약선수(FA)로 옮겨갔다. 대표팀에도 뽑혔다.

앞선 좋은 예가 있기에 현대건설 역시 코트에 복귀한 한유미, 김세영과 함께 다시 부활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꽃사슴' 황연주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일단 KOVO컵 우승으로 시즌 전망은 그만큼 밝아졌다.

▲ [안산=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현대건설 선수들이 27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 대회 여자부 결승전에서 GS칼텍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염혜선(왼쪽부터), 정현주, 김세영, 황연주, 정다은, 한유미, 고유민, 조예진, 김진희, 김주하.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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