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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의 대한항공 V3 비상, '허무한 시즌' 더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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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의 대한항공 V3 비상, '허무한 시즌' 더이상 없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27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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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경기에도 지며 선착순으로 단내나는 지옥훈련…심리치료 병행하며 '선수단 개조' 개가

[안산=스포츠Q 박상현 기자] "허무하게 시즌이 끝나는 일은 이제 없을 겁니다."

인천 대한항공의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남자부 우승을 이끈 신영수(32)는 기자회견장에 들어오자마자 지난 시즌의 아픔을 더이상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말로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V리그에 대한 각오를 일찌감치 밝혔다.

대한항공은 27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KOVO컵 남자부 결승전에서 신영수(25득점)과 곽승석(14득점)의 활약으로 우리카드를 3-0(25-22 25-19 25-22)으로 셧아웃시키고 2011년 이후 3년만에 통산 세번째 KOVO컵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뒤 기자단 투표 28표 가운데 22표를 받으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신영수가 지난 시즌을 '허무한 시즌'이라고 말한 것은 그만큼 아쉽고 안타까웠단 얘기다.

▲ [안산=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인천 대한항공 선수들이 27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결승전에서 우리카드를 꺾고 우승이 확정된 뒤 환호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3~14 V리그에서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오르긴 했지만 천안 현대캐피탈에게 너무나 힘없이 무너졌다. 2경기를 모두 졌고 세트를 따낸 것은 하나 밖에 없었다. 완패였다.

이에 대해 김종민 감독은 "지난 시즌은 한선수(29)가 군 입대에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선수가 빠져나가면서 모든 것이 꼬였다"며 "한선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마이클 산체스(28)를 영입했는데 완전히 헝클어졌다"고 말했을 정도로 지난 시즌은 풀리지 않았다.

신영수에게도 아픔이었다. 신영수는 고질적인 허리디스크 때문에 현대캐피탈과 플레이오프에 출전하지 못했다. 신영수 뿐 아니라 대한항공 전체적으로 허무한 시즌이었다.

◆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체력훈련, 묵묵히 따라준 선수들

대한항공은 시즌이 끝난 뒤에도 선수들의 전력 이탈이 이어졌다. 센터 진상헌(28)은 상무에 입대했고 신경수(36)는 은퇴를 선택했다. 센터진이 텅 비어버렸다. 팀내 믿을 선수라고는 신영수 밖에 없었다. 신영수도 부상을 털어낸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사실 김종민 감독에게 KOVO컵은 그렇게 기대하지 않은 대회였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면서도 "1승이 목표"라고 말할 정도였다. 첫 경기 구미 LIG손해보험과 경기에서 1-3으로 졌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김 감독이 KOVO컵에 큰 기대를 걸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비시즌 동안 진행했던 연습경기에서 단 한번도 제대로 이겨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종민 감독은 "수원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결과 관계없이 5세트를 진행했는데 모두 졌다. 한국전력에 서재덕(25), 전광인(23) 등 대표팀 선수들이 빠져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그랬다"며 "이후 안산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도 1-3으로 졌고 우리카드와 두차례 연습경기에서도 합계 1-7이었다"고 말했다.

▲ [안산=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인천 대한항공 정지석(왼쪽부터), 최부식, 강민웅이 27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결승전에서 우리카드를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이처럼 대한항공이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것은 단내나는 체력훈련 때문이었다. 예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 축구 대표팀이 프랑스와 체코에 0-5로 잇따라 졌을 때도 체력훈련 때문에 선수들이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이었다.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체력은 점점 강해지긴 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피로가 쌓여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종민 감독은 "정말 단내나게 시켰다. 하루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1시간 30분씩 했고 인터벌 런닝을 40분씩 했다"며 "또 연습경기에서 지는 날이면 신갈 저수지에 집합시켜놓고 선착순 달리기를 시켰다. 선착순 달리기는 체력 강화 목적도 있었지만 선수들에게 오기를 불러넣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영수도 체력훈련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신영수는 "보통 힘든 훈련을 하게 되면 중간이라는 것이 있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 늘 극한으로 몰았다"며 "하지만 처음부터 감독님께서 이런 스케줄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우리도 동의했다. 지난 시즌 아쉬움과 허탈함을 다시 맛보지 않기 위해서는 이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연습경기에서 지면 늘 하던 저수지 선착순 달리기 역시 자신들에게 오기를 불어넣었다고 토로헀다.

신영수는 "언제나 선착순 달리기를 하면 슬슬 뛰고 싶은데 코스 중간중간마다 코치들이 자리하며 독려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며 "사실 선착순 달리기 자체는 그리 긴 코스는 아니지만 연습경기에 지고 난 뒤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 [안산=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인천 대한항공 신영석(오른쪽)이 27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우승을 확정지은 뒤 가진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뒤 여자부 MVP 현대건설 황연주와 환하게 웃고 있다.

◆ 범실 줄이기 위한 심리치료, 불안정한 마음 '힐링'

대한항공은 1월부터 심리치료를 도입했다. 대한항공이 심리적으로 불안해 경기에서 자멸하는 모습을 보고 대한항공이 선택한 것이다.

지난 시즌 한선수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 속에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자 대한항공은 선수들이 부담과 마음의 짐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연세대학교 스포츠 심리팀을 초청했다.

그 결과 대한항공 선수들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신영수는 "심리치료 효과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월요일 저녁마다 진행되는데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선수들이 좋아하고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라며 "신청하면 한 사람씩 속사정 얘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지만 대개는 단체로 진행된다. 다같이 상황을 정해서 이럴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아직 신영수와 세터 강민웅(29)의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았을 때 총대를 멘 것은 신영수였다. 실수를 하게 되면 자신이 욕을 먹을테니 강민웅에게 계속 믿고 올려달라고 얘기한 것이다. 그 결과 신영수의 공격력도 살아났고 아울러 곽승석 등의 공격 패턴까지 다양해졌다.

갈수록 호흡이 맞아가는 것을 보며 김종민 감독도 흐뭇하다.

김 감독은 "연습경기에서 계속 지면서 '우리가 이것밖에 안되나'하는 생각에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땀 흘린 보람을 이번 대회 우승으로 느꼈을 것"이라며 "열심히 하면 성과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연습경기 때와 달리 상상을 초월할 만큼 달라졌다. 경기를 더 했으면 좋겠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보통 KOVO컵과 V리그 성적은 그렇게 연관성이 있지 않다. 대전 삼성화재가 V리그에서 맹위를 떨치지만 정작 KOVO컵 우승은 한차례 뿐이다.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데다 비주전 선수들을 시험 기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번 KOVO컵에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허탈함은 지난 시즌으로 족하다는 얘기다. KOVO컵 우승을 통해 대한항공이 다가오는 V리그에서 다시 한번 이륙할 준비를 마친 듯 하다.

▲ [안산=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인천 대한항공 선수들이 27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결승전에서 우리카드를 꺾고 우승이 확정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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