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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선수들도 다시 보자' 코트 왕언니들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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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선수들도 다시 보자' 코트 왕언니들의 재발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28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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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코트의 돌아온 '왕언니' 퇴 극복하고 지난 시즌 MVP…한유미·김세영도 현대건설 버팀목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은퇴했다가 다시 코트로 돌아온 선수들이 여자배구계를 강타하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로 기량이 떨어져 다른 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거나 더이상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힘들어 은퇴를 선언했던 선수들이 코트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의 풍부한 경험을 어린 선수들에게 전수할 뿐 아니라 팀 분위기를 추스리는 '맏언니'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맏언니가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주면서 감독들 역시 선수들에게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팀을 이끌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 은퇴했다가 돌아온 이효희, MVP 받은 뒤 FA 대박

이효희(34·성남 한국도로공사)는 은퇴 후 1년의 공백을 깨고 창단팀을 우승으로 이끈 뒤 최우수선수(MVP)까지 오르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 이효희는 1년 공백 뒤 화성 IBK기업은행에 입단, 2013~14 시즌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이효희는 FA 자격으로 성남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했다. [사진=IBK기업은행 제공]

이효희는 V리그가 출범하기 7년 전인 1998년 실업리그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KGC인삼공사와 흥국생명을 거치며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세터가 됐다.

프로 원년인 2005년에는 KGC인삼공사의 창단 첫 우승을 안겼고 2008~09시즌에도 흥국생명에서 첫 챔프전 정상의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2009~10시즌이 끝난 뒤 이효희는 은퇴해야만 했다. 선수로 더 뛰고 싶었지만 흥국생명이 플레잉코치를 제시했다. 그는 결국 뛸 팀을 구하지 못한채 1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 때 손을 잡아준 팀이 신생팀 화성 IBK기업은행이었다. IBK기업은행을 맡은 이정철 감독이 그를 불렀다. 이효희는 주장을 맡아 어린 선수들을 다독거리면서 이끌었다.

그리고 IBK기업은행은 강팀이 됐다. 창단 두 시즌만인 2012~13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또 2013~14시즌 역시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본인도 V리그 최초 '세터 MVP'가 됐다.

이정철(54)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프로에 들어오게 되면 고참과 어울려 프로 문화에 적응하게 되는데 IBK기업은행은 창단팀이라서 그럴 수가 없었다"며 "이효희와 함께 박경낭(30) 등 은퇴한 대표 출신 선수를 영입해 팀의 기둥으로 삼았고 결국 잘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박경낭은 은퇴했지만 이효희는 연봉 2억원을 받고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했다. 또 여자배구 대표팀에도 선발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 수원 현대건설 한유미가 27일 GS칼텍스와 KOVO컵 여자부 결승전에서 블로킹을 시도하고 있다. 한유미는 2년의 공백 뒤 현대건설로 돌아왔다. [사진=스포츠Q DB]

◆ 한유미·김세영 데려온 현대건설, KOVO컵 8년만에 우승

수원 현대건설이 28일 8년만에 KOVO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은퇴했다가 코트로 복귀한 '왕언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기록으로는 100%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역시 어린 선수들을 다독여주는데는 왕고참 선수가 제격이었다.

초보 사령탑 양철호(39) 감독이 현대건설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적지 않은 공을 들였던 것이 한유미(32)와 김세영(33)을 코트에 복귀시키는 것이었다.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였던 그는 2012년 11월까지 KGC인삼공사에서 뛰다가 은퇴했다.

2년의 공백 뒤 한유미가 현대건설에 돌아왔다. 현대건설은 그가 프로에 데뷔했을 때 팀이었다.

한유미는 "아마 현대건설의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차지했더라면 코트에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대건설이라는 팀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현대건설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아쉬움 때문에 복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코트 복귀에 대해 미온적이었지만 양철호 감독의 끈질긴 구애 끝에 마음을 움직인 경우다. 센터를 보완해야 하는 현대건설에 김세영만한 선수는 없었다.

현대건설 역시 20대 초반 선수가 적지 않다. 황연주(28)가 있긴 하지만 최근 계속된 부진으로 팀내 입지가 좁아진 상태였다. 양철호 감독은 맏언니이자 팀내 주장으로서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황연주의 짐을 덜어줬고 한유미와 김세영에게 팀내 분위기를 주도할 것을 주문했다.

한유미와 김세영은 이제 막 공식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기록상으로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주고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주며 현대건설을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우승을 이끈 주역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 여자농구의 전주원·맨유의 스콜스도 은퇴했다가 복귀

이효희, 김세영, 한유미의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여자프로농구의 전주원(42) 춘천 우리은행 코치도 한차례 은퇴했다가 현역으로 복귀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전주원 코치는 2003년 여름리그까지 안산 신한은행의 전신인 현대 선수로 뛰다가 은퇴를 선택했다. 결혼 뒤 임신으로 현역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그리고 신한은행의 코치로 2005년까지 활약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전주원의 은퇴 뒤 구심점을 잃어버리면서 최하위를 전전했다. 최윤아(29)가 성장하고 있긴 했지만 미완의 유망주에 지나지 않았다.

고심 끝에 플레잉코치로 2005년 여름리그 복귀를 선택했다. 2년만에 코트로 돌아온 것이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5번 대신 0번을 달았지만 최윤아와 함께 '레알 신한'을 이끌었다.

그의 진가는 복귀 후에 더욱 빛났다. 2005년 여름리그 복귀하자마자 신한은행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고 자신은 챔피언전 MVP가 됐다. 2007년 겨울리그에서는 정규리그 MVP를 찾했고 2009~10 시즌에도 챔피언전 MVP에 오르는 등 6년 동안 전성기나 다름없는 기량을 선보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스콜스(40)도 은퇴 뒤 현역 복귀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스콜스의 빈자리를 절감하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스콜스를 긴급 호출한 사례가 있다.

나이나 부상 때문에 기량이 현격하게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은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충분히 뛸 수 있는데 나이 때문에 은퇴를 종용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자 선수 역시 결혼했다고 무조건 선수를 그만두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 은퇴의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큰 의미가 없어진 '생물학적 나이' 대신 선수 본인의 의지와 체력 상태로 현역 지속과 은퇴의 기준을 삼아야 한다. 이미 이효희, 전주원, 한유미, 김세영 등이 이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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