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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축구, 상반된 감독 영입정책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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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축구, 상반된 감독 영입정책 이유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0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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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네덜란드식 축구 접목 집중…일본은 다양한 국적 지도자 섭렵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62)가 차기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취임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웃나라이자 라이벌인 일본의 행보와 비교가 되고 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등이 직접 네덜란드로 건너가 판 마르베이크 감독을 만나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가운데 판 마르베이크 감독 역시 현지 언론을 통해 한국 축구 대표팀을 맡는 것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

만약 판 마르베이크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하게 되면 거스 히딩크와 요하네스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에 이어 역대 다섯번째 네덜란드 감독이 된다.

1994년 러시아 출신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부터 역대 대표팀 외국인 감독 가운데 네덜란드 출신이 아닌 지도자는 비쇼베츠와 포르투갈 출신 움베르투 쿠엘류 감독 둘 뿐이었다. 이 정도면 '네덜란드 커넥션'이라고 할만하다.

◆ 전원 공격·수비 추구…체력·정신력 앞세운 한국과 잘 맞아

한국 축구가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축구 스타일이 네덜란드와 잘 맞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 축구는 역대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이는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표방하는 네덜란드식 토털 사커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특히 패스 등 개인기를 위주로 하는 축구는 아시아권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세계 축구에서는 명함을 내밀 수 없다. 일본이 아시아권에서 패스 축구에 일가견이 있다고는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이를 입증한다.

최근 세계 축구의 흐름이 티키타카(짧은 패스로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며 상대팀을 압박하는 전술)에서 티키타카에 강한 체력을 앞세우는 토털 사커가 접목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역시 네덜란드식 축구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또 한국의 강한 체력과 정신력 역시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들에게 관심을 받는다.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8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언론 텔레그라프와 인터뷰에서 "23~24세의 젊은 선수들이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다"며 "한국 축구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강한 체력과 함께 훈련량이 많기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판 마르베이크 감독 역시 한국 축구의 장점에 대해 평소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시절 송종국(35)과 이천수(32·인천) 등 2명의 한국 선수를 영입한 '친한파'이자 '지한파'로 잘 알려져 있다.

◆ 끊임없는 전술 연구·외국 문화에 대한 개방성…전세계적으로 사랑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들도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축구에서도 각광을 받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사령탑이 된 루이스 판할과 함께 토트넘 핫스퍼를 이끌었던 마르틴 욜 역시 네덜란드 출신이다.

이처럼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가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 것은 네덜란드 지도자 육성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현대축구의 전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평소 연구를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네덜란드인들이 평소 개방적이고 사교성이 뛰어나다는 것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요인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어 외에 영어와 다른 외국어 등을 하는 것이 기본적일 정도로 해외 문화에 적응하기도 쉽다. 히딩크 감독 역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 대표팀을 맡으면서 한국 특유의 문화에 거부감을 느끼기보다는 흥미를 보인 것 역시 개방적인 그들의 문화를 짐작하게 한다.

◆ 세계 문화 장점만 뽑아내 결합시키는 일본 특유의 문화

반대로 일본은 다양한 국적의 감독을 데려왔다. 일본의 첫 외국인 대표팀 감독도 1993년 영입한 네덜란드 출신인 한스 오프트였다. 하지만 이후 다양한 국적의 감독이 취임했다.

팔카웅과 필립 트루시에(프랑스), 지쿠, 이비차 오심(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알베르투 자케로니(이탈리아)에 이어 하비에르 아기레(멕시코)가 취임했다. 이 가운데 팔카웅과 지쿠만 브라질 출신일 뿐 모두 국적이 제각각이다.

이는 일본 대표팀이 각 나라 축구의 장점만을 흡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일본 축구의 장점인 패싱 축구에 다양한 전술을 섭렵하고 이를 접목시킴으로써 새로운 일본 축구를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그동안 일본 역사를 보더라도 다양한 국적의 감독을 취임시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일본은 해양 국가로서 고구려, 백제, 신라로부터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였고 이후 중국과 나아가서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다양한 서양 문화를 받아들였다.

19세기에는 미국, 독일, 프랑스에 사절단을 보내 해외 선진 문물을 배워옴으로써 각 나라의 장점과 자신의 문화에 맞는 것만 취사 선택해 새로운 일본 문화를 탄생시켰다.

일본 축구의 문화와 대표팀 감독 취임 역시 그동안 일본 역사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각 나라의 다양한 특성을 뽑아내 이를 자신의 축구 문화와 결합시켜 새로운 일본 축구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들의 복안이다.

네덜란드 한우물만 파는 한국과 다양한 축구 전술과 문화를 섭렵하는 일본 가운데 어느 쪽이 가장 좋다고 말할 수 없다. 한국은 한국 축구에 가장 잘 맞는 네덜란드식 축구를 계속 받아들이고 일본은 그들대로 가장 자신에게 잘 맞는 축구를 만들겠다며 다양한 국적의 감독을 데려오고 있다. 모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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