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9 (금)
'치고 달리는' 서건창, 거포군단 넥센의 유쾌한 이단아
상태바
'치고 달리는' 서건창, 거포군단 넥센의 유쾌한 이단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21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다안타 압도적 1위·103경기서 102득점…빠른 발로 40도루, 김상수와 경쟁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보통 '홈런 군단'이라고 하면 선이 굵은 야구를 생각하게 된다. 사실 거포가 즐비한 팀에서 빠른 발을 활용한 야구를 구태여 할 필요가 없다. 확실한 타자들이 즐비한데 구태여 아웃될 위험이 있는 도루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에서 넥센은 이같은 상식을 뒤집는다. 올시즌 무려 163개의 홈런으로 팀 홈런 1위에 올라있으면서도 빠른 발을 갖고 있는 리드오프를 보유해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넥센의 리드오프는 바로 서건창(25)이다.

서건창은 단순한 1번 타자가 아니다. 압도적으로 최다안타 1위를 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빠른 발로 40차례나 도루를 성공시키며 도루 1위 김상수(24·삼성)와 격차를 3개로 줄였다.

서건창은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야구 대표팀에 아쉽게 제외됐다. 이 때문인지 잠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서건창은 다시 한번 호쾌한 방망이와 빠른 발을 앞세워 거포 군단 넥센의 리드오프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 서건창은 박병호, 강정호, 이택근, 유한준 등 거포가 즐비한 넥센 타선에서 빠른 발로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스피드 야구를 선보인다. 넥센의 공격력은 빠른 발과 대포의 절묘한 조화에서 나온다. [사진=스포츠Q DB]

◆ 상대 수비 농락하는 빠른 발, 다이내믹 넥센 선봉장

넥센을 만나는 팀은 늘 긴장하기 마련이다. 언제 어디서 큼지막한 홈런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넥센의 홈구장인 목동구장이 워낙 홈런이 많이 나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일발장타가 있는 타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쉬어가기 힘들다.

홈런 40개를 기록하며 3년 연속 홈런왕을 노리는 박병호(28)와 5개차로 홈런 2위를 달리고 있는 강정호(27)가 있다. 이 두 선수가 만들어낸 홈런은 LG와 한화(74개)의 팀 홈런보다 앞선다.

또 이택근(34)이 18개, 유한준(33)이 17개의 홈런을 만들어냈다. 네 타자가 만들어낸 홈런만 110개다.

여기에 서건창은 넥센을 더욱 다이내믹하고 짜임새 있는 팀으로 만들었다. 상대 투수들이 홈런에 대비해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서건창은 도루를 감행한다.

서건창의 이런 진가는 20일 LG와 홈경기에서 빛났다. 1회말 LG의 수비진을 들었다 놨다 했다.

선두타자로 나와 출루에 성공한 서건창은 2루 도루를 감행하던 과정에서 런다운에 걸렸다. 그러나 서건창은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애썼고 결국 LG 유격수 황목치승의 실책을 이끌어내며 1루 귀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서건창은 다시 한번 도루를 감행해 성공시켰다. 2루만 훔친 것이 아니라 3루까지 나갔다. 결국 희생플라이로 득점에 성공했다. 서건창은 한 이닝에 도루 실패와 2개의 도루 성공을 동시에 성공시키는 흔치 않은 기록을 남겼다.

서건창의 이런 활약과 함께 팀 타선의 뒷받침으로 무더기 득점을 올리고 있다. 서건창은 103경기에서 102득점을 올리며 경기 평균 1득점을 올리고 있다. 이미 100득점을 돌파하며 2004년 이종범(100득점) 이후 10년만에 100득점을 넘긴 선수가 됐다.

이대로라면 1999년 이승엽(38·삼성)이 세웠던 역대 한 시즌 최다득점인 128득점도 넘어설 기세다.

▲ 서건창은 자신의 빠른 발로 103경기에서 벌써 40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도루 1위 김상수와 격차를 3개로 줄였다. [사진=스포츠Q DB]

◆ 팀 타격에도 능해…하위와 상위 타선 가교 역할도

서건창은 팀 타격에도 능하다. 넥센이 잡은 득점 기회를 그냥 날리지 않는다. 1번 타자로서 하위 타선이 잡은 기회를 상위 타선으로 잘 연결시켜준다.

최다안타 1위 기록에서 보듯 멀티히트 경기가 50차례나 된다. 전체 선수 가운데 단연 1위다. 두 경기 가운데 한 경기에서는 2안타 이상을 친다는 얘기다.

그러나 서건창의 진가는 정작 다른 곳에서 드러난다. 103경기, 490차례 타석에서 병살타를 친 것이 단 한 개다. 또 삼진도 35개 밖에 당하지 않아 평균 14타석에서 한 개 꼴에 지나지 않는다.

또 홈런은 6개에 불과하지만 2루타와 3루타가 각각 32개와 14개나 된다. 3루타 14개는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3루타 타이 기록이다. 하나만 더하면 새로운 기록이다.

찬스에서도 강해 득점권 타율이 0.366으로 전체 13위에 해당한다. 시즌 타율인 0.358과도 큰 차이가 없다. 주자가 있건 없건 언제나 자신의 타격을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리드오프로는 적지 않은 54타점을 올렸다. 두 경기에서 1타점은 뽑아준다는 계산이다.

6년 전만 해도 LG의 신고 선수였던 그는 팔꿈치 부상으로 방출됐다. 2008년 당시 단 한 경기에만 나와 1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그는 방출의 설움을 뒤로 하고 2011년 넥센의 신고 선수로 다시 도전했다. 그리고 2012년 넥센의 리드오프를 맡아 39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대반전을 이뤘다.

그리고 풀타임 3년차를 맞아 득점,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 타점, 도루 등에서 이미 최고 기록을 남겼던 2012년을 넘어섰다. 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리드오프라는 찬사가 결코 부족하지 않다.

▲ 서건창의 진가는 팀 타격에서 나타난다. 103경기에서 병살타가 고작 1개에 지나지 않고 선구안도 좋아 14타석에서 평균 한 개인 35개의 삼진만 기록했다. 반면 득점권 타율 0.366으로 기회에도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