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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호', 세계선수권서 맞출 마지막 퍼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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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호', 세계선수권서 맞출 마지막 퍼즐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29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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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앞둔 마지막 리허설…컨디션·안정적인 서브 리시브 등 점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금빛 스파이크를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춘다'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8년 만에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이 우승을 위한 마지막 점검에 들어간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대표팀은 30일부터 폴란드에서 열리는 2014 세계배구연맹(FIVB) 남자배구세계선수권에 출전한다.

지난해 9월 열렸던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 등을 제치고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지역에 배분된 4장의 티켓 가운데 하나를 가져온 남자배구는 세계최강 브라질과 쿠바, 독일, 튀니지, 핀란드와 함께 B조에 포함됐다. 브라질은 FIVB 세계랭킹 1위, 쿠바는 7위로 한국이 넘어서기 힘든 벽이다.

6개팀이 포함된 조별리그 1라운드에서 4위 안에 들면 조별리그 2라운드에 나설 수 있다. 한국은 브라질, 쿠바와 경기는 힘들더라도 독일, 튀니지, 핀란드 정도는 해볼만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한국 남자배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6월 체코와 월드리그 배구 경기에서 승리한 뒤 어꺠동무를 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한국은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8년만에 금메달에 도전한다. [사진=스포츠Q DB]

역대 상대전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브라질을 상대로 12승 31패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가장 최근에 이긴 것이 22년 전인 1992년 월드리그 때다. 이후 브라질에 17연패를 기록 중이다. 쿠바 역시 51번을 맞붙어 4승 47패다. 2011년 월드리그에서 쿠바를 이겨보긴 했지만 전력에서 절대 열세다.

반면 1994년 월드리그 이후 20년만에 만나는 독일(FIVB랭킹 10위)은 5승 4패로 팽팽하고 튀니지(FIVB 13위)를 상대로는 8승 1패의 우위다. 2006년 세계선수권에서 유일하게 졌지만 2-1로 이기고 있다가 역전당한 것이었다. 핀란드는 3승 7패로 한국이 열세지만 FIVB 세계랭킹에서는 한국(21위)보다 낮은 30위다.

하지만 정작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이 노리는 것은 따로 있다.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아시안게임이 절대 과제다.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해 세계선수권보다 아시안게임이 가장 중요한 대회다. 박기원 감독로서도 세계선수권은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마지막 모의고사다.

◆ 마지막 조그만 허점까지 찾아낸다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은 지난 24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렸던 아시아배구연맹(AVC)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박기원 감독은 AVC컵에서 보여줬던 조그만 허점까지 찾아내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험생이 오답노트를 만들어 자신의 약점까지 찾아내 공부하듯 박기원 감독 역시 아시안게임이라는 '수능'을 앞두고 세계선수권이라는 모의고사를 치러 오답노트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박기원 감독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상대의 강력한 서브를 얼마나 안정된 리시브로 연결시키느냐다. 강력한 서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안정된 공격으로 이어갈 수 없고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다.

▲ 박기원 한국 남자배구대표팀 감독(왼쪽)은 폴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아시안게임의 마지막 모의고사 성격으로 치른다. 브라질, 쿠바 등 장신 선수들이 즐비한 강호들과 맞붙으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계획이다. [사진=스포츠Q DB]

박기원 감독은 AVC컵을 치르면서도 종종 서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카자흐스탄과 조별리그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서브도 안되고 공격도 내용면에서 불안하다"며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AVC컵에서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서브와 이를 통한 공격을 세계선수권을 통해 완성된 모습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역시 상대의 높은 블로킹 벽이다. 아시안게임에서 '4강'은 역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이란이다. 중국과 이란을 이기려면 장신 벽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점은 브라질, 쿠바를 상대로 미리 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다. 중국, 이란의 장신 벽이 아무리 높다고는 하지만 브라질, 쿠바에 비할 수 없다. 브라질, 쿠바라는 강력한 백신을 맞는다면 중국, 이란과도 해볼만 하다.

◆ 무리하지 않고 컨디션 조절에 초점

지금 '박기원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컨디션이다. 컨디션은 세계선수권이 아니라 아시안게임에 맞춰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박기원 감독으로서 세계선수권에서 선수들이 펄펄 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컨디션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생체리듬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세계선수권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면 이를 정점으로 아시안게임에서는 내리막길만 계속 될 수밖에 없다.

박기원 감독이 생각하는 것은 1라운드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다. 있는 체력을 모두 쏟아붓고 컨디션을 바닥까지 떨어뜨린 후에 컨디션을 끌어올려 다음달 20일 시작하는 아시안게임 조별리그부터 안정된 경기운영을 한다는 방안이다. 다음달 20일 첫 경기의 상대는 이미 AVC컵에서 두차례나 물리쳤던 카자흐스탄이다.

▲ 전광인이 지난 6월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체코와 월드리그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전광인, 서재덕 등 젊은 선수들이 바탕이 된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은 세계 강호들과 맞붙으며 아시안게임에 대비한다. [사진=스포츠Q DB]

또 아직까지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일부 선수들의 사기도 올릴 필요가 있다. 서재덕(25·수원 한국전력)의 공격력은 여전하고 한선수(29·국방부)의 토스도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광인(23·한국전력)이나 박철우(29·대전 삼성화재)는 박기원 감독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광인은 AVC컵에서 점점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라이트에서 제몫을 해줘야 할 박철우가 팀에 확실한 보탬이 되기엔 다소 부족하다. 물론 레프트에서 라이트로 포지션을 옮긴 서재덕이 있긴 하지만 아시안게임 같은 경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는 베테랑의 경험이다. 그런 면에서 박철우의 부활이 절실하다.

전광인이나 서재덕 등 젊은 선수가 많은 상황에서 베테랑이자 에이스인 박철우의 부활은 박기원 감독이 맞춰야 할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박기원 감독은 AVC컵에서 "서재덕은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해주지만 아직 에이스가 아니어서 급한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전광인도 아직까지 해결사로 뛰기에 부족하다"며 "결국 박철우가 해줘야 한다. 지금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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