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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저리로만 14년' 김경언, 중심으로 우뚝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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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저리로만 14년' 김경언, 중심으로 우뚝 서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30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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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나 마나한 선수로 트레이드 설움…한화의 없어서는 안될 주전 변신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늦깎이 독수리' 김경언(32·한화)이 14년 동안 접었던 날개를 활짝 폈다.

14년 동안 거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던 김경언이 올시즌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이어가며 소속팀 한화의 상승세를 이끌어가고 있다.

김경언은 2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홈경기에서 6-9로 뒤지고 있던 8회말 1사 상황에서 조상우의 공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동점 3점 홈런을 때려냈다.

이날 한화는 3-8까지 뒤졌던 경기를 9-9 동점으로 만들어낸 뒤 연장 10회말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짜릿한 10-9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달 31일까지 32승 1무 53패로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화는 8월에 치러진 19경기에서 12승 7패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한화는 지난달 말까지만 하더라도 4위에 10경기나 뒤졌지만 지금은 5.5경기로 줄었다.

▲ 2001년 프로 데뷔 후 14년 동안 비주전의 설움을 겪었던 김경언이 한화에서 성공 시대를 열고 있다. 김경언은 이제 어느새 한화의 중심타자로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됐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 장래 촉망받던 아기 호랑이, 독수리 둥지로 밀려나다

김경언은 부산 중앙초등학교와 개성중, 경남상고를 거친 '부산 사나이'다. 2001년 2차 드래프트 2라운드 15순위로 해태(현 KIA)의 지명을 받은 그는 타격에서 소질을 보이며 장래를 촉망받는 아기 호랑이로 평가받았다.

김경언은 신인이던 2001년 종종 장성호(37·롯데)와 비교되곤 했다. 타격자세를 다소 어설퍼보이지만 안타를 때려내는 모습이 마치 장성호의 신인 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경남상고에서 뛰었을 때는 4번 타자로 활약했던 김경언이었다. 2000년 대통령배 대회에서 홈런상을 받았던 기대주였다.

물론 파워는 부족하지만 공을 맞히는 재주가 뛰어나고 발도 빨라 외야 수비와 주루 플레이도 좋다는 호평을 받았다. 2002년에는 고졸 2년차인데도 '호랑이 군단'의 5번타자로 기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경언은 좀처럼 크지 못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대타로라도 기용되는 경기에 기용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2005년부터는 뛰는 경기도 줄었다. 2004년에 114경기에 출전했던 그는 KIA에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9년 단 2경기 출전에 그쳤다.

KIA에서 '잉여 전력'이 된 그는 3대3 트레이드 때 장성호, 이동현(35·은퇴)과 함께 묶여 한화로 옮겼다. 3대3 트레이드의 중심은 역시 장성호였다. 김경언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 한화 김경언이 홈런을 친 뒤 덕아웃에서 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KIA에서 유망주였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있으나마나 한 선수로 전락했던 그는 한화에서 절치부심 끝에 스타급으로 거듭났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 이용규의 이적, 절치부심 끝에 움켜쥔 주전

김경언이 KIA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용규(29·한화)라는 존재 때문이기도 했다. 이용규가 2004년 LG에서 KIA로 건너오면서 외야수 한 자리를 꿰차자 김경언은 KIA에서 설 자리가 없어졌다.

공교롭게도 이용규의 이적과 함께 김경언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김경언은 2003년만 하더라도 329타수를 기록했지만 이용규가 건너왔던 2004년에는 114경기에 출전하고도 189타수에 그쳤다. 한 경기에서 한두차례만 타석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김경언은 2010년 한화로 이적한 이후 다시 한번 마음을 잡았다. 여전히 출전 기회는 없었지만 그래도 KIA때보다는 타석에 들어서는 일이 맍아졌다.

지난해에는 70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214타수 59타를 기록했다. 경기 평균 3차례 이상 타석에 들어서면서 주전에 가깝게 다가섰다.

그러나 이용규가 자유계약선수(FA)로 한화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10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또 다시 이용규에게 밀리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29)까지 한화에 오면서 외야수는 다시 한번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하지만 김경언은 다시 마음을 잡았다. 올시즌 출전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지만 5월부터 타석에 들어서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화가 치른 105경기 가운데 김경언은 6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경언은 그동안 풀지 못했던 한을 확실하게 풀고 있다.

아직 규정타석 미달이지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0.329)를 기록 중이고 73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85개를 기록했던 2003년 당시에 못지 않은 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 김경언은 김태균, 피에와 함께 한화의 확실한 중심 타선으로 자리하고 있다. 김응용 감독의 애정도 대단하다.

김응용 감독은 넥센전 역전승 뒤 인터뷰에서 "김경언의 3점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김경언의 홈런 덕분에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김경언은 14년을 기다려왔다. 그 오랜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이제 한화에서 김경언은 절대 없어서는 안될 중심 선수가 됐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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