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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차두리 '형님 리더십', 감독없는 대표팀에 '긍정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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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차두리 '형님 리더십', 감독없는 대표팀에 '긍정 에너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04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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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참서열 1·2위…한발 더 뛰며 자신 역할 충실, 후배들에 귀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축구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6년 전으로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홍명보 전 감독이 떠난지 2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여태껏 후임 감독조차 뽑지 못하고 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한국 축구 대표팀에 대한 매력과 주가가 떨어진 탓인지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이 때문에 한국 축구 대표팀은 사령캅 없이 9월 '한가위' A매치 2연전을 치러야 한다. 당초 이용수 위원장은 "최소한 감독이 9월 A매치를 지켜볼 수 있게끔 하겠다"고 했지만 그 공약은 이미 깨진지 오래다. 10월 A매치에도 새 감독이 이끌 수 있을지, 적어도 경기를 지켜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쯤 되면 최대 위기가 맞다.

그럼에도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여전히 씩씩하다. 밝은 모습으로 훈련에 임한다. 신태용 코치의 지시를 따르며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노력하는 표정들이 진지해 보인다.

감독이 없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대표팀이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는 이유는 역시 '형님'들이 둘이나 있기 때문이다. 서열 1위 형님은 아버지 역할, 2위 형님은 자상한 어머니 역할로 선수들을 이끈다.

이동국(35·전북 현대)과 차두리(34·FC 서울)가 그들이다.

◆ 이동국 -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집중, 후배들 따라오게 만드는 든든한 중심

겨우 19세에 불과했던 1998년 5월 16일 자메이카와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가진 이동국은 무려 16년 4개월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는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로는 국내 선수 가운데 최장 기간이다. 지난해를 끝으로 사실상 대표팀과 거리가 멀어진 듯 보였지만 이동국은 다시 한번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게다가 이동국은 오는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베네수엘라전과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우루과이전 가운데 한 경기만 출전해도 A매치 100경기 출전을 기록하게 돼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이동국은 30대 중반을 넘어 이제 후반으로 치닫고 있는 나이지만 여전히 K리그 클래식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스트라이커다.

올시즌 K리그 클래식 22경기에 나와 11골을 넣으며 2위 그룹에 2골 앞서 당당히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어시스트 부문에서도 6개로 공동 2위 그룹에 들어 있다. 통산 득점도 165골로 골을 넣을 때마다 새로운 기록을 양산하고 있는 '기록의 사나이'다. 이동국의 현재 상승세라면 K리그 최초 개인 200골 달성도 결코 꿈이 아니다.

이동국이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전성기가 끝나지 않는 것은 철저한 몸 관리 덕분이다. 체력에 있어서는 남들에 뒤지지 않는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도 이동국으로부터 능력 한가지를 하나 빼올 수 있다면 어떤 것을 가져오겠느냐는 질문에 "철저한 몸 관리 비법을 빼오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이청용(26·볼턴)도 "동국이 형 나이가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좋은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후배들에게 무한 존경을 받는 그이지만 이미 권위 같은 것은 버린지 오래다. 조금 권위를 내세울 법도 하지만 이동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남들보다 한 발 더 앞서서 뛰려고 한다.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버스로 출퇴근(?)하는 대표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몸을 푸는 선수 역시 이동국이다.

이동국은 "대표팀은 실력이 되지 않으면 오지 못하는 자리다. 항상 긴장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나이 많다고 분위기 잡는 것은 옛날 방식이다.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편안하게 해주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좋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동국은 "대표팀이 얼마나 무거운 자리인지를 선수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해 축구 선수와 팬을 대표해서 뛴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책임감 있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동국에게 부여된 포지션은 역시 스트라이커다. 팀의 정신적인 지주라는 책임도 막중하지만 아무래도 대표팀의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면 이동국의 화끈한 득점포가 필요하다. K리그 클래식에서 한껏 물오른 득점 감각을 살려 축구팬들을 환호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동국의 진짜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국이 스스로 솔선수범할 수밖에 없다. 이동국이 앞장설수록 후배들이 따라온다. 맏형이 대표팀에 미치는 '긍정 바이러스'다.

◆ 차두리 - 엄마같은 자상함으로 후배들 고민 상담까지

"대표팀에 오래 있다보니 이젠 선수들의 눈빛만 봐도 어떤 마음인지 다 알겠더라구요."

차두리에게 '관심법'이 생겼다. 눈빛만 봐도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꿰뚫는다. 고참의 노련함이다.

차두리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산전수전을 모두 겪었다. 부친인 차범근 SBS 해설위원을 따라 독일 분데스리가로 갔고 2부 팀과 1부 팀에서 활약했다. 처음에는 공격수였다가 나중에는 지금의 오른쪽 풀백으로 변신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딕 아드보카트 전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해 중계석에서 차범근 해설위원과 함께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을 얻으며 오른쪽 풀백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으면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발탁되기도 했다.

차두리는 "손흥민이나 기성용(25·스완지 시티)처럼 팀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잡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눈빛도 생생하고 강렬하다. 그러나 소속팀에서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의 눈빛은 흐릿하고 눈치를 자주 본다. 행동에 있어서도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자신감이 떨어진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후배들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동국이 말없이 묵묵하게 솔선수범하는 아버지라면 차두리는 후배들을 자상하게 감싸주는 어머니 같은 느낌이다.

또 차두리는 대표팀에서 분위기 메이커다. 언제나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차두리는 자신보다 열살 이상 어린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감독이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표팀 선수들의 미소가 끊이지 않는 것은 바로 차두리가 긍정의 힘을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솔선수범하는 것은 이동국과 같다. 차두리는 "노장은 경기력이 떨어지면 곧 팀에 큰 짐이 된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역 말년에 대표팀 선수라는 '선물'을 받았다"는 차두리는 그동안 받았던 사랑과 관심을 어린 태극전사 후배들에게 전달해주겠다고 말한다.

세대 교체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노장 선수가 필요한 이유를 이동국과 차두리가 잘 말해주고 있다. 특히 한국축구의 과도기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 보인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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