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8:38 (목)
기성용 손흥민, 그리고 태극전사 모두 '슈틸로이드 효과'
상태바
기성용 손흥민, 그리고 태극전사 모두 '슈틸로이드 효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08 2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루과이에 0-1로 졌지만 일진일퇴 공방…카바니는 기성용에 묶여 56분만에 교체 아웃

[고양=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신임 울리 슈틸리케(60) 감독 앞에서 자신의 진가를 알리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이른바 '슈틸로이드(슈틸리케+스테로이드)' 효과'다.

신태용 코치가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우루과이와 A매치 평가전에서 미드필드진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며 팽팽한 접전을 벌였지만 후반 23분 호세 히메네스에게 내준 헤딩 결승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졌다.

한국축구는 역대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7전 1무 6패를 기록했지만 우루과이 수비를 종종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였다. 또  '1000억의 사나이' 에딘손 카바니(27·파리 생제르맹)는 기성용(25·스완지시티)에게 꽁꽁 묶여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채 후반 11분만에 교체 아웃됐다.

보통 자유계약선수(FA) 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능력 또는 그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것을 두고 신조어로 'FA로이드'라고 한다.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마치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처럼 '크레이지 모드'를 보인다는 의미다.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은 마치 '슈틸로이드'를 맞은 것과 같았다. 슈틸리케 감독 앞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 눈도장을 받겠다는 의미였다.

▲ [고양=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수장이 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A매치 평가전이 끝난 뒤 그라운드로 내려와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격려하고 있다.

◆ 기성용, 한국의 마스체라노로 변신

이날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기성용이었다.

대표팀은 우루과이전에서 4-2-3-1과 3-4-3을 오갔다. 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와 김주영(26·서울)이 기성용과 함께 스리백을 형성하다가도 포백으로 전환될 때는 박종우(25·광저우 부리)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기도 했다.

좌우 측면의 김창수(29·가시와 레이솔)와 차두리(34·서울)은 스리백일 때는 윙백으로 서다가도 포백일 때는 풀백으로 전환했다.

기성용의 이날 모습은 마치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준우승으로 이끈 하비에르 마스체라노(30·바르셀로나)와 비슷했다. 마스체라노 역시 브라질 월드컵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다가도 위기의 순간에는 중앙 수비까지 내려오며 마치 스위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기성용도 이날 경기에서는 '한국의 마스체라노'와 같았다.

전반 42분에는 기성용이 카바니와 경합을 하다가 카바니의 발을 맞히고 골킥을 얻어내는 장면은 노련함을 엿보게 했다. 또 기성용은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면서도 경기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작전 사령관과 같은 역할도 함께 담당했다.

▲ [고양=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축구대표팀의 기성용이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A매치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하며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전 부회장은 "기성용이 이제 완전히 제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소속팀에서 골을 넣는 등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으면서 대표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다"며 "사실 브라질 월드컵 직전에는 부상을 당해 몇달 동안 경기도 뛰지 못한 상태여서 부진했다. 그 때와 지금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평가했다.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아시안게임 여자축구대표팀의 심서연(25·고양대교)도 "여자대표팀은 스리백을 쓰지 않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배울 점은 많은 것 같다"며 "(기)성용 오빠처럼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다가도 최종 수비까지 폭넓게 커버하는 모습은 분명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를 지켜본 슈틸리케 감독도 "기성용은 정말 좋은 선수다. 후방에서도 뛸 수 있고 미드필드에서도 뛰며 경기 막판에는 전방에서도 나선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손흥민 '슈틸리케 황태자' 자격 충분

비록 골을 넣진 못했지만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 역시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발전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번 A매치 평가전 2연전을 통해 손흥민은 명실상부한 대표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특유의 빠른 돌파는 당연했고 전반 35분에는 오른쪽으로 빠져 들어가는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을 보고 길게 찔러주는 등 경기를 보는 넓은 시야까지 자랑했다. 손흥민은 이동국(35·전북 현대)이 상대 수비에 묶여 이렇다 할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이 손흥민은 이날 우루과이를 시종일관 몰아붙이며 골을 노렸다.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 아래로 내려가 손흥민과 귓속말로 덕담을 주고 받았다.

▲ [고양=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축구대표팀의 손흥민이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A매치 평가전에서 오른쪽 돌파를 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이 월드컵이 끝난 뒤 모든 책임을 자기가 짊어지려고 하는 모습을 봤다. 이제 23세밖에 되지 않은 젊은 선수"라며 "손흥민은 분명 미래가 있고 한국 역시 월드컵에 8번 나간 살아있는 팀이다. 아직 한국축구대표팀에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 같은데 젊고 미래가 있기 땜누에 좀 더 지켜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골키퍼 이범영도 실점하긴 했지만 후반 17분 우루과이가 중간 차단해 역공을 펼쳤을 때 선방쇼를 펼치며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차두리도 오른쪽 풀백과 윙백을 오가면서 경기 초반 빠른 돌파로 상대의 뒷공간을 휘저었다.

그러나 이동국은 베네수엘라전과 같은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고 박종우는 실점 장면에서 히메네스와 몸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의 우루과이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3만8183명의 관중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우루과이를 상대로 선전을 펼친 모습에서 한국축구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