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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레전드 김화복 "성적? 아니죠, 즐거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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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레전드 김화복 "성적? 아니죠, 즐거움? 맞습니다"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2.25 13: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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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화복 중원대 교수, '제2의 김연경은 즐기는 배구에서 나온다'

[300자 Tip!] 김화복(57). 요즘 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김화복 하면 70~80년대 올드 배구팬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이름일 것이다. 당시 실업팀 최강이었던 대농-미도파의 184연승을 이끌면서 한국 여자배구 사상 가장 강력한 스파이크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다. 현재는 중원대학교 레저스포츠학과 교수이자 중원대 여자배구팀 감독으로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가 선수로 뛰던 시절만 해도 여자배구의 인기는 대단했다. 실업팀이 무려 11팀이나 존재할 정도였다. 그러나 오늘날 여자배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갈수록 줄어드는 관중과 언론의 무관심은 여자배구가 점점 대중들에게 멀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경종과도 같다. 김화복 교수 역시 후배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어릴 적부터 즐기는 배구를 한다면 보다 좋은 자원이 생산되고 여자배구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스포츠Q 강두원 기자·사진 노민규 기자] 때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때로는 선수들을 지도하는 감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인터뷰 내내 선수 시절 보여줬던 강력한 스파이크만큼 시원시원하게 말을 이어 갔다. 2002년 이화여대 감독을 끝으로 여자대학배구계를 떠났다가 2010년 건동대를 거쳐 2012년 중원대 여자배구팀을 맡아 지금에 이르면서 그는 선수들에게서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선수 김화복' 등장만으로 충격이었던 무서운 신인

1976년 한국 여자배구가 몬트리올 올림픽에 나가 동메달을 따내며 기염을 토한 그해에 올림픽메달만큼 놀라운 실력을 가진 신인선수가 한 명 출현했다.

김화복. 남성여고를 졸업하고 당시 실업팀 최강이었던 대농-미도파팀에 들어와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였던 선배들과 함께 무려 184연승을 기록했다.

김화복 교수에게 당시를 설명해달라고 했더니 "184연승이란 기록은 제가 홀로 만들 건 아니예요. 그 당시 선배들의 실력도 워낙 좋았고 팀도 잘 조직돼 있었죠. 그런데 연승기록을 185로 늘리려는 순간 제가 부상을 당하면서 연승이 끝나고 말았어요"라고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 김화복 교수는 선수 시절 신인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무서운 소녀였다. 선수시절 활약 당시 언니인 김화영(당시 호남정유· 파란색 유니폼)과 찍은 사진이 신문을 장식했다. [사진=김화복 교수 제공]

불의의 부상으로 본의 아니게(?) 팀의 연승이 끝났지만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강 스파이크를 상대 코트에 내려 꽂던 그는 1976년 한국일보에서 제정한 한국 여자배구 최우수 신인왕을 받았다. 국가대표에도 선발되며 승승장구했다.

이후 이화여대에 입학해 1990년 졸업한 이후 이화여대 여자배구팀 감독을 맡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대한배구협회와 대한체육회에서 행정가로도 활약했으며 대한올림픽위원회(KOC)위원을 거쳐 건동대 배구부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현재는 중원대학교 레저스포츠학과 교수이자 중원대 여자배구팀 감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이 선수들 만큼 배구를 즐기는 선수들을 본 적이 없다”

김 교수가 사령탑을 맡고 있는 중원대 여자배구팀의 총 인원은 13명이다. 이 중 대부분은 실력 부족으로 프로팀의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다. 지난 해 9월에 열린 전국대학배구 추계대회에서도 3전 전패로 4개팀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김 교수와 선수들에게 좌절은 없었다. 선수들은 절대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배구를 즐기고 김 교수 또한 그들에게 수고했다고 다독일 뿐 패배에 대한 질책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 팀 선수들은 대부분이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하고 온 선수들이에요. 그들이 다시 프로에 갈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죠. 그래서 우리 팀 선수들은 배구도 하면서 다른 공부도 병행해 새로운 출발을 계획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국내 여자배구는 대학을 거쳐 프로에 입성하는 남자와 달리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팀으로 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국내 여자대학배구팀이 중원대를 비롯해 단국대, 목포과학대, 우석대, 이렇게 4팀 밖에 없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 한국 여자배구 '레전드' 김화복 중원대 교수는 여자배구의 발전과 '제2의 김연경'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즐거움을 추구하는 배구가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여자대학팀에 속해 있는 선수들이 프로로 갈 가능성은 희박함에도 배구를 계속 하기위해 어쩔 수 없이 대학에 온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대학에 들어와 그 동안 해 왔던 배구도 계속 하면서 생활체육, 유소년체육을 전공하거나 또는 대학원에 진학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다 보니 중원대 선수들의 경우에도 배구를 하면서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조금 더 즐기면서 신나게 운동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더 이상 승부에 연연하면서 배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김 교수는 자신이 맡고 있는 중원대 뿐만 아니라 지난 해 전국대학배구 추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중부대 남자배구부가 정말 대단한 팀이라며 그들을 치켜세웠다.

“안동에 있던 건동대가 폐교되면서 건동대 남자배구부가 중부대로 넘어와 새롭게 창단했어요. 중부대 선수들 역시 프로에 지명 받지 못하거나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래도 선수들의 의욕은 대단했어요. 정말 배구가 좋아서 배구를 놓지 못하고 멀리 지방까지 내려 온 선수들이었죠. 그런데 중부대에서 물심양면으로 배구팀을 지원을 하기 시작하자 선수들의 실력이 몰라보게 달라지게 시작했어요. 지난 해 전국대학배구 춘계대회에서 깜짝 준우승을 차지하더니 추계대회에선 우승을 차지했어요. 심지어 프로선수를 2명이나 배출시키는 성과를 냈죠. 실력은 조금 부족해도 배구를 진정 좋아하는 선수들이었기에 성적을 강요하지 않고 배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실력도 올라가면서 성적도 따라서 올라가는 시너지 효과가 난 겁니다”

◆ 스타 만들기 뿐 만 아니라 처우 개선도 필요해

▲ 김화복 교수는 스타만들기도 중요하지만 선수들 또는 코치들의 처우도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처우가 좋아질수록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배구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결국 자식들이 좋은 대우를 받길 원하기 때문이다.

선수들과 함께 즐겁게 감독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에게 현재 여자배구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여지없이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요즘 여자배구를 보면 정말 안타까워요. 특히 남자배구는 언론의 관심도 많고 관련기사도 많은데 여자배구에 대한 기사는 해외에 나가 있는 (김)연경이에 대한 기사밖에 없더라고요. 국내에 유명선수가 좀 부족한 게 아쉽죠. 그런데 사실 연경이와 같은 스타 선수는 만들어지는 거라고 봐요. 그럼 면에서 구단 프런트나 배구협회가 실력 있는 선수를 좀 더 부각시키고 알리는 스타만들기에 좀 더 치중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자배구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해요. 한 선수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김 교수의 말처럼 여자배구와 관련된 기사는 소속팀 논란으로 이슈화된 김연경의 기사가 대부분이다. 그 밖에 다른 선수들이나 경기에 대한 기사는 정말 부족한 편이다. 그렇지만 실력이 아닌 다른 점에서 두각을 나타내 스타가 되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스타가 되기 위해선 외모 뿐만 아니라 실력도 갖춰야 합니다. 실력이 갖춰지지 않은 선수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봐요. 관중들 역시 실력도 있고 외모도 예쁜 선수들을 더 오래보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국내 여자배구가 다른 종목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선수자원의 부족이다. 김 교수는 선수자원 부족에 대한 묘책으로 여자배구 선수들의 연봉 또는 기타 처우가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자배구의 선수 자원이 부족한 이유는 오래도록 운동을 시킬 수 있을만한 처우가 뒷받침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처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당연히 그 운동을 시키지 않겠죠. 자녀들이 아무리 배구를 좋아한들 부모님들은 힘들게 운동한 만큼 보상 받길 원하잖아요. 예를 들어 골프에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 역시 처우가 좋기 때문이죠. 따라서 여자배구선수들의 처우가 높아지고 그것이 세간에 알려진다면 보다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배구를 시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럼 선수도 많아지고 그 안에서 더 훌륭한 선수를 길러낼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질 거에요”

◆ 어릴 때부터 성적지향 아닌 즐거움을 추구하는 훈련방식 구축해야

국내 모든 스포츠는 요즘 들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성적지상주의를 버리지 못한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승패를 가장 중요시하고 1등만이 최고임을 강조하는 한국 스포츠의 풍토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런 현상이 선수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교육방식 역시 성적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 김화복 교수는 '감독과 교수 둘 다 적성에 맞는 것 같다'라고 웃어보이며 자신감있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김화복 교수 제공]

“저희 중원대 선수 중에는 부상이 심해서 발전하지 못한 선수들도 있어요. 어릴 적부터 너무 승패에 치중하다 보니 혹사를 당한 거죠. 배구든 다른 운동이든 성적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 그 종목은 궁극적인 발전을 이뤄낼 수가 없어요. 선수들에게 정말 운동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해요. 저는 지금도 중원대 선수들에게 운동만을 고집하지 않아요. 주간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공부를 하도록 유도하고 훈련은 야간에만 해요. 중부대를 보시면 바로 보이잖아요. 배구를 진정 좋아하는 선수들에게 강압적인 훈련은 독이예요. 지더라도 패배감에 빠지지 않게 의욕을 북돋아 주고 훈련마저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면 성적은 바로 뒤따라오기 마련입니다”

훈련을 즐겁게 한다면 선수들은 그 운동을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게 되고 운동의 애착이 생기고 오래도록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또한 이런 마음을 어린이나 청소년 때부터 심어 놓는다면 더 많은 자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부대와 같은 훈련 환경은 어린 선수들에게 적용돼야 해요. 어릴 때부터 배구를 즐기고 즐겁게 훈련하는 환경이 갖춰진다면 배구에 더 애착을 갖게 되고 나아가 더 좋은 실력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 훈련에 매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에 의해 수동적으로 훈련하기 보다는 스스로 나서서 훈련할 때 실력이 더욱 늘어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잖아요. 이렇게 되어야만 보다 수준 높은 선수들이 만들어져 국내 여자배구의 질도 높아지고 대중들과 언론의 관심도 높아질 게 분명해요”

[취재후기] 인터뷰 도중,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직과 선수들을 가르치는 감독직 중 어떤 것이 더 적성에 맞는 것같느냐는 질문에 그는 ‘둘 다 맞는 것같다’라며 웃으며 답했다. 자신감 있는 그의 답변처럼 교수로서 감독으로서 계속 승승장구 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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