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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이광종호도 '박주호 시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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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이광종호도 '박주호 시프트'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11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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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왼쪽 풀백 기용 목적…팀내 최고참으로 공수 조화 중책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와일드카드' 박주호(27·마인츠05)가 소속팀에서처럼 왼쪽 풀백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한다.

박주호는 10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이재성(22·전북 현대)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섰다.

UAE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이광종(50) 감독은 박주호를 원래 포지션인 왼쪽 풀백이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세웠다. 왼쪽 풀백에는 김진수(22·호펜하임)가 섰다.

이런 상황은 흡사 소속팀인 마인츠의 상황과 비슷하다. 마인츠의 카스퍼 휼만트(42) 감독 역시 코스타리카 출신 왼쪽 풀백 주니오르 디아스(30)에게 왼쪽 풀백 자리를 내주기 위해 박주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변화를 주고 있다.

▲ 박주호가 10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UAE와 연습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 드리블을 하고 있다. 박주호는 이미 소속팀인 마인츠에서도 왼쪽 풀백 뿐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멀티 포지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지난 시즌부터 마인츠서 종종 수비형 미드필더 출전

박주호가 왼쪽 풀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을 꾀할 수 있는 것은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주호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그리 낯설지 않다. 이미 지난 시즌에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 적이 있다.

전임 토마스 투헬(41) 감독은 박주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면서 "박주호에게 다이아몬드 미드필드의 중앙에 서게 하는 것은 대단한 기회"라며 "박주호는 중앙 미드필더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고 있다. 공격력은 물론 수비적인 생각도 한다. 지금 그에게 최고의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헬 전 감독은 지난 3월에도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박주호는 수비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다. 그의 다재다능함은 내게 선물과도 같고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휘봉을 물려받은 휼만트 감독은 박주호의 포지션 변경에 좀 더 적극적이다. 2012년 마인츠에 입단한 뒤 줄곧 왼쪽 풀백으로 뛰었던 디아스가 박주호와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제대로 활약할 기회가 없었다. 코스타리카를 브라질 월드컵 8강으로 이끈 디아스를 계속 벤치에 앉혀두는 것도 소속팀에 큰 손해이기 때문에 두 선수를 같은 포지션에서 주전 경쟁을 시키기보다 공존하는 쪽을 택했다.

▲ 박주호(오른쪽)가 2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에 함께 소집된 김진수(왼쪽)와 함께 런닝훈련을 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원래 포지션은 왼쪽 풀백이지만 공존을 위해 박주호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한다. [사진=스포츠Q DB]

◆ 이광종 감독도 멀티 포지션 능력 보고 선발

이광종 감독도 박주호의 멀티 포지션 능력에 주목했다. 연령제한이 없는 와일드카드 선수 3명 가운데 박주호를 넣은 것 역시 왼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광종 감독은 박주호의 발탁 이유에 대해 "소속팀에서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했다. 전천후 선수로 두세 자리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을 고려해 선발했다"고 밝혔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하자마자 팀내 주전 왼쪽 풀백으로 자리한 김진수와 박주호를 놓고 주전 경쟁을 시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김진수와 박주호처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을 벤치에 앉혀두는 것은 전력에서 큰 손해다. 이광종 감독 역시 마인츠의 경우처럼 두 선수의 공존을 선택했다.

이광종 감독이 박주호를 선택한 것은 이명주(24·알 아인)의 차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의 차출이 무산된 가운데 이명주의 차출을 놓고 소속팀과 논의했지만 역시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 이명주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들어오지 못하면서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 부족해졌고 왼쪽 풀백과 미드필더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박주호가 적격이었다.

또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의 엔트리가 적은 것도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이 있는 박주호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 엔트리가 2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느 한 선수가 다치기라도 하면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골키퍼까지 11개의 포지션에서 더블 스쿼드를 구축하려면 22명의 선수가 필요하지만 2명이 적기 때문에 부상 선수가 발생할 경우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멀티 포지션 능력이 있는 선수가 포함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야구 대표팀에서 서건창(25·넥센) 대신 오재원(29·두산)이 2루수에 들어간 것 역시 같은 이유다.

▲ 박주호가 10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UAE와 연습경기에서 상대 선수를 피해 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박주호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고참으로서 수비 안정화를 꾀하고 공격으로 공을 연결해주는 중책을 맡았다. [사진=스포츠Q DB]

◆ 금메달 관건은 공수 조화, 그 중심에 박주호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공수의 균형일 것이다. 너무 공격적으로 나가면 상대의 역습에 당할 수 밖에 없고 그렇다고 수비적으로 나가면 제대로 공격을 풀어나갈 수 없게 된다.

현재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미드필더 자원은 공격적이다. 함께 중앙에서 호흡을 맞춘 이재성은 수비형 미드필더보다는 공격쪽에 더 어울린다. 올시즌 K리그 클래시에서 4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그는 올시즌 목표를 10개의 공격포인트로 잡았을 만큼 공격에 욕심이 많다.

이재성이 공격쪽으로 나선다면 결국 포백 앞에서 수비의 안정화를 꾀하고 공수의 균형을 맞춰줄 선수는 박주호 뿐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고참인 박주호가 수비능력을 바탕으로 공수의 조화를 이뤄낼 수 있는 특명을 맡은 것이다.

만약 이재성이 조금 더 공격적인 면에 치중한다면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의 포메이션은 4-2-3-1에서 4-1-4-1로 변화할 수도 있다. 물론 포백 앞에 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몫은 박주호의 몫이고 이재성 등 4명의 미드필더가 김신욱의 뒤를 지원하는 공격에 나설 수 있다.

이미 FIFA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포백 앞에 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요성은 경험했다.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서면 중앙 수비수 2명과 긴밀한 협조와 호흡을 통해 상대 공격을 적극 압박해야 한다. 4-1-4-1로 서게 되면 상대 속공의 저지선 역할과 함께 앞선 공격진으로 공을 이어주는 컨트롤 타워 역할까지 담당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의 목표는 당연히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다. 박주호가 얼마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안정감 있는 경기운영을 하느냐에 따라 금메달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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