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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야구'로 10년 뒤를 겨냥하는 태국야구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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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야구'로 10년 뒤를 겨냥하는 태국야구의 도전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9.23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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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감독 "한국-일본-대만과 대등한 경기 치르는 게 목표"

[스포츠Q 이세영 기자] “10년 내에 18세 이하 선수들이 빨리 자라서 태국 대표팀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목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어린 선수들을 육성해 언젠가는 한국과 실력을 나란히 하겠다는 각오다. 태국 야구가 작지만 큰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아시아드 현장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태국은 22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예선 1차전에서 한국에 0-15, 5회 콜드패를 당했다. 홍콩, 대만과 일전을 앞두고 있는 태국은 4강으로 가는 길이 더욱 험난해졌다.

▲ 태국 대표팀 투수 칸잔나비숫이 22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B조 예선 1차전 한국과 경기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대패가 예상됐던 한국전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태국 선수단은 20명 내외의 대학생과 고등학생 3~4명, 사회인 야구 종사자 3~4명 정도로 이뤄졌다. 그야말로 100% 아마추어다.

동남아 국가인 태국은 야구보다는 크리켓과 소프트볼이 인기가 많다. 특히 크리켓은 인도, 파키스탄 등과 함께 태국 내 국민적인 스포츠다. 하지만 야구는 등록된 선수가 100명 정도밖에 되지 않고 비교적 늦은 나이인 15세에 시작한다. 기초가 부족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태국 야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도쿠나카 마사오 감독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현재 기량이 올라오고 있는 18세 이하 선수들을 잘 육성해 향후 10년 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도쿠나카 감독은 “이제 시작하는 어린 선수들이 앞으로 5∼10년 뒤에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내 목표다. 유망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가르치면 실력은 늘 것이라 본다”고 낙관했다.

도쿠나카 감독은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도 태국팀을 맡아 지휘했었다. 미래의 태국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기본기부터 충실히 가르치고 있다.

▲ 태국 대표팀 매튜가 22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예선 1차전 한국과 경기에서 담장까지 뻗은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그 결실을 조금씩 맺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태국 대표팀에서 중견수를 맡고 있는 다루 조셉 매튜(22)다.

한국전에서 4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매튜는 수비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비록 공격에서는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빠른 발로 외야 깊숙이 날아가는 타구를 잡아냈다.

매튜는 아버지가 미국인이고 어머니가 태국인인 혼혈아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유학을 했고 13~14살 때 태국에 정착했다. 현재는 대학 야구팀에서 뛰고 있다.

경기 후 매튜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며 “팬들의 성원과 한국 대표팀의 실력 모두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 팀도 성장해서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해서는 “우리 팀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아시안게임과 같은 큰 대회를 경험하는 것은 분명 좋은 기회다”며 “이 기회를 통해서 태국 야구가 더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태국 대표팀 유격수 왕비치 아디찻이 22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B조 예선 1차전 한국과 경기에서 땅볼 타구를 잡은 뒤 1루로 송구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 야구장비를 보급하며 동남아 야구 전도사로 활동 중인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은 “태국은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등 소위 말하는 ‘빅4’를 제외하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라며 “태국에 일본 유학파로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투수가 있다. 그 선수가 태국 대표팀의 에이스다”라고 귀띔했다.

허구연 위원은 태국 야구가 일본 야구를 모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그곳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을 통해 야구가 많이 전파됐다”며 “일본에서 많이 도와주면서 야구가 성장하게 됐고, 앞서 언급한 그 투수도 일본에서 유학을 하면서 기량이 급성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매튜도 “감독님이 일본 사람이라 일본식 야구를 배우고 있다”며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미국식 야구에 일본식 야구를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매우 흥미롭다”고 웃어보였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태국 야구는 아시아 상위 국가들과 격차를 좁히기 위해 작은 용틀임을 하고 있다. 그 시작이 도쿠나카 감독이며 매튜다. 이들의 땀과 열정이 10년 뒤 어떤 열매를 맺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아시아드 현장에서 그들의 꿈은 패전에도 조금씩 영글어 갈 것으로 보인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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