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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만의 금빛 스매싱' 임용규-정현, "믿음이 최고의 전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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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만의 금빛 스매싱' 임용규-정현, "믿음이 최고의 전술이었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9.29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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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28년만에 남자복식 정상 밟은 임용규-정현

[인천=스포츠Q 이세영 기자] “지금 이 순간이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정현)

“단식뿐만 아니라 복식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의미가 깊습니다. 저만 믿고 따라와준 (정)현이에게 고맙다는  말하고 싶어요.” (임용규)

무려 28년의 기다림 끝에 얻은 금메달이었다. 태극 듀오 임용규(23·당진시청, 세계랭킹 402위)와 정현(18·삼일공고, 세계랭킹 190위)이 서로를 향한 믿음 하나로 28년 동안 막혀있었던 금맥을 뚫었다.

임용규-정현 조는 29일 인천 열우물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사케즈 미네니(27)-사남 싱(26·이상 인도) 조와 접전 끝에 2-0(7-5, 7-6<2>)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임용규(왼쪽)과 정현이 29일 인천 열우물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 결승 사케즈 미네니-사남 싱 조와 경기에서 마지막 포인트를 올린 뒤 포효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금메달이었다. 한국은 디펜딩 챔피언 싱이 속한 인도 선수들을 맞아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치며 최종 승자가 됐다. 인도 선수들 역시 관록과 노련미를 앞세워 한국에 맞섰지만 막판 집중력 부족으로 고배를 들었다.

이날 경기는 당초 낮 12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경기장에 쏟아진 비로 3시간 15분 늦게 시작됐다. 또 양 팀이 2세트 6-6으로 맞선 오후 4시 45분께 경기가 중단돼 오후 5시 41분이 돼서야 재개됐다. 비 때문에 4시간 11분간 지연된 경기. 미끄럽고 습한 코트가 승부의 변수였다.

한국은 역대 아시안게임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4개를 따냈지만 28년 동안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딴 금메달은 1986년 서울 대회에서 김봉수-유진선 조가 획득한 것이었다.

결승에 오른 것도 2002년 부산 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정희석-이형택 조 이후로 처음이다.

이후 2006년 도하 대회 전웅선-김선용 조와 2010년 광저우 대회 김현준-조승재 조는 나란히 동메달을 얻는 데 그쳤다.

아울러 임용규와 정현은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8년 만에 아시안게임 테니스에서 금메달을 딴 주인공이 됐다.

28년의 시간을 넘어 패기로 똘똘 뭉친 태극 듀오가 남자 복식 금메달 계보를 이었다. 그 바탕에는 서로를 향한 믿음과 지지가 있었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임용규가 29일 인천 열우물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 결승 사케즈 미네니-사남 싱 조와 경기에서 백핸드 스트로크를 시도하고 있다.

경기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현은 “서로를 믿고 플레이를 하려 했다”며 “경기를 하다가 안 풀리면 진지하게 ‘이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점을 발견하면 바로 보완하려 했던 게 여기까지 온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용규도 “현이와 손발을 맞춘 지는 이제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서로 마음만 잘 맞는다면 기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 걸로 봤다”며 “잘 따라와 준 현이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임용규와 정현은 주니어 시절부터 국내무대를 평정했던 ‘될 성부른 떡잎’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테니스를 시작한 임용규는 10대 후반에 가능성을 보이면서 이형택의 뒤를 이어 한국 남자 테니스를 견인할 재목으로 평가 받았다.

그는 국내 주니어 최고 권위의 대회인 장호배에서 4연패를 달성 하며 주니어 테니스를 주름잡았다.

이후 2009년 인도 퓨처스에서 우승한 임용규는 당시 고교생 최초로 퓨처스 대회 우승 기록을 세웠고 그해 국가대표로 발탁, 테니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도 출전했다.

하지만 뜻밖에 찾아온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2010년 7월 세계랭킹 298위까지 올랐던 임용규는 부상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다.

2010년 9월 데이비스컵 경기 중 발목 인대가 끊어지며 6개월간 라켓을 잡을 수 없었다.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해 6개월 만에 복귀했지만 이후에도 부상 여파로 고생하다가 2012년 3월 오른쪽 발등 뼛조각 제거 수술도 받았다.

절치부심한 임용규는 부상 복귀 후 지난해 6월 창원 퓨처스와 김천 퓨처스, 7월 유니버시아드 단식에서 우승하며 반등했고 올해 5월 자신의 최고 랭킹을 257위로 갈아치웠다.

최근에는 발가락 피로골절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부상을 털어낸 뒤 남자 복식에만 집중한 결과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정현이 29일 인천 열우물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 결승 사케즈 미네니-사남 싱 조와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정현은 향후 한국 테니스를 10년 이상을 책임질 재목으로 꼽힌다.

그의 아버지는 정석진 삼일공고 코치, 형은 건국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정홍으로 테니스 가문 출신이다.

6살 때 테니스를 시작한 정현은 지난해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에서 준우승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그해 퓨처스 대회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정현은 올해 퓨처스 대회에서 우승컵 3개를 들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달에는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 출전하며 성인 무대에도 노크했다. 비록 그의 도전은 2라운드에서 끝났지만 도전 자체에 큰 의미가 있었다.

US오픈 후에도 거침없었다. 방콕오픈 챌린저에서 우승컵을 안은 정현은 국내 남자 선수 최연소 챌린저급 단식을 제패한 선수로 기록됐다.

이어 홈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복시에서 28년 만에 금맥을 캔 정현은 한국 테니스의 대표주자로 우뚝 섰다.

임용규와 정현은 “아직도 한국 테니스 하면 이형택을 떠올리시는데 형택이형이 이뤘던 것보다 목표를 더 높게 잡아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정현(왼쪽)과 임용규가 29일 인천 열우물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 결승 사케즈 미네니-사남 싱 조와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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