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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인기, 최고 성과 '은메달 4'에도 숙제 밀린 세팍타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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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인기, 최고 성과 '은메달 4'에도 숙제 밀린 세팍타크로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0.04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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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팀 마저도 없어지는 실정, 소년체전 정식종목 채택 급선무

[부천=스포츠Q 민기홍 기자] 부천이 세팍타크로 열기로 들썩였다. ‘비활성화 종목’의 대표격인 세팍타크로가 값진 은메달 2개를 추가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김이슬(25·부산환경공단), 이진희(27·경남체육회), 이민주(24·부산환경공단)가 나선 여자 세팍타크로 대표팀은 지난 3일 경기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 여자 레구(3인조) 결승전에서 태국을 맞아 0-2(12-21 16-21)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세팍타크로 아시안게임 출전 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그동안 2010년 광저우 대회 더블에서 동메달, 2002년 부산과 2006년 도하 단체전에서 2회 연속으로 동메달을 획득한 것이 전부였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남자 대표팀의 킬러 임안수가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임안수(26), 박현근(24), 정원덕(26·이상 고양시청)으로 구성된 남자 대표팀도 레구 결승전에서태국에 0-2(16-21 14-21)로 패해 2위에 자리했다. 세팍타크로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후 남자 레구에서 은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메달만 없을 뿐 메달 개수로 치자면 역대 최고의 성적이다. 한국 세팍타크로는 이번 대회에서 남자 은메달 3개(더블, 레구, 단체), 여자 은메달 1개(레구) 등을 추가해 통산 금메달 1개, 은메달 5개, 동메달 6개를 기록하게 됐다.

이날 체육관을 가득 채운 5500명의 만원관중은 박진감 넘치는 세팍타크로의 묘미를 만끽하며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비록 목표로 했던 금메달은 놓쳤지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경쟁력을 갖췄음을 보여준 ‘희망의 경기’였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한국 남자 세팍타크로는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 3개를 수확하며 정상권 실력임을 입증했다. 왼쪽부터 정원덕, 김영만, 임안수, 심재철, 박형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팍타크로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험난하기만 하다.

◆ 이기훈 감독의 눈물, 열악한 환경에서 일궈낸 쾌거 

레구 사상 첫 은메달이었지만 남자 대표팀 이기훈 감독의 표정은 크게 밝지 못했다. 그는 “3종목(더블, 레구, 단체) 모두 결승에 올라간 것에 만족하지만 목표로 했던 더블(2인조)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대회를 총평했다.

이 감독은 그동안의 힘들었던 과정을 설명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단체전 엔트리는 15명인데 우리는 선수가 없어 12명만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코치 1명도 아시안게임 엔트리에서 빠지는 바람에 협회 비용으로 대회를 치렀다”고 고백했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여자 세팍타크로의 경우 팀 수가 부족해 고등부와 대학일반부가 함께 전국체전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 달 전 제출한 엔트리에 유동영 코치의 이름은 없었다. 유 코치는 아시안게임 임원이 아닌 사람이 돼버렸다. 선수단복은 지급이 되지 않았고 ‘팀 코리아’가 새겨진 트레이닝복도 대회를 코앞에 두고 나왔다. 선수들은 동요했고 이 감독의 속은 타들어갔다. 결국 대한세팍타크로협회 비용으로 대회를 치러야만 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오고 있지만 얇은 선수층도 문제다. 당장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유동영 코치는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군에 가게 되면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메달 획득에 실패해 주축인 김영만과 심재철은 내년에 군에 입대해야 한다. 국군체육부대에 세팍타크로가 없어 선수 생활도 위기일 수 있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세팍타크로 선수들은 남녀 레구에서 모두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종주국 태국을 맞아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웠다.

남자의 경우 실업팀 6개와 대학교 6개 팀이 있지만 한림대와 공주대가 신입생을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감독은 “팀이 생기기는커녕 있는 팀도 사라질까봐 걱정”이라고 걱정하며 “지원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민승기 감독, “소년체전 진입, 여자부 분리 필수” 

여자 대표팀의 민승기 감독은 “태국에 지긴 했지만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았다. 다음 대회에서는 태국을 꺾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70~100명 정도의 선수들로 태국과 대등히 싸워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세팍타크로의 저변을 걱정했다. 민 감독은 “소년체전에 세팍타크로가 없다. 전국체전에서 남자는 그나마 고등부, 대학일반부로 분리돼 있는데 반해 여자는 고등부와 일반부가 함께 경기하고 있다”며 “여자도 하루 빨리 분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엘리트 체육에서 소년체전 입상은 진학과 직결된다. 따라서 선수수급을 하는데도 적잖은 어려움이 따른다. 자녀를 운동선수로 키워볼 것을 고려하는 학부모들이 소년체전 정식종목이 아닌 세팍타크로에 눈길을 줄 리가 만무하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세팍타크로 선수들은 남녀 레구에서 모두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종주국 태국을 맞아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웠다.

여자의 경우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운동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렸을 때부터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태국과 미얀마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민 감독은 “은메달은 늦게 시작했지만 열심히 노력해 거둔 값진 성과”라며 “전과 비교해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 컨텐츠로서의 경쟁력 입증, 당당한 선수들 ‘타도 태국’ 

만원관중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에게 이슈거리였다.

이 감독은 뜨거웠던 열기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미소를 지으며 반색했다. 그는 “세팍타크로는 홍보할 여력도 없기 때문에 큰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경기장을 채워주셔서 세팍타크로가 활기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민 감독 역시 “이번 대회를 계기로 많은 관심이 생길 것이라 믿는다”며 “오늘처럼 많은 팬들이 찾아주시면 힘이 난다. 미디어가 오늘처럼 찾아주시면 점점 발전할 것”이라고 지속적인 주목을 부탁했다.

여자 대표팀의 테콩(서비스를 넣는 선수) 이진희는 “포털의 인터넷 댓글을 통해 공중파에서 세팍타크로 중계를 해주지 않은 것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큰 것을 봤다”며 “우리 종목을 더 알리기 위해 미디어가 더 많은 관심과 중계를 해주기를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선수들의 자신감도 대단하다. 남자도 여자도 한목소리로 ‘타도 태국’을 외쳤다.

남자 대표팀의 킬러(공격수) 김영만은 “빠른 시간 안에 태국을 따라잡아 선수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우리 선수들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태국이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이 있기 때문에 미세한 기술 정도 차이가 날 뿐”이라고 설명했다.

여자 대표팀의 피더(공을 세팅하는 선수) 이민주는 “태국은 워낙 강팀이긴 하지만 주눅들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며 “전술적으로 리시브, 서브를 다듬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3일 부천체육관에는 만원관중이 들어차 다른 인기 스포츠에 버금가는 열기를 뿜어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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