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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형 김주성의 뜨거운 마무리, 하얗게 불태운 결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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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형 김주성의 뜨거운 마무리, 하얗게 불태운 결승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03 2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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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어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금메달…유일한 두차례 우승 멤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마지막 순간 '맏형'은 온갖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출전한 기억부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 극적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땄던 기억, 2006년에는 중국에 밀려 4강도 오르지 못하고 5위에 그쳤던 아픔도 생각났다.

그리고 대표팀 은퇴경기나 다름없었던 이란과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후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이뤄냈다.

유재학(51) 감독이 이끈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이란과 결승전에서 79-77로 이기며 통산 네번째, 그리고 부산 대회 이후 12년만에 금메달을 차지했다.

▲ 김주성이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이란을 이기고 금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손을 흔들어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한국 농구가 통산 네차례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르는 영광의 자리에 김주성이 두 차례나 있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2개나 딴 선수는 오직 김주성이 유일하다. 또 1998년부터 2014년까지 16년 동안 열린 다섯 차례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선수 역시 김주성 뿐이다.

그와 함께 뛰었던 선수 중에는 벌써 사령탑에 오른 인물도 있다. 문경은(44) 서울 SK 감독과 이상민(42) 서울 삼성 감독, 강동희(45) 전 원주 동부 감독, 정재근(45) 전 연세대 감독은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했다.

부산 대회의 금메달 멤버 가운데 현역 생활을 하는 선수도 김주성이 유일하다. 한국 농구의 '레전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사실 김주성은 이미 한차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란과 필리핀 등의 득세로 한국 남자농구가 뒤로 밀리면서 위기감이 작용했다. 김주성은 대표팀에 들어오려 하지 않았지만 큰 경기에는 베테랑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유재학 감독의 설득을 받아들여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 김주성(오른쪽)이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이란을 이기고 금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후배 오세근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12년전 중국의 야오밍과 왕즈즈를 막았듯 김주성도 30대 중반의 나이를 잊고 이란의 에이스이자 간판 센터인 하메드 하다디를 묶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10분을 불태웠다. 끈질기게 하다디에 따라붙어 경기 초반 한국이 리드를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다디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멤피스 그리즐리스에서 활약했고 지난해도 피닉스 선즈에서 뛰었던 아시아 최고의 센터다. 아시아선수권에서도 2007년과 2009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이란을 세차례나 우승으로 이끈 에이스였지만 김주성에 이어 김종규(23·창원 LG)의 철벽 수비에 막혀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또 김주성은 득점은 2점에 불과했지만 자신에게 주어졌던 2개의 자유투를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리바운드도 1개를 따냈고 2개의 도움도 기록했다. 눈에 확연하게 드러난 기록은 아니지만 분명 베테랑으로서 자신의 몫을 완벽하게 해냈다.

중앙대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드래프트 현장에서 동부(당시 TG삼보)에 지명되자 허재 전주 KCC 감독이 환호성을 질렀다는 에피소드도 어느새 옛 추억이 됐다. 그만큼 김주성도 나이가 들었다. 이제 그의 모습은 대표팀에서는 볼 수 없게 됐지만 앞으로 한두 시즌 정도는 프로농구 무대에서 더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또 다른 뜨거운 마지막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 김주성이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이란을 이기고 금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자신의 딸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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