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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도 막지 못한 '철인' 정진화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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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도 막지 못한 '철인' 정진화의 열정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0.04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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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근대5종 은메달 정진화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스포츠Q 이세영 기자] 마지막 복합경기(사격+육상)를 마치고 결승선을 들어오면서 정진화(25·울산시청)는 다리를 절룩였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대표팀의 지옥훈련을 소화하다 뼈에 피로골절이 생긴 것이 그 이유였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1위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2위를 차지했다는 기쁨보다는 복합경기에서 1위를 추월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컸다.

정진화는 3일 인천 드림파크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총 1443점을 기록하며 중국의 궈젠리(1451점)에 이어 2위를 기록, 은메달을 획득했다.

▲ 정진화가 3일 인천 드림파크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근대5종 남자 개인전 복합경기에서 두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비록 정상에 서지는 못했지만 정진화는 4년 전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땄던 선배 이춘헌(34·LH스포츠단)의 뒤를 이었다.

또 그는 한국이 5387점을 획득하며 3위에 올라 동메달 1개도 추가했다.

두 달 전에 다친 오른쪽 정강이가 정진화를 힘들게 했다. 그는 한창 훈련을 소화하던 대회 한 달 전부터 극심한 통증을 안고 있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참아냈다. 펜싱 경기가 열린 아침부터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 정진화는 결국 다리에 진통제 주사를 맞고 경기를 치렀다.

펜싱 성적은 무난했다. 정진화는 42번의 대결에서 24승18패를 기록해 전체 22명 중 7위에 올랐다. 1위 궈진리와 점수차는 25점. 이어지는 경기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격차였다.

200m를 소화해야 하는 수영에서 2분00초61을 기록해 339점 추가한 정진화는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인 승마에서 장애물을 1개만 쓰러뜨려 3위에 해당하는 293점을 획득했다.

승마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총 857점을 획득한 그는 궈젠리, 이와모토 쇼헤이에 이어 3위에 자리했다.

▲ 정진화(오른쪽 두번째)가 3일 인천 드림파크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근대5종 남자 개인전 복합경기에서 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마지막 복합경기는 변수가 많은 종목이기 때문에 충분히 금메달까지 노릴 수 있었다. 숨이 턱 끝까지 올라오는 경기지만 사격에서 침착함을 발휘한다면 못 넘을 벽도 아니었다.

정진화는 3차 사격에서 5발을 모두 맞히는 등 분전하며 이와모토를 제치고 선두 궈젠리까지 다 따라잡았다.

하지만 마지막 800m 달리기를 앞두고 사격에서 실수를 범했다. 빨리 따라잡아야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한 번에 표적을 맞추지 못했다. 결국 정진화는 2위로 경기를 마친 것에 만족했다.

한국 근대5종의 에이스는 4년 전 광저우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에 빛나는 정훤호(26·대구시체육회)이지만 정진화도 숨은 실력자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개인전 11위에 올랐던 정진화는 그해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3위에 오르며 단번에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도 개인전 3위, 단체전 6위에 오르는 등 꾸준한 성과를 냈다. 해마다 세계선수권과 월드컵에 참가하며 경험을 익혔던 것이 성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다리 부상을 안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서 얻은 은메달이기에 더욱 빛났다.

▲ 정진화가 3일 인천 드림파크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근대5종 남자 개인전 복합경기에서 개인통합 2위를 기록, 이어진 시상식서 은메달을 목에 건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시상식이 끝난 후 정진화는 “처음으로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 영광이다”며 “다리 통증이 심각해 끝까지 신경이 쓰였다. 몸 상태가 좋았다면 더 나은 기록을 냈을 텐데 아쉽다”고 소감을 남겼다.

복합경기에 사격이 부진했던 것에 대해서는 “중국 선수를 다 따라잡았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며 “조금 더 집중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정진화는 앞으로 치러야 할 경기가 많은 만큼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그는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올림픽에 출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모든 종목에 신경을 써서 약점을 최대한 줄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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