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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골드 세븐' 한국 정구, 아시아 호령한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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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골드 세븐' 한국 정구, 아시아 호령한 비밀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0.04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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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비군 엔트리 확대-전문 트레이너 도입, 성공적인 세대 교체로 미래 밝혀

[인천=스포츠Q 민기홍 기자] 적수가 없다.

한국 정구가 대회 마지막날 금메달 2개를 추가하며 아시안게임 5회 연속 종합 순위 2위를 확정한 한국 선수단에 마지막 낭보를 전했다.

주인식, 장한섭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녀 정구대표팀은 4일 인천 열우물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정구 단체전 결승에서 각각 일본을 맞아 2-0(5-3 4-2), 2-1(5-2 1-4 5-2)로 승리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단식(김형준), 여자 단식(김보미), 혼합 복식(김범준-김애경), 남자 복식(김동훈-김범준), 여자 복식(김애경-주옥)에 이어 단체전마저 석권함으로써 한국은 금메달 7개가 걸린 정구에서 12년 만에 전종목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천하통일을 이룩했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김동훈(오른쪽)과 김범준이 4일 인천 열우물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득점에 성공한 후 환호하고 있다.

혼합 복식과 남녀 복식에서 이미 금메달을 따낸 김범준(25·문경시청)과 김애경(26·NH농협은행)은 3관왕에, 남녀단식 금메달리스트 김형준(24·이천시청)과 김보미(24·안성시청), 남자 복식의 김동훈(25·문경시청), 여자 복식 금메달리스트 주옥(25·NH농협은행)은 2관왕에 각각 오르는 영예를 누렸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전종목 금메달(7개)의 영광을 차지했던 한국 정구는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에서 각각 금메달 2개에 그치며 주춤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로 화끈하게 반등했다.

한국 정구는 지난 4년을 어떻게 준비했기에 이토록 화려하게 부활했을까.

◆ ‘하드코트에 적응하라’ 프로젝트 대성공 

한국은 아시안게임 정구의 최강자다.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2010년 광저우 대회에 이르기까지 금메달 18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에서는 금메달 2개씩을 따내는데 그쳤다. 한국이 강했던 클레이코트가 아닌 하드코트에서 경기가 펼쳐진 것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한국은 지난 5년간 하드코트에서 단체전 승리를 거둬본 적이 없었다.

혼합 복식과 남자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남자 대표팀의 맏형 박규철(33·달성군청)은 “케미컬 코트(하드코트)에서 일본이나 대만에 약세를 보였다”며 “클레이에서는 어릴 때부터 해와서 강했다. 4개월간 (케미컬 코트에서) 구슬땀을 흘렸다”고 밝혔다.

하드코트와 클레이코트는 스핀을 넣는 방향, 바운드가 튀는 정도 등에서 여러 차이를 보인다. 외부 환경에 따라 성적은 천차만별이다. 하드코트에서는 선이 굵은 정구를 구사하는 한국보다 세밀한 기술을 갖춘 일본과 대만이 더 유리했다.

한국은 홈에서 열리는 대회이니 만큼 필승을 다짐하며 진천선수촌과 열우물테니장을 오가며 하드코트 적응에 온 힘을 쏟았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김동훈의 그늘에 가려 있던 김형준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간판으로 거듭났다.

◆ 트레이너가 붙었다, 상비군 엔트리도 늘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베테랑들의 입에서는 공통적으로 ‘트레이닝’이란 단어가 나왔다. 박규철과 김애경은 감독과 코치, 주변에서 도와준 분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며 트레이너를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박규철은 “올해 처음으로 트레이너가 붙었다.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까 이런 걸 해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효과를 몰랐다”고 전했다. 대회가 임박할수록 전문 트레이닝의 효과는 더해졌다.

그는 “경기에 들어서기 전 체계적인 워밍업을 하면서 근육이 완만하게 풀어지더라”며 “경기를 거듭할수록 몸이 가벼워지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구는 테니스와는 달리 하루에 최대 7경기까지 치르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체력이 중요함에도 여태껏 전문 트레이너 한 명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만 몸관리를 했어야만 했다. 박규철은 “그전까지 개인적으로 몸 풀고 준비한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김애경 역시 일본을 따라잡은 비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트레이너가 오면서 체력과 밸런스 운동이 가능해졌다”고 맞장구를 쳤다.

상비군 엔트리도 늘었다. 대표팀 엔트리는 남자 5명, 여자 5명 등 총 10명. 이번 대회를 위해 진천선수촌에는 6명의 선수가 훈련파트너로 함께 했다. 한국이 퍼펙트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숨은 공신인 것이다.

남자 복식 금메달리스트 김동훈은 “처음에 5명이던 엔트리가 8명으로 늘었다. 대표 선발전의 상위권 선수들 순서대로 엔트리에 진입했다”며 “훈련할 때 선수들이 많으니 연습이 잘 될 수밖에 없었고 이번에 성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 성공적인 세대 교체, 미래도 문제 없다 

당초 남녀 단식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는 김동훈과 김애경이었다. 둘은 동메달에 만족해야만 했다. 김형준과 김보미에게 준결승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김형준은 김동훈과 동갑내기 팀 동료이지만 대표 경력은 얼마 되지 않았다. 올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선수다. 그는 대표팀 입성 후 기량이 무르익어 한국 정구를 이끌어갈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김보미는 김애경의 뒤를 이을 대표주자다.

김동훈은 2008년부터 꾸준히 국제 대회에서 이름을 떨친 선수. 2011년 세계선수권과 2012년 아시아선수권 2관왕에 빛나는 그는 김형준의 거센 공격에 고전하며 4강전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부상으로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국내 선두를 다투는 한재원(수원시청)도 건재하다. 그는 올해 폴란드컵, 독일컵, 인도네시아컵 등 국제 대회에서 3연속 단식 우승을 차지한 무서운 선수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태극마크를 단 김보미는 한국 여자 정구의 전설 김애경을 물리치고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부터 고개를 들던 김보미는 특히 단식에서 빼어난 모습을 보이며 아시안게임에서 김애경까지 제치는 쾌속질주를 보여줬다.

전국체육대회 7연패, 각종 세계 대회에서 수차례 정상에 올랐던 김애경이 선수 생활을 마감하더라도 한국 여자 정구의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건 바로 김보미가 있기 때문이다. 단체전 금메달에 힘을 보탠 김지연의 나이도 이제 스무살에 불과하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단체전 우승에 힘을 보탠 김지연의 나이는 이제 스무살에 불과하다. 그는 김보미와 함께 여자 정구를 이끌어나갈 재목으로 꼽히고 있다.

박규철은 “세대교체가 아주 잘 됐다. 실업팀 12개, 시·도마다 하나씩 있는 대학팀에서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며 “전국의 지도자분들이 대학생, 고등학생, 주니어 선수들을 잘 키우고 있다. 한국 정구의 미래는 밝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훈 역시 “우리나라 정구가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느낀 대회였다”며 “우리 선수들이 아시아를 넘어 외국에 나가도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앞으로도 좋은 성적이 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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