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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썰렁한 사직의 팬심,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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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썰렁한 사직의 팬심,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일이 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12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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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현장 팬심, "내년엔 더 나아질 것" 기대감

[사직=스포츠Q 박상현 기자] 롯데와 한화의 프로야구 경기가 벌어진 11일 부산 사직야구장은 한산했다. 관중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사직구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띄었다. 롯데 프런트 직원들도 관중석이 많이 빈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프런트 직원은 "원래 토요일 경기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온다. 이렇게 관중이 적게 오니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롯데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상대팀이 최하위 한화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너무 적었다.

이날 경기의 공식 관중수는 5590명이었다. 사직구장의 수용 규모가 2만7500명이니까 만원 관중의 20%에 불과했다.

한창 잘 나갈 때는 만원 관중을 기록하기도 했던 롯데가 이처럼 흥행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역시 성적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해 5위에 이어 올 시즌 역시 4강에 들지 못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다. 성적에 크게 실망을 느끼면서 사직구장에서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 [사직=스포츠Q 최대성 기자] 롯데와 한화의 경기가 벌어진 11일 부산 사직구장은 한산했다. 경기 시작 20분 전이었지만 홈팬들이 주로 가득차는 1루 관중석에는 빈 자리가 눈에 띄었다. 롯데의 성적 부진에 관중수가 급감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직구장 앞에서 솜사탕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은 "지난해보다 올해 관중들이 더 줄어든 것 같다"며 "롯데가 좀 더 힘을 내야 사직구장 앞 경기도 살아날텐데 아쉽다"고 토로한다.

이에 대해 한 프런트 직원은 "잘할 때는 화끈하게 밀어주는데 그렇지 못할 때는 외면하는 것이 부산 팬들의 성향인 것 같다"며 "결국 우리가 잘해야 한다. 우리만 잘하면 관중들이 다시 사직구장에 돌아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 "거액 FA 선수들 내년에는 잘하겠죠" 실망보다는 기대감

롯데가 이처럼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사직구장에 모인 팬들의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를 데려오면서 128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는데 그냥 무너지겠느냐는 것이다.

롯데는 올 시즌 그야말로 화끈하게 투자했다. 강민호(29)를 잡기 위해 4년 총액 75억원을 썼고 최준석(31)을 두산에서 데려오느라 4년 35억을 투자했다. 두 선수를 데려오는데만 110억원을 들였다. 여기에 중간 계투 요원인 강영식(33)에게 4년 17억원 계약을 맺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롯데의 화끈한 투자에 지난해 4강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확실하게 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됐다.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와 두산에서 거포 역할을 담당했던 최준석의 가세는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강민호가 기나긴 부진에 빠지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서 4강에 가겠다는 야심에 금이 갔다.

올 시즌 강민호는 97경기에 나서 0.230의 타율에 그쳤다. 다른 선수들이 3할 타율을 치고 있을 때 강민호만 오히려 타율이 하락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타율도 0.235로 크게 떨어져 4년 75억원의 계약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었는데 더욱 성적이 나빠지면서 롯데가 4강에 오르지 못하는 큰 원인이 됐다.

▲ [사직=스포츠Q 최대성 기자] 롯데 최준석이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에서 아쉬움 속에 덕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최준석은 4년 35억원 FA 계약으로 친정팀인 롯데에 복귀했다.

그럼에도 팬들은 아직까지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최준석이 두산에 있을 때보다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하면서 좋은 활약을 펼쳐줬기 때문이다.

최준석은 올시즌 117경기에 나서 0.288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도 22개나 때려 2010년(22개)에 이어 4년만에 20홈런을 넘어섰다. 최준석은 롯데의 4번 타자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냈다.

또 강영식은 2승 5패 14홀드의 기록에서도 말해주듯 중간 계투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냈다. 11일 한화전에서도 1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이 4-3으로 역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롯데팬 김영식(45)씨는 "올해 잘 안됐지만 내년까지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진 않다"며 "지금 관중들은 별로 없지만 내년 봄이 기다려진다. 강민호가 내년에도 부진하겠느냐"고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옛날 롯데 유니폼을 입고 신나게 응원을 펼친 김혜나(23)씨도 "사직구장의 흥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롯데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갈망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두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FA들이 심기일전해서 올해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려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 외국인 선수에는 실망감, 김시진 감독 여론도 엇갈려

다만 관중들은 김시진(56) 감독에 대해서는 기대보다는 실망의 느낌이 강했다.

이름 밝히기는 꺼려한 한 여성 팬은 "김시진 감독이 좋은 지도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롯데를 이끌기에는 다소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 제리 로이스터 감독 때와 비교했을 때 뭔지는 모르겠지만 부족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며 "계약이 내년까지로 알고 있는데 롯데가 재도약하기 위해서 김시진 감독과 같이 가는 것이 좋은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 [사직=스포츠Q 최대성 기자] 롯데의 루이스 히메네스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에서 파울 플라이를 잡아낸 뒤 손짓을 하고 있다. 그러나 히메네스는 올 시즌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사실상 내년 재계약이 어려운 상태다.

그러나 정민호(30)씨는 "김시진 감독에 대해 많이 실망했지만 계약기간은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김시진 감독이 성적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구단이 나서서 경질을 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팬들의 마음은 얼어붙어 있었다. 쉐인 유먼(35)은 지난 시즌보다 훨씬 떨어진 성적을 보여줘 실망감을 안겼고 루이스 히메네스(32)는 태업 논란에 휘말리면서 팬들이 등을 돌렸다. 이미 시즌 중에 방출설도 있었다. 192cm에 127kg의 건장한 체격 조건이지만 히메네스는 올 시즌 14개의 홈런에 그치면서 팬들의 실망을 샀다.

히메네스는 11일 한화전에서 추격의 발판을 놓는 2타점 활약으로 모처럼 잘해줘 팬들이 모처럼 환호성을 올리고 박수를 쳐줬지만 내년에 함께 가기는 힘든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히메네스는 최준석과 포지션이 겹친다. 히메네스와 최준석의 주 포지션이 모두 1루수이기 때문에 두 선수의 공존이 어려웠다.

박준태(30)씨는 "내년에는 최준석을 붙박이 1루수로 돌리고 외국인 타자를 외야수로 했으면 좋겠다"며 "외야의 경쟁이 치열해진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밝혔다.

유먼 역시 30대 중만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재계약하기는 좀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더 많았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재계약 여부는 아직 결정나지 않았다"며 "그러나 히메네스에 대한 팬들의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히메네스는 같이 가기 힘들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 [사직=스포츠Q 최대성 기자] 롯데 선수들이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마운드에 모여 기뻐하고 있다. 팬들은 올 시즌 롯데의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더 자주 이런 모습을 보기를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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