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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프로구단 빛 밝힌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의 첫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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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프로구단 빛 밝힌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의 첫 시즌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13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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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급 시설 자랑, 경기 평균 1만여명 흥행…야구만 보는 경기장서 문화여가시설로 탈바꿈

[광주=스포츠Q 박상현 기자] 편리하고 쾌적한 경기장이 과연 팬들을 얼마나 끌어모을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논의는 스포츠 마케팅에서 수많이 연구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이미 프로스포츠 관람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여기에 대한 논문만 해도 국내외에서 해마다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유명 스포츠마케팅 학자인 마컴과 그린스타인은 스포츠저널을 통해 발표한 논문에서 프로야구 관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사회인구학적 변수, 경기장 시설, 스포츠 행위 즉 경기력으로 들었다.

또 구단 프런트 출신으로 한양대학교 교수를 역임한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논문을 통해 관중들이 팬서비스와 편안한 경기 관람 분위기 조성 등과 같은 부수적인 요소들에 더욱 매력을 느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이외의 다른 동기들에 의해 많은 관중을 야구장에 끌어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스포츠 마케팅학에서도 프로스포츠 관람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팬 서비스 요인, 시설 환경요인, 팀 이미지 요인, 팀 성적 요인, 입장료 요인이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볼 때 편리하고 쾌적한 구장 시설 역시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주된 요인이 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 올해 개장한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메이저리그급 최신식 시설을 자랑한다. 또 관중들과 선수들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기아 타이거즈 제공]

국내에서는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가 이런 연구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프로구단 10개팀(kt 포함) 가운데 최근에 지어진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홈구장 부럽지 않은 최신, 최고 시설을 자랑해 광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 새로운 구장에서 새로운 출발, 2014년은 성공적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에서 KIA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8위에 자리했다. 올 시즌 대형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은 한화가 2년 연속 최하위인 9위를 확정한 가운데 거둔 성적이다.

'광주 야구의 레전드'이자 아이콘인 선동열 감독이 야심차게 팀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3년간 5위,8위,8위를 기록한 성적을 두고 광주 야구팬들은 '치욕의 588'이라고까지 말한다.

KIA가 전신 해태 시절까지 포함해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한국 프로야구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10회 우승 전력을 갖고 있는 KIA지만 IMF 여파로 선수들을 떠나보내 전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었던 1998년부터 KIA가 막 구단을 인수한 2001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것이 첫번째였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어느 좌석에 앉아도 경기장이 한 눈에 들어오는 쾌적한 시야를 자랑한다. 좌석 사이 간격도 넓어 편의성을 강화했다.

하지만 지금 KIA는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IMF 때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광주 야구팬이 치욕이라고까지 말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렇게만 놓고 본다면 KIA의 2014년은 실패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구단은 단순히 성적만 가지고 성공과 실패를 논할 수는 없다.

프로구단의 가장 첫번째 덕목은 '흥행'이다. 흥행이 잘됐다면 성적이 나쁘더라도 못해도 평타 정도는 쳤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결국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하는 이유에는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뜻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놓고 본다면 역시 흥행이 그 목적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KIA의 2014년을 무조건 실패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KIA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무등구장의 총 관중수가 47만526명으로 경기 평균 7000명 정도가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63만2084명의 관중이 찾아 경기 평균 1만500여명이 된다"며 "또 2011년 역대 최다 관중수인 59만2653명을 훌쩍 뛰어넘어 구단 역사상 최고 관중 기록을 깼다"고 밝혔다.

KIA의 관중수가 급증한 것은 부진한 성적을 고려할 때 역시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라는 새로운 구장이 원인이 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치어리더와 관중들이 1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함께 응원을 하고 있다.

◆ 충분히 매력적인 구장, 팀 성적만 좋았더라면

역시 KIA 관계자가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팀 성적이다. KIA 관계자와 얘기를 나눠보면 '팀 성적만 좋았어도'라는 말이 나온다. 팀 성적이 좋았다면 관중수가 더 늘어날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KIA-삼성전이 열린 12일에는 3054명만이 경기장을 찾았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라고는 하지만 수용 규모가 2만7000명인 점을 생각할 때 텅텅 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진한 성적으로 경기 평균 관중수가 막판에 와서 줄었다는 뜻이다.

KIA 관계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둔 채 시즌 마무리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다"며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팬들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팬들 역시 성적에 있어서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지만 경기장 시설에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린다. 경기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다.

어렸을 때부터 해태, KIA 팬으로 아들과 함께 주말마다 경기장을 찾는다는 범성준(37)씨는 "무등구장과 비교했을 때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충분히 매력적인 구장"이라며 "시야가 탁 트이고 어디를 앉아도 경기장이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외야석을 피크닉 공간처럼 꾸며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야구장이자 문화 여가시설로 설계됐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이어 범 씨는 "스카이박스나 마치 피크닉장을 연상시키게 하는 외야 역시 MLB에 못지 않다"며 "내야에서 함께 응원하면서 경기를 보는 관중도 있지만 가족끼리 함께 와서 경기를 즐기는 관중도 있고 조용하게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도 있다. 여러 팬들의 만족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이벤트석이 많다는 것도 경기장의 매력인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경기장 곳곳에 다양한 팬존을 설치해 공원같은 경기장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힘썼다.

최근 MLB 구장들의 최신 트렌드는 바로 '공원같은 구장'이다. 적지 않은 MLB 구장들이 스타디움이나 필드 대신 파크라는 이름을 쓰는 것 역시 경기장이 단순히 경기를 하는 장소가 아니라 가족들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원과 같은 곳으로 꾸미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합격점이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의 또 다른 장점은 좌석을 떠나 잠시 화장실을 가거나 매점에 가더라도 경기를 계속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는 경기를 볼 수 없겠지만 복도를 지나다녀도 경기를 볼 수 있다.

복도와 좌석 통로 사이의 문이나 장애물을 최소화해 복도에서도 경기장이 훤히 드러나보일 수 있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또 복도에는 TV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중계방송을 통해서도 경기 관람이 가능하다.

KIA 관계자는 "외야잔디석이나 챔피언석, 스카이 피크닉석 등 다양한 테마의 좌석을 운영하면서 팬들의 칭찬을 받고 있다. 또 265m로 국내 최장 길이의 띠 전광판을 설치한 것 역시 경기를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특히 앞뒤 간격이 넉넉학 국내 최초 중앙통로 구조로 화장실이나 매점에 갈 때도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팬들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전국 최고의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갖고 있다는 광주 야구팬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고 밝혔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관객석 바깥 통로로 나가도 경기 장면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 국내 최초 '네이밍 라이츠' 적용 야구장…내년 더 쾌적한 관람 위한 준비중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국내 최초 '네이밍 라이츠(구장 명칭권)'를 적용한 야구장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처음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로 이름이 결정됐을 때만 하더라도 광주 야구팬들의 적지 않은 원성이 있었다. 이름이 너무 길다는 의견부터 계속 무등야구장이라는 말을 쓰자는 얘기도 있었다. 광주의 새로운 야구장에 기업 이름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관중들은 이제 경기장 이름에 대해 더이상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12일 관전한 팬 김민규(25) 씨는 "처음에는 이름이 길고 낯설어 반대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신경쓰이지 않는다"며 "특히 몇몇 언론을 통해 스포츠 마케팅의 일환으로 구장 명칭권이 행사됐다는 얘기를 접하면서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를 짓기 위한 총 사업비 994억원 가운데 기아자동차가 300억원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25년 동안 구장 관리권을 갖게 되면서 경기장 이름에도 구장 명칭권이 행사된 것이다. 우리나라 스포츠 마케팅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KIA 구단은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야구팬들이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비시즌에 많은 연구를 할 계획이다. 일단 곡선현으로 된 불펜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선수단에서 나와 이를 개선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부족한 주차시설 증설도 계획 중이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프로야구 구장 최초로 네이밍 라이츠(구장 명칭권)이 적용됐다. 기아자동차에서 300억원을 투자, 25년 동안 구장 운영권과 함께 구장 명칭권을 획득했다.

KIA 관계자는 "곡선으로 휘어진 불펜을 직선형으로 바꾸는 공사가 비시즌에 진행될 예정이다. 선수들이 최고의 시설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관중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주차시설이 부족해 불편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 이 역시 개선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새로운 여가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계속 투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팬들 역시 좀더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로 자리하기를 원한다.

범성준 씨는 "아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으면 실내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것 같다"며 "유니폼이나 다른 기념품을 파는 매점만 구장 바깥에 있는데 이를 안쪽으로 옮겨놓고 단순히 기념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야구에 실질적으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팬 공간이 확충된다면 더 완벽할 것 같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또 여성팬 장미라(28) 씨도 "경기장에 와보면 여성 화장실이 더 많아 여성친화적인 구장임을 느끼게 한다"며 "남자친구의 지갑을 열게 하거나 닫게 하는 것도 여성들의 의견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구단 관계자라면 여성들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방안을 연구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IA의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는 'All New Stadium, All New KIA TIGERS'였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KIA 팬들은 첫 술에 어느 정도 요기가 됐다는 반응이다. 새로운 구장에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지였다. 성적이 좋지 않아 다소 아쉬움이 있으나 KIA의 2014년은 충분히 평가받을만하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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