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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선수에서 레전드로, 서건창이 쓴 '인생역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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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선수에서 레전드로, 서건창이 쓴 '인생역전 드라마'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0.17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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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역대 첫 200안타 달성한 서건창, 살아있는 전설 되다

[목동=스포츠Q 이세영 기자] 프로야구 역대 최초 단일 시즌 200안타를 치며 새 역사를 쓴 서건창(25·넥센)은 신고선수에서 인생역전을 이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서건창은 1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와 시즌 최종전에서 1회말 우익수 방면에 떨어지는 2루타를 치며 시즌 200안타 고지에 올랐다.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채병용과 마주한 서건창은 볼카운트 2-1에서 채병용의 시속 138㎞짜리 직구를 당겨 쳐 우익수 방면에 떨어지는 2루타로 연결했다. 2루까지 힘차게 달려간 서건창은 심재학 주루코치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8회 다섯 번째 타석에서도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낸 서건창은 자신의 최다안타 개수를 201개로 늘리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넥센은 시즌 마지막 경기를 7-2 승리로 장식하며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서건창(왼쪽)이 17일 목동 SK전에서 1회말 SK 투수 채병용을 상대로 시즌 200번째 안타를 때린 뒤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응답하고 있다.

지난 13일 광주 KIA전에서 시즌 197번째 안타를 때리며 이종범(당시 해태) 한화 코치의 종전 단일시즌 최다안타(196개) 기록을 넘어섰던 서건창은 이날 경기 전까지 200안타에 안타 하나가 모자랐다.

시즌 최종전이라 긴장했을 법도 했지만 서건창은 128경기 만에 200안타의 대업을 이루며 포효했다.

경기 후 서건창은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염경엽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선후배와 가족까지 1년 동안 큰 힘이 됐다. 첫 타석에서 200번째 안타가 나와 이후 편하게 타격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 최적화된 타격폼, 대기록 달성의 숨은 비결

서건창이 ‘기록의 사나이’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에게 최적화된 독특한 타격폼에 있다.

대부분의 타자들이 타격을 준비할 때 팔꿈치와 배트가 몸에서 떨어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서건창은 팔꿈치를 몸에 딱 붙인 채 배트를 잡은 손을 가슴 쪽으로 모으고 있다. 다리 또한 오므리고 있어 전체적으로 잔뜩 웅크린 모양새다.

이런 타격폼으로 최대한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는 서건창은 공이 들어오면 배트를 최대한 빨리 돌린다.

다른 타자들에 비해 배트를 너무 뒤쪽에 두고 있어 공에 대한 대처가 늦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서건창은 테이크백을 거의 하지 않고 간결하게 방망이를 돌리기 때문에 그런 단점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공을 오래 본 뒤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콘택트 능력이 중시되는 1번 타자 역할에 제격인 타격을 할 수 있다.

이제 서건창의 타격폼은 비슷한 체격을 가진 정수빈(두산) 등 공을 갖다 맞히는 데 일가견이 있는 타자들이 따라할 정도로 ‘히트상품’이 됐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200안타의 순간. 서건창이 17일 목동 SK전에서 1회말 SK 투수 채병용을 상대로 시즌 200번째 안타를 때리고 있다.

겨우내 혹독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격과 체력을 키우지 않았다면 서건창의 대기록을 불가능했다.

지난 시즌 발목부상으로 지독한 2년차 징크스를 겪었던 서건창은 비시즌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체격과 체력을 길렀다. 그 결과 손목의 힘이 강해져 공을 가볍게 건드리기만 해도 안타로 연결됐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서건창에게 한 시즌을 꾸준히 치를 수 있는 체력도 만들어줬다. 서건창은 체력이 좋아져 올시즌 꾸준한 페이스를 보일 수 있었다.

4월과 5월 각각 34개, 39개의 안타를 생산한 서건창은 6월에도 33개의 안타를 쏟아냈다. 8월 22경기에서 38개의 안타를 날린 그는 올스타 브레이크가 있었던 7월에도 19경기에서 25개의 안타를 때려냈고 인천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있던 9월에도 7경기에서 11개의 안타를 뽑아냈다.

휴식기 때 체력을 아낄 수 있었던 서건창은 10월 10경기에서 20안타를 몰아치며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 온갖 시련에도 잡초처럼 일어난 안타제조기

신고선수에서 프로야구 전설로.

한국 첫 프로야구 200안타는 한때 구단에서 방출됐던 선수가 달성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서건창은 신고선수 신분에서 프로에 재입단한 뒤 전인미답 200안타 고지에 올라서는 인생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광주일고 재학 중이던 2007년 8월 2008시즌 신인지명회의에 나선 서건창은 프로야구 8개 구단 중 어느 팀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뛰어난 야구 센스를 가졌지만 왜소한 체격 탓에 프로 팀들의 외면을 받았다.

고려대의 입학 제의를 받았던 서건창은 이를 거절하고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그러나 1군에서 한 경기만 뛰고 방출의 아픔을 겪은 서건창은 2009년 현역병으로 군에 입대했다.

선수생활을 포기할 법도 했지만 서건창은 야구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키웠다. 그는 제대 후인 2011년에 테스트를 통해 신고선수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서건창(오른쪽)이 17일 목동 SK전에서 1회말 SK 투수 채병용을 상대로 시즌 200번째 안타를 때린 뒤 심재학 주루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온갖 시련을 겪은 뒤에도 잡초처럼 일어난 서건창은 2012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2012년 주전 2루수 자리를 차지한 그는 타율 0.266 1홈런 40타점 70득점 39도루를 기록하며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을 수상했다.

지난해 부상과 부진으로 지독한 2년차 징크스를 겪었던 서건창은 타율 0.266 18타점 53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서건창은 시련 속에서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에게 맞는 타격폼을 개발했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절치부심하며 올시즌을 치른 서건창은 이승엽의 단일시즌 최다득점(128개)을 넘어선 뒤 마침내 전인미답의 고지인 200안타를 달성,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서건창은 “지금 와서 생각하는데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한 것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안 좋았고 힘들었던 시간이 약이 됐고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시즌 연봉이 9300만원에 불과한 서건창은 내년 시즌 연봉에서도 인생역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 '레전드 반열' 진입, MVP 수상도 유력

서건창은 200안타라는 위대한 족적을 남김에 따라 시즌 최우수선수(MVP) 경쟁에서도 한 발 앞서게 됐다.

올시즌 MVP 경쟁은 서건창을 비롯해 앤디 밴 헤켄, 박병호, 강정호 등 넥센 소속 선수들의 집안싸움으로 전개돼왔다.

밴 헤켄은 시즌 20승을 달성하며 2007년 다니엘 리오스(전 두산) 이후 7년 만에 20승 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고 박병호는 2003년 이승엽(삼성), 심정수(당시 현대) 이후 11년 만에 50홈런 때려내는 위업을 달성했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서건창이 17일 목동 SK전에서 1회말 SK 투수 채병용을 상대로 시즌 200번째 안타를 때린 뒤 열린 축하행사에서 감격에 겨워하고 있다.

또 강정호는 17일 SK전에서 한국프로야구 역대 15번째이자 유격수로는 최초로 40홈런을 달성함과 동시에 40홈런-100타점을 동시에 이룬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역대 13번째 100타점-100득점 기록도 그의 몫이었다.

하지만 서건창은 이들의 업적을 모두 뛰어넘을 정도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역대 최초 단일시즌 200안타를 필두로 타격 1위(0.370), 최다안타 1위(201개), 득점 1위(135개), 도루 3위(48개)를 기록하며 MVP 1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그의 MVP 수상을 점치고 있는 만큼 서건창이 올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별이라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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