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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신문선의 무모해 보였던 총재 도전, 그래도 의미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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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신문선의 무모해 보였던 총재 도전, 그래도 의미있는 이유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1.17 0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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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경기인 출신 총재 당선 실패…선거운동 기간 K리그 발전 위한 제언은 새겨들어야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최초의 경기인 출신 총재는 탄생하지 않았다. 신문선(59) 명지대 교수의 도전은 무모해 보였지만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신문선 교수는 1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연맹 대의원총회에서 전체 유효표 23표 가운데 5표를 획득하는데 그치며 총재에 당선되지 못했다. 대의원 23명 가운데 12표 이상을 받아야 제11대 총재로 당선될 수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을 절감해야만 했다.

까마득하게 높았던 벽은 바로 기업구단의 보이지 않는 '단합'이었다. 군경팀인 상주 상무와 아산 무궁화 등을 제외한 K리그 전체 20개 팀 가운데 기업구단은 9개에 달한다. 과반은 넘지 않지만 자금력이 시도민 구단에 비해 넉넉하기 때문에 '머니 파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특정 기업이 이끄는 구단도 3곳이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부산 아이파크 등이 범 현대가(家) 기업구단이다. 이 때문에 현대가와 대척점에 서 있는 신문선 교수가 연맹 총재로 당선되기 힘들다는 예상은 일찌감치 있었다. 전체 대의원 23명 가운데 대한축구협회에서 2명, 연맹에서 1명 등 3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현대가가 행사할 수 있는 표는 6표에 달한다.

또 기업인들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총재직을 돌아가면서 맡았던 데는 스폰서 유치의 배경이 컸다. 실제로 울산 현대의 구단주이기도 한 권오갑 총재는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서 K리그의 스폰서를 맡아 왔다. 이 때문에 경기인 출신이 연맹 총재가 될 경우 스폰서를 안정적으로 유치하지 못한다는 기류가 일찌감치 형성됐다.

결국 시도민 구단으로부터 모든 표를 얻어내고 기업구단에서 1표 이상을 얻어야만 당선될 수 있는 신문선 교수에게 총재 선거 단독 입후보는 애당초 무모했던 셈이다. 시도민 구단의 100% 지지를 이끌어내지 않고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신문선 교수가 얻어낸 5표도 시도민구단에서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이 때문에 신 교수는 낙선 뒤 기자회견에서 5표가 결코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문선 교수는 "대의원이 전체 23명이긴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와 연맹 몫 3장을 제외하면 20장이고 기업구단까지 빼면 11표만 남는다. 여기에서 5표를 얻은 것은 의미가 있다"며 "5표의 의미는 앞으로 한국 프로축구 발전에 큰 울림으로 반영될 것으로 생각한다. 나를 지지했던 5명의 대의원들에게 '신문선은 결코 지지 않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신문선 교수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밝혔던 각종 정책이나 제언은 앞으로 연맹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권오갑 총재가 당분간 연맹 수장 자리를 유지하고 올 시즌 역시 스폰서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언제까지 총재의 기업을 통해 스폰서 금액을 받을 수는 없다.

"총재는 K리그 스폰서만 유치하면 자신이 할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하고 정작 연맹의 행정이나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힘쓰지 않았다"는 신문선 교수의 주장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권오갑 총재까지 10대를 거쳤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전근대적 구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 슈퍼리그와 일본프로축구 J리그는 거액의 중계권료로 재정을 살찌우고 수준을 높여가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K리그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심판 매수 등 부정행위까지 불거져 나왔고 연맹은 이에 대해 벌금 1억 원과 승점 9점의 삭감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지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는 심판 매수 행위가 드러난 전북 현대에 대해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여부를 놓고 고심할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연맹은 사실상 무마하듯이 덮어버렸다.

신문선 교수는 "스포츠는 이미지를 갖고 영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K리그에 대한 이미지가 갈수록 나빠진다면 그 어떤 기업도 손을 내밀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축구인들은 "K리그가 점점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 K리그가 관심 밖에서 멀어진다면 한국 축구 역시 끝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에스키모인들은 날카로운 칼에 피를 묻히고 북극늑대를 사냥한다고 한다. 북극늑대가 자신의 혀에서 피가 나는지도 모르고 칼에 묻어있는 피를 핥다가 죽어버린다는 것이다. 지금 K리그가 이 북극늑대와 같은 상황은 아닌지 걱정된다. 신문선 교수는 비록 낙선했지만 이번 총재 선거를 통해 K리그가 이런 북극늑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신문선 교수가 K리그를 향해 던진 경고 메시지 하나만으로도 그의 도전은 결코 무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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