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지난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벌어진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는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K리그 클래식 공식 개막전으로 치러진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에는 3만4376명의 관중이 찾았고 K리그 챌린지 5경기에서도 모두 3만6115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13만4468명으로 역대 K리그 개막전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관중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명승부가 나왔다. 일단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1-1 무승부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가 1골차로 승패가 가려졌다. 그만큼 치열했다는 의미다. 전력차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런 만큼 올 시즌 K리그가 이전보다 훨씬 재미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풀렸다.
◆ 창단팀 안산 그리너스, 와스타디움에서 외친 "와!" 함성
경찰청 팀인 무궁화를 아산으로 보내고 시민구단으로 새롭게 출범한 안산 그리너스가 창단 첫 경기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4일 홈구장인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대전과 홈 개막전에서 당초 열세일 것이라는 평가를 뒤집었다.
안산은 적극적인 공격 전술로 전반 41분 라울의 패스를 받은 나시모프의 선제골로 오히려 앞서갔다. 후반 4분 이호석에게 중거리 슛으로 동점골을 내줬지만 경기가 1-1로 끝날 것 같았던 추가시간에 라울의 왼쪽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한건용이 창단 첫 경기 승리로 이끄는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극장골은 안산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다시 K리그 챌린지로 내려온 수원FC는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벌인 FC 안양과 '미니 지지대 더비'에서 후반 추가시간 이승현의 결승골로 2-1로 이겼다. 더구나 수원FC는 전반 36분 조시엘에게 선제골을 내주고도 후반 9분 임창균의 동점골에 이어 역전승을 이뤄냈다.
전북 현대는 전주종합운동장에서 전남을 맞아 김신욱의 추가시간 결승골로 2-1로 이기고 승점 3을 챙겼다. 호남더비에서 1-1 무승부로 승점을 챙길 것으로 생각했던 전남 선수들이 일제히 주저앉을 정도로 극적인 골이었다.
추가시간에 터진 극장골까지는 아니지만 후반 40분 이후 정규시간에 결승골이 나온 경기도 3차례나 됐다. 울산 현대는 후반 41분에 터진 결승골을 포함해 멀티골을 기록한 정재용의 활약으로 포항에 2-1로 이겼고 강원FC도 이근호의 후반 42분 결승골로 상주 상무에 2-1로 이겼다. 부천도 후반 43분 바그닝요의 결승골로 서울 이랜드에 2-1로 이겼다.
극장골로 승리를 챙긴 안산 그리너스 구단 관계자는 "창단 첫 경기부터 대박 경기가 나와 구단 스태프는 물론이고 팬들도 많이 즐거워했다"며 "호기있게 출범했지만 사실 창단팀이라 조직력이나 전력에서 다소 열세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전을 상대로 기분좋은 승리를 챙겨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다"고 자평했다.
◆ 개막전에만 6골을 넣은 사나이, 김신욱의 극장골은 위대했다
앞에서도 극장골에 대해서 얘기했지만 김신욱은 '개막전의 사나이'로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김신욱은 2009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개막전에서만 6차례나 골을 기록했다.
울산 현대에서 뛰었던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개막전 골을 기록한 김신욱은 2015년은 건너뛰고 지난해 3월 FC 서울과 공식 개막전에서 이재성의 코너킥을 헤딩을 받아넣으며 5번째 개막전 골을 성공시켰다.
특히 김신욱은 개막전 6골 가운데 벌써 2번째 극장골을 만들어냈다. 김신욱은 2013년 3월 2일 대구FC와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호베르또의 헤딩 크로스를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승리를 이끌어냈다. 당시에도 2-1 승리였다.
또 김신욱의 개막전 골 가운데 2011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결승골이 됐다. 2011년 경기에서는 1-2로 패했지만 이후 5번의 경기에서는 모두 결승골이 됐다.
이에 대해 김신욱은 "개막전은 한달 이상 분석할 시간이 있다. 다음 경기까지 이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경기마다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는 김진수와 이용이라는 최고의 좌우 풀백이 있기 때문에 헤딩골을 많이 넣고 싶다"고 말했다.
◆ 친정팀에 비수를 꽂은 이상호, 세리머니를 자제했다지만
지난해까지 수원 삼성의 '슈퍼소닉'이었던 이상호는 하필이면 라이벌 팀인 FC 서울로 이적했다. FC 서울은 그런 이상호에게 '레드소닉'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슈퍼매치에서 이상호의 이름이 연호되자 FC 서울에서는 응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수원 삼성 팬들은 새로운 팀에 가서 잘하라는 격려 대신 야유가 터져나왔다. 슈퍼매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이상호는 친정팀과 맞붙는다는 부담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잘하고 싶었기 때문인지 의욕만 앞섰고 제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다시 한 번 마음을 잡은 이상호는 결국 동점골을 만들어내며 환호했다. 동점골의 기쁨 때문인지 FC 서울 응원석에서 마음껏 세리머니를 했다.
이상호는 경기가 끝난 뒤 "친정팀이어서 최대한 세리머니를 자제했다"고 말했지만 가장 기뻐했다. 주먹을 불끈 쥐는 것으로만 세리머니를 간소화(?)하긴 했지만 불과 3개월 전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 때만 하더라도 야유를 보냈던 FC 서울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로 고개를 숙였다.
이상호는 "그동안 슈퍼매치에 많이 뛰었는데 수원 삼성 팬들에게 아유를 받고 FC 서울 팬들에게 환호를 받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며 "야유가 있어 부담이 됐지만 그래도 FC 서울 팬들의 응원이 더욱 뜨거웠기에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 1경기 만에 이상호의 피는 파랑에서 빨강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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