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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아산 우리은행 역대 최고승률 대기록에 가려진 한국 여자농구의 깊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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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아산 우리은행 역대 최고승률 대기록에 가려진 한국 여자농구의 깊은 그림자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3.07 0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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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승률 0.925 넘어 0.943 기록, 2위 삼성생명과 무려 15경기차…여자농구 얇은 선수층 그대로 대변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아산 우리은행이 한국 프로스포츠 역대 최고 승률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최고 승률 기록에 환호하고 기뻐했지만 한국 여자농구의 저변을 생각하면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우리은행의 최고 승률 뒤 드리워진 그림자가 너무 깊다.

우리은행은 6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최종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에 72-55로 이겼다. 우리은행은 33승 2패, 승률 0.943을 기록, 2008~2009 시즌 인천 신한은행(당시 안산 신한은행)이 세웠던 37승 3패(승률 0.925)를 넘어섰다.

▲ 아산 우리은행 선수들이 6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최종전에서 승리, 역대 한국 스포츠 최고 승률로 정규리그를 마감한 뒤 플래카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WKBL 제공]

우리은행은 2012~2013 시즌부터 정규리그에서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안착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승리할 경우 5년 연속 통합 챔피언에 오르게 된다. 그야말로 우리은행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현재 여자프로농구는 10년 동안 특정팀의 '독재'가 계속 이어졌다. 여름과 겨울리그가 아닌, 통합으로 치러진 첫 시즌인 2007~2008 시즌에 신한은행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이후 5년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2007 겨울리그를 포함하면 6시즌 연속 정상이었다.

신한은행은 다른 팀을 압도했다. 2011~2012 시즌에 29승 11패를 기록했던 것이 가장 저조한(?) 기록이었지만 이때도 승률이 7할(0.725)을 넘었다. 2008~2009 시즌은 9할까지 치솟았다.

2위와 승차도 5경기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2011~2012 시즌에 구리 KDB생명에 5경기차 앞서 정상에 오른 것이 가장 박빙(?)이었다. 9할 승률을 기록했던 2008~2009 시즌에는 2위 용인 삼성생명에 무려 14경기나 앞섰다.

이후 그 바통은 우리은행에 넘어갔다. 2012~2013 시즌 신한은행과 24승 11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 전적에서 앞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던 우리은행은 이후 7할이 넘는 승률로 여자프로농구를 평정했다. 모두 20승 이상을 넘겼고 올 시즌은 무려 33승이나 올렸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2007~2008 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10차례 시즌을 양분하는 동안 다른 팀들은 이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한국 여자농구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며 다른 팀들을 압도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세대교체다. 신한은행은 '레알 시대'를 구가했지만 세대교체에 실패하면서 2014~2015 시즌에 정규리그 2위에 오른 것을 끝으로 봄농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주전가드 최윤아는 두 시즌 연속 자신의 몫을 해주지 못했고 김단비만이 신한은행을 이끌었다. 얇은 선수층으로 레알 신한은행의 모습은 온데간데도 없게 됐다.

▲ 아산 우리은행 박혜진(왼쪽에서 두번째)와 임영희(왼쪽에서 세번째)가 6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최종전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WKBL 제공]

우리은행도 그렇게 될 위험성이 높다. 맏언니 임영희는 올해 37세로 점점 은퇴시기가 다가오고 있고 골밑을 탄탄히 지켜주고 있는 센터 양지희 역시 33세로 적지 않은 나이다. 사실상 에이스인 박혜진이 27세여서 아직 젊지만 선배들의 은퇴가 계속 이어진다면 현재 신한은행 김단비처럼 '외로운 에이스'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은행의 최고 승률 대기록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대기록이 과연 한국 여자농구가 정상적인 상황에서 나온 것인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은행의 최고 승률 대기록은 현재 한국 여자농구가 중병에 걸렸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기록이 두고두고 빛을 발하려면 한국 여자농구의 고른 체질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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