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6:22 (금)
[박상현의 스포츠 타임머신] 박주영 인터뷰 '대타'였던 손연재, 7년전엔 그도 '흙수저'였다
상태바
[박상현의 스포츠 타임머신] 박주영 인터뷰 '대타'였던 손연재, 7년전엔 그도 '흙수저'였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3.09 0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주영 공항서 몰래 빠져나갔을 때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2번의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으로 화려한 현역 마감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소위 말하는 '손연재 안티'들은 "또 손연재 얘기냐"고 험담을 늘어놓을지도 모르겠다. 제목만 보고 손연재를 챙겨주기 위해 이제는 멀쩡한 박주영(FC 서울)까지 끌어들이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안티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손연재가 실력 외 요건으로 리듬체조에서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다. 그도 처음에는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당했던 '흙수저'였다.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박주영과 손연재의 얘기를 하는 이유다.

2010년 당시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에서 쉽게 나오지 않는 유망주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지금의 손연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기자와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가능성은 있었지만 부상을 당한다거나 성장이 멈추는 등 돌발 상황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박주영과 손연재가 2010년 8월말 동시에 입국한 일이 있었다. 당시 박주영은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프리킥 골을 기록하는 등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끌어낸 스타였다. 이에 비해 세종고에 다니던 손연재는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열린 리듬체조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귀국하긴 했지만 관심 밖이었다.

스타급 선수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 입국장 인터뷰는 당연한 행사다. 지금은 선수가 인터뷰를 원하지 않을 경우 소속사를 통해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긴 하지만 2010년만 하더라도 그런 배려가 없었다.

그런데 박주영은 기자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도 박주영과 몇 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막 프로에 데뷔했던 박주영에게 구단을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주영이 성격 아시잖아요"라는 말만 들었다.

모나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8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 취재를 위해 모나코에서 있었던 기자는 박주영의 모나코 이적 소식에 현지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이 때 기자의 박주영에 대한 인상이 많이 나빠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박주영이 공항에서 '탈출'(?)했다는 점이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손연재가 "주영이 오빠 제일 먼저 짐 챙겨서 나가던데요"라고 전했다. 30여 명이 넘는 기자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숨바꼭질 입국'이라는 말을 달았다.

이때 눈에 들어온 인물이 손연재였다. 박주영을 놓친 취재진들의 대안이었다. 손연재에게 무례한 말이긴 하지만 '꿩 대신 닭'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물론 대한체조협회 관계자들과 대표팀 선수들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마치 기자들을 향해 "예의도 없게 박주영 놓치니까 대신 인터뷰한다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많이 언짢았을 것이다.

그 순간 손연재는 생글생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손연재의 인터뷰가 성사됐다. 이후 손연재가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로 썼고 런던 올림픽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결선까지 올라 메달권에 근접하는 성적을 올렸다.

손연재도 이처럼 처음에는 이런 수모 아닌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오직 자신의 길을 걸으면서 한국 리듬체조를 발전시켰다. 손연재가 없었다면 한국 리듬체조는 아직도 비인기종목이었을 것이다. 물론 손연재가 아닌 다른 선수가 나올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 그렇기에 일선 지도자들과 선후배들도 손연재를 인정하고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물론 손연재에게 흠이 있긴 했다. 손연재는 올림픽이 끝난 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한 것에 대해 온갖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최순실 라인'이라는 증명되지 않은 루머에 시달려야만 했다. 경위야 어떻든 손연재에게는 아픈 과거다.

손연재도 에이스로 발돋움하기 전까지는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맛봤던 '흙수저'였고 피나는 노력으로 세계 정상급까지 발돋움했다. 꿈많은 청소년기와 20대 초반을 오직 리듬체조에 매진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손연재가 안티 세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매도당할 인물은 아니라는 점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