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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 첫 목표 "창단 첫 아시아 제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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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 첫 목표 "창단 첫 아시아 제패한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3.04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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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리그 정상 찍고, 대표팀 세계선수권 대약진 밑거름 각오

[300자 Tip!] 고양 어울림누리 지하 빙상장은 언제나 후끈후끈(?)하다. 아이스하키 팀들의 훈련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아이스하키 팀들이 끝나면 곧바로 하이원 선수들이 두시간여에 걸쳐 뜨거운 땀방울을 흘린다. 경기장은 춥지만 열정은 빙판을 녹일 정도로 뜨겁다. 이처럼 열정이 뜨거운 이유는 우승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승 이후에 더 큰 목표도 있다.

[스포츠Q 글 박상현 기자·사진 최대성 기자] "제가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하키 리그에서 뛰고 있을 때 투리스라는 16살짜리 선수가 들어온 적이 있어요. 어린데도 정말 잘하는 선수였는데 결국 NHL(북미내셔널하키리그)로 갔어요. 그것도 1라운드 3순위로요."

하이원의 주전 공격수이자 '캡틴' 권태안(29)이 캐나다 유학 시절 얘기를 들려주면서 당시 만났던 한 선수를 회상했다. 그 선수는 바로 지난 2007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피닉스 코요테스의 지명을 받은 카일 투리스(25)다. 투리스는 현재 오타와 세네터스에서 뛰고 있다.

▲ 하이원 아이스하키 팀 '캡틴' 권태안이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훈련 준비를 하고 있다. 캐나다 유학파인 권태안은 주장이자 공격수로 하이원의 사상 첫 아시아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다.

권태안은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이고 스웨덴 등 하키 강국에서 온 선수들과 같은 팀에서 동고동락했다. 당시 옛 동료들은 지금 애드먼튼 오일러스와 캘거리 플레임즈 등 NHL팀이나 AHL(아메리칸하키리그), 독일 등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다고 한다.

권태안은 아시아리그에서 뛴다. 옛 동료들이 명문 리그에서 뛰고 있는 것을 비교하면 성에 차지 않을 법도 하다.

하지만 팀에서 '미스터 스마일'로 통하는 권태안은 늘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에게 닥쳐온 도전을 즐긴다. 바로 소속팀의 창단 첫 아시아리그 제패, 그리고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무한도전'이라는 높은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 일본을 넘어 더 높은 곳으로

하이원은 지난 2005년 아시아리그에 들어온 이후 네 차례 포스트시즌에 나갔지만 단 한 차례도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보지 못했다. 하이원을 가로 막은 건 언제나 일본이었다. 일본 실업팀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원은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2012~11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중위권에 머물던 하이원은 AHL에서 뛰던 마이클 스위프트(27) 등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데려오며 전력 강화에 힘썼고 결국 4위 자격으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 하이원의 주전 공격수 마이클 스위프트가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주 득점원인 스위프트는 특별 귀화로 올해부터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에서도 활약한다.

오는 8일부터 시작하는 4강 플레이오프의 상대는 바로 정규리그 1위팀 일본 오지 이글스다. 올시즌 여섯 차례 싸워 1승 밖에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정규시간 60분에서 패한 것이 두 번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연장전 또는 승부치기에서 졌다. 그만큼 팽팽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하이원 선수들은 자신감에 넘쳐 있다.

스위프트는 "3년 전에 하이원이 들어왔을 때는 첫 시즌이라 적응도 안됐고 뭐가 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팀워크도 다른 팀보다 훨씬 뛰어나다. 모든 선수들이 나의 '베스트 프렌드'다. 하이원이 분명 아시아리그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하이원과 닮아있는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하이원의 이런 모습은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무척 닮았다. 대표팀도 고비마다 일본을 넘지 못해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여전히 한국 아이스하키는 세계 순위 23위로 일본(22위)보다 밑이다.

그러나 대표팀은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켜 경기력 향상에 성공했다. 브락 라던스키(31·안양 한라)를 귀화시켜 치른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헝가리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헝가리와 영국을 꺾어 디비전 1A 잔류에 성공했다.

▲ 하이원 아이스하키 팀 김윤성 감독이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며 지도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제 한국 팀도 일본 팀과 대등하게 경기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차가 거의 없어졌다고 말한다.

일본과 실력차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도 일본을 이기지 못했지만 실업팀이든 대표팀이든 이제는 대등하다는 것이 일선 지도자들의 설명이다.

김윤성(43) 하이원 감독은 "아시아리그 출범 전까지만 해도 한국 실업팀은 일본에 10점차로 지던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비슷하다"며 "대표팀 역시 일본과 수준이 많이 났지만 지금은 이기기도 하고 지더라도 박빙이다.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리그가 끝나면 다음달 세계선수권이 벌어진다. 이를 위해 대표팀은 라던스키에 이어 스위프트와 브라이언 영(28)까지 특별 귀화시켜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스위프트와 영 모두 하이원 소속이다. 귀화선수들이 세계선수권에서 맹활약해준다면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도 있다.

세계선수권 출전 국가들 가운데 한국의 순위가 가장 낮다.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오스트리아(16위), 슬로베니아(14위)는 물론이고 일본과 헝가리(19위)에 심지어 디비전 1B에서 올라온 우크라이나(21위)도 한국보다 위다.

하지만 이번 세계선수권은 경기도 고양 어울림누리에서 열리기 때문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고양 어울림누리는 춘천 의암빙상장과 함께 하이원의 홈경기장이다. 세계선수권에서 하이원 소속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 하이원 김윤성 감독이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세밀한 움직임을 지시하고 있다. 하이원은 아시아리그 정규 시즌 1위팀인 일본 오지와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 무관심과 잘못된 선입견은 이제 그만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가장 안타까워 하는 것은 역시 무관심이다.

아시아리그가 지난 2003~04 시즌 출범해 올해로 11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관심은 무척 떨어진다. 아이스하키는 한국에서 '매니아 스포츠'에 불과하다.

게다가 아이스하키가 위험하고 폭력적인 스포츠라는 잘못된 선입견도 있다. 빙판 위에서 서로 몸을 부딪히고 때에 따라서는 싸움까지 벌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볼 법도 하다.

하지만 권태안은 "미국이나 캐나다, 북유럽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한다. 이런 저변이 결국 아이스하키 강국의 원천"이라며 "아직 인기도 없고 TV 중계도 없지만 저변이 더 확대된다면 한국 아이스하키 수준도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야구와 축구 정도까지 인기는 바라지 않지만 유소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 권태안(왼쪽)과 마이클 스위프트가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훈련이 끝난 후 어깨동무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태안과 스위프트는 하이원의 사상 첫 아시아리그 우승 뿐 아니라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순위 상승이라는 공동 목표를 가지고 있다.

특별 귀화로 한국 대표팀의 일원이 된 스위프트도 "캐나다에서는 걷기 시작할 때부터 스케이트를 신고 아이스하키를 하며 논다"며 "캐나다는 일상이지만 한국에서는 하루 날 잡아서 하는 스포츠인 것이 차이인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래도 이들에게는 희망이라는 두 글자가 가슴 속에 새겨져 있다. 희망이 있기 때문에 이들은 뜨거운 땀을 흘리며 차가운 빙판 위를 질주한다.

[취재 후기] 취재를 갔던 지난달 27일은 아직 하이원이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기 전이었다. 지난 1일 안양 한라, 지난 2일 대명 상무와 경기에서 승점을 챙기지 못하면 또 다시 플레이오프 문턱에서 좌절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마 하이원이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했더라도 이들의 열정은 계속 뜨거웠을 것이고 목표는 우승이었을 것이다.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아이스하키는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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