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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넷, 세터 이효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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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넷, 세터 이효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3.04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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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합류 후 제2의 전성기 맞아

[스포츠Q 민기홍 기자] “단연 이효희죠.”

2013-2004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에서 IBK기업은행의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이정철 감독은 세터 이효희(34)를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았다. 공격수들의 전유물인 MVP 타이틀에 망설임없이 세터를 거론할만큼 이 감독은 이효희의 토스를 극찬했다. 

서른넷. 맏언니 이효희는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 나이를 거꾸로 먹는 이효희

34세의 적지않은 나이. 이효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량이 늘었다는 평을 받는다. 이정철 감독 역시 우승 후 인터뷰를 통해 “지난 시즌보다 배구가 더 늘었다. 지난해에는 위급하면 알레시아에게 올렸지만 지금은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한다”며 농익은 이효희의 기량에 찬사를 보냈다. 

▲ IBK기업은행의 맏언니 이효희는 외국인 선수 한 명에 의존하지 않고 고르게 토스를 나누며 상대팀을 혼란에 빠뜨렸다. [사진=IBK기업은행 제공]

이효희는 “꾸준한 연습이 원동력이다. 보통 다른 팀은 노장이면 연습을 덜하고 경기에만 전념하는 분위기인데 반해 우리팀은 선후배 구분없이 연습을 똑같이 한다”며 “육체적으로 힘들긴하지만 열외없이 항상 같이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현역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선수생활은 팀에서 나를 원하고 내 몸만 따라준다면 언제까지나 하고 싶다”며 “나이를 먹다보니 플레잉 코치도 생각해보게 됐지만 아직은 선수가 좋다”며 당분간 은퇴할 일 없이 현역생활을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 잊을 수 없는 이름, 김사니

이효희는 V리그가 출범한 2005년 KGC인삼공사 소속으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김사니(33·로코모티브 바쿠)가 KGC인삼공사로 이적해 오면서 주전세터 자리를 내줬다.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이효희는 2008~2009시즌 최고의 공격수 김연경의 입맛에 딱 맞는 토스를 올려주며 개인 두번째 우승을 맛봤다. 그러나 이듬해 또다시 김사니가 흥국생명으로 이적해 오며 은퇴의 길을 택하고 7개월간 쉬게 됐다.

세트성공(세터의 토스로 인한 공격 성공) 부문 통산 6000개까지 부동의 선두를 달리던 이효희는 이 당시 공백 탓에 7000개부터 김사니에게 선두를 내줬다. 지난달 25일 현대건설과의 홈경기에서 42개를 더하며 김사니에 이어 개인 통산 2번째로 세트성공 9000개를 기록했다.

▲ 이효희는 지난달 25일 세트성공 9000개를 돌파했다. 김사니에 이어 여자 프로배구 두 번째 대기록이다. [사진=IBK기업은행 제공]

◆ 이정철 감독의 부름

2011년 8월4일 IBK기업은행 알토스 여자배구단이 창단했다. 1988년 KT&G(현 KGC인삼공사) 창단 이후 무려 23년만에 여자 배구팀이 생겼다.

신생팀 IBK기업은행의 첫 사령탑을 맡은 이정철 감독은 이효희의 녹슬지 않은 기량에 확신을 가졌다. 어린 선수들에게 경기 외적인 부분도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효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렇게 이효희가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체력이나 파워는 후배들보다 뒤떨어졌지만 간절함이 더해진 토스는 한층 무르익었다. 훈련이나 경기 중 팀이 흔들릴 때는 정신적 지주가 됐다. 1990년대 생들이 대부분인 어린 팀에서 맏언니가 중심을 잡아주자 동생들은 신바람을 냈다. 그리고 창단 3년만에 2번의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 이효희의 놀라운 능력

올시즌 여자부 6개팀의 외국인 선수 가운데 공격 점유율이 40%가 안되는 선수는 IBK기업은행의 카리나가 유일하다. 득점랭킹 10위 안에 카리나 외에도 박정아, 김희진 등 IBK기업은행 선수가 둘이나 더 있다. 외국인 선수에만 의존하지 않고 현란한 토스워크로 상대팀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증거다. 

이효희는 공격을 분배하는게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경기 전날 자기 전에 누우면 머릿속이 온통 플레이 계산으로 가득하다. 한 선수에게 의존하는 플레이가 아니다 보니, 상대편 블로킹이나 우리팀 공격 전략을 생각하느라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덕분에 경기 당일에는 특별히 어려운 점이 없다"고 덧붙였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한 IBK기업은행의 맏언니 이효희(가운데)의 다음 목표는 2년연속 통합우승이다.

◆ IBK기업은행과의 찰떡궁합

이효희는 IBK기업은행 정규직 사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통합우승 후 IBK기업은행은 이효희의 공헌을 인정해 현직 프로선수를 파격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해 예우해줬다. 이효희는 현역에서 은퇴하면 인력개발부에서 연수를 받은 뒤 IBK기업은행 소속으로 근무하게 된다.

선수생활을 마칠 위기에서 만난 새로운 팀 IBK기업은행에서 통합 2연패와 개인 통산 네번째 우승을 꿈꾸는 이효희는 세터 최초로 정규리그 MVP를 노린다. 그리고 올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재계약까지 앞두고 있다.

이효희는 “기업은행은 다른 팀들과 비교해 대우가 좋다”며 “FA니까 더 좋은 대우를 해주셨으면 하고 바라는건 사실이지만 기업은행에 오래 있고 싶다”고 말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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