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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승우 반말욕설 논란, 과거 행적까지 들춰내는 비난 삼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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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승우 반말욕설 논란, 과거 행적까지 들춰내는 비난 삼가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3.28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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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와 U-20 축구대회서 정태욱 실신 부상…구급차 늦게 투입되자 급박함 표현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이승우(FC 바르셀로나)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앰뷸런스 담당에게 반말과 욕설을 했어? 예전에도 자기 교체됐다고 불만 터뜨리고 그러더니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한국 축구대표팀의 '중추'인 이승우를 향한 불편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승우의 옛날 행적까지 들춰가면서 인성에 대해 문제삼기까지 한다.

이승우가 반말과 욕설 논란에 휘말리게 된 경위는 이렇다. U-20 대표팀 수비수 장신 수비수 정태욱(아주대)이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잠비아와 아디다스컵 U-20 4개국 축구대회 2차전에서 헤딩볼을 따내려던 도중 상대 선수의 왼쪽 어깨에 머리를 부딪혔다.

그대로 정신을 잃은 정태욱은 그라운드에 떨어지면서 다시 한 번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충돌과 함께 추락하는 순간 선수들은 이미 정태욱의 부상이 심각함을 깨달았다. 심판 역시 정태욱의 기도 확보를 위해 달려들었고 대표팀 팀닥터까지 투입됐다.

하지만 앰뷸런스가 문제였다. 한시가 급박한 상황에서 경기장 왼쪽 측면 트랙에 자리하고 있던 앰뷸런스가 꼼짝하지 않고 있었던 것. 이에 다급해진 선수들이 급하게 앰뷸런스를 다시 불렀다. 앰뷸런스가 투입된 시간은 정태욱이 부상을 입은지 거의 1분 30초 가량 지난 뒤였다.

뇌진탕 같은 부상은 눈 깜짝할 사이에 '골든 타임'이 지나간다. 자신의 동료가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앰뷸런스가 늦게 투입됐다면 그 마음이 어떨까. 반말과 욕설이 터져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자신의 가족이 같은 상황이라면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승우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일부 네티즌들은 반말과 욕설을 했다며 인성을 문제삼고 있다. 여기에 이승우에 대한 과거 행적까지 들춰내는 언론까지 있다. 평가전 당시 자신이 일찍 교체된 것에 대해 불만을 품은 이승우의 일까지 들먹이기도 했다. 어떻게 해서든 이승우를 깎아내리려는 태도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정작 비난을 받아야 할 당사자는 사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미적거렸던 앰뷸런스 관계자가 아닐까 싶다. 나름의 이유야 있겠지만 급박한 상황을 감안하면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처가 아쉬운 장면이었다. 

직접 천안종합운동장에서 경기를 관전했다는 팬은 "앰뷸런스 기사가 정태욱이 들것에 실려나올 줄 알고 꼼짝하지 않았다"며 "선수들이 다급하게 손짓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움직였다. 선수들의 사인이 있은지 1분이 지나서야 경기장에 진입한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태욱이 곧 의식을 되찾은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지만 응급처치가 늦어 골든 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아까운 인재를 잃었던 옛 기억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스포츠 현장에서 응급 처치가 늦어져 아까운 인재를 잃은 것을 수차례 목격했다. 임수혁(전 롯데 자이언츠)은 유명을 달리 했고 두 차례나 U-20 월드컵에 출전하며 차세대 공격수로 유망전도했던 신영록(전 제주 유나이티드) 역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예전 축구 선수로서 뛰어다니던 활약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늦은 응급처치에 수많은 인재를 잃고도 한국의 스포츠 현장은 여전히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이승우를 비롯해 U-20 대표팀 선수들은 이런 현실에 가슴을 친 것이다. 어떻게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선수들에게 비난의 화살과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이승우에게 모진 비난을 해댄 사람과 언론부터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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