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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잔혹사' 한국전력, 날개 단 쥬리치의 희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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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잔혹사' 한국전력, 날개 단 쥬리치의 희망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1.02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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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대 3경기만에 트리플크라운, 신영철 감독 "시간 갈수록 나아질 것"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지긋지긋했던 ‘외인 잔혹사’를 청산하고 이제는 비상할 수 있을까.

지난 시즌 순위 레이스에서 일찌감치 밀렸던 한국전력이 만만찮은 전력을 보여주며 배구계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그 중심에 장신 라이트 공격수 미타르 쥬리치(25)가 있다.

쥬리치는 지난달 30일 충남 아산이순신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방문경기 우리카드전에서 42점을 폭발하는 가운데 후위공격 16점, 블로킹 5점, 서브에이스 3점으로 자신의 첫 트리플크라운까지 달성하며 3-2(24-26 25-16 25-21 23-25 19-17) 승리를 견인했다.

▲ 쥬리치는 그리스 국적의 장신 공격수다. 한국전력의 외인 잔혹사를 청산하고 지난 2년간 굴욕의 역사를 만회해야만 한다. [사진=KOVO 제공]

그는 시즌 첫 경기였던 지난달 20일 구미 원정경기에서 LIG손해보험을 제압할 때도 양팀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24점을 올리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 7승23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만 했던 한국전력은 개막 3경기만에 2승을 수확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영철 감독은 개막전을 앞두고 “다른 용병(레오, 아가메즈, 시몬)보다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본인의 역할만 해주기를 바란다”며 “용병이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되는데 쥬리치는 한국 스타일에 적응해야 한다”고 평가를 유보했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점차 나아지는 그를 보면서 “세터와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몸상태도 최고가 아니다”라며 “시간이 갈수록 더욱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잘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신뢰를 보였다.

▲ 지난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쥬리치는 "팀이 지난 시즌 보다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스포츠Q DB]

한국전력으로서는 고비마다 큰 공격으로 포인트를 올려주는 쥬리치의 활약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을 거친 외국인들은 함량 미달 또는 부상 등의 사유로 일찌감치 짐을 쌌던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시즌을 하위권에서 보내야만 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2009~2010 시즌 구단 사상 처음으로 영입했던 브룩 빌링스(미국)는 부상을 입고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대체 선수였던 조엘 슈무랜드(캐나다)는 토종 공격수보다도 못했다.

밀로스 쿨라피치(마케도니아), 안젤코 추크(크로아티아) 등도 거쳐갔지만 명성에 비해서는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안젤코같은 경우 삼성화재의 2연패를 이끌던 그 안젤코가 아니었다.

지난 시즌에는 무려 3명의 선수가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다. 에디에르 산체스(쿠바)는 팀에 적응하지 못하며 떠났고 밀로스가 3년만에 친정으로 돌아왔지만 신영철 감독을 한숨 짓게 만들었다. 세계적인 공격수로 이름을 떨치던 레안드로 비소토(브라질)가 합류했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비소토는 한국 배구의 훈련량이 너무 많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외국인 선수로 인한 고민을 덜기 위해 비시즌 동안 터키, 이탈리아 등을 돌며 우수한 선수를 물색했고 결국 쥬리치를 낙점했다.

211cm, 112kg의 거구인 쥬리치는 지난 시즌 터키 할크방크에서 뛰며 베스트 득점상과 베스트 스파이커상을 수상한 선수다.

할크방크는 그의 활약을 앞세워 리그 정상에 올랐고 유럽배구연맹(CEV) 주최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쥬리치는 2014 유러피언리그에서 득점과 서브 에이스 1위에 올랐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 쥬리치는 지난달 우리카드전에서 후위공격 16점, 블로킹 5점, 서브에이스 3점을 올려 한국 무대 데뷔 3경기만에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사진=KOVO 제공]

보스니아 출신이지만 그리스 국적을 획득해 그리스 국가대표로 맹활약하고 있다. 높은 점프력을 바탕으로 파워 넘치는 스파이크를 때린다. 지난 시즌 전광인에게만 집중됐던 단조로운 공격을 하던 한국전력은 쥬리치의 합류로 완벽한 밸런스를 갖추게 됐다.

물론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득점 5위(91점)로 공격력은 검증받았지만 공격성공률은 47.50%에 머물러 있다. 신 감독의 바람대로 LIG손해보험에서 합류한 주전 세터 권준형과 좀 더 호흡을 맞출 필요가 있다.

2011~2012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4위에 올라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던 한국전력은 이후 2년간 리그 최하위, 통합 전적 9승51패라는 굴욕적인 성적을 냈다. 모처럼 제대로 된 외국인 선수를 맞은 한국전력은 수모를 씻고 태풍의 눈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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