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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여자축구 평양 기적, 북한 트라우마는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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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여자축구 평양 기적, 북한 트라우마는 이제 안녕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4.14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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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맞대결까지 1승 3무 14패 절대 열세…2005년 유일한 승리 뒤 9연패 사슬 끊고 2연속 무승부로 자신감

[김포공항=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키프러스컵에서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을 봤을 때부터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젠 더이상 북한을 상대로 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겠다며 자신감이 싹트기 시작했죠."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3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이구동성으로 북한이 더이상 두렵지 않다고 했다. 이젠 '북한 트라우마'는 없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북한이라는 존재는 웬지 모르게 부담되는 존재였다. 한국 여자축구는 그동안 '아시아 빅4' 가운데 일본, 중국, 호주를 상대로 열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북한만큼은 아니었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주장 조소현이 13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자신을 본따 만든 A매치 100경기 출전 기념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일본전 A매치 전적은 4승 9무 14패, 중국을 상대로는 4승 5무 25패다. 호주에도 2승 1무 12패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도 이들 팀을 상대로는 2승 이상씩을 거뒀다.

그러나 북한에는 1승 3무 14패다. 일본, 중국을 상대로 한 경기보다 맞붙은 것이 더 적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전보다 더 적은 호주전에서도 2승을 거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남북관계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에 남북전 역시 특수한 상황이 돼 선수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긴장과 부담 때문에 경기력을 최고로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북한이라는 존재는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 존재였다. 이 때문에 2014년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도 마지막을 버티지 못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언제나 눈물을 흘렸던 쪽은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다소 경기력이 약해진 것이 기회가 됐다. 현재 북한은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우승 멤버를 중심으로 선수들 연령을 크게 낮추고 있는 중이다. 성인 대표팀 경험이 적은 선수가 많이 들어와 조직력이 예전보다 못한 북한을 키프러스컵을 통해 직접 본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물론 이번에도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북한을 상대로 이기지 못했다. 지난 2005년 여자 동아시아연맹컵에서 1-0으로 이긴 이후 12년 가까이 북한을 꺾지 못했다. 북한전 11경기 연속 무승이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을 통해 북한전 9연패 사슬을 끊었고 2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2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했다. 이젠 북한 여자축구를 넘어설 자신감을 얻었다.

조소현은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인터뷰에서 "북한과 라이벌 의식을 갖고 뛰었다. 북한이 신경전을 벌여 여기에 밀리지 않으려고 우리도 맞대응했다"며 "김일성경기장에 모인 5만의 관중들이 우리를 응원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뛰었다. 일방적으로 밀리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본다. 북한을 두려워할 필요없다"고 말했다.

언제나 북한에 덜미를 잡혀 눈물을 흘리는 시기는 지났다. 여자아이스하키가 북한을 역전시켰듯 이젠 여자축구도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거둔 기적의 무승부와 여자아시안컵 본선 진출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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