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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와 'S라인' '몸짱'에 갇힌 사람들,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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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와 'S라인' '몸짱'에 갇힌 사람들, 그 이유는?
  • 김주희 기자
  • 승인 2017.05.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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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주희 기자] 요즘 너도나도 복근 만들기에 한창이다. 유명 연예인들은 물론이요, 일반인들조차 매한가지다. 그것은 남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또 남성의 경우 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왜 이토록 복근 만들기에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일까? 물론 복근이 있으면 더 건강할 수 있다. 한데 문제는 복근을 만들려다 건강까지 해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게 무리해서 복근에 열광하고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예계의 대표 ‘몸짱’ 배우인 차승원은 간혹 방송에서 고강도 운동의 어려움을 토로하곤 한다. 과거 YTN '뉴스 & 이슈'에서도 그는 "나는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몸짱 배우인 그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의사로부터 일주일에 운동을 3~4일만 하라는 처방을 받을 정도로 운동에 전념을 한다. 최근 또 다른 방송에서는 배우만 아니면 그 힘든 운동을 안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럼 도대체 그가 몸을 혹사하면서까지 운동하는 까닭은 뭘까? 한 마디로 그 이유는 배우 차승원에게 있어 강인한 근육질 몸은 강력한 무기이며 재산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내는 배우야 그렇다고 하고 일반 남성의 경우는 왜 이렇게 복근에 집착하는 것일까? 복근을 남에게 자랑스럽게 보일 일도 없는데 말이다. 사실 요즘 헬스클럽에 가면 복근 만들려고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을 쉽게 목도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상징자본’이라는 개념이 떠오른다. 상징자본이란 타인에게 자신을 ‘있어’ 보이게 하는 것들을 이른다. 가령 명품이나 고급스런 문화적 취향 등이 그런 것들이다. 여성의 ‘날씬한 몸’과 복근을 비롯한 남성의 근육질 몸매는 남들과 차별화하는 것은 물론 ‘있어’ 보이게 하는 상징자본의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돈 쿨릭(미국 뉴욕대 교수)과 앤 메널리(캐나다 트렌트대학 교수)는 <FAT 팻 -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에서 "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 뚱뚱함은 가난함의 상징"이라며 "수치심, 불안, 경멸의 어조를 담아 '팻!'이란 단어를 내뱉는다"고 밝히고 있다. 반대로 '날씬한 몸매'와 ‘식스팩’은 '계급적으로 우월하고 문화적으로 세련됐다'는 걸 입증해준다고 볼 수 있다.

실로 우리나라 역시 사장님의 ‘똥배’가 만병의 근원인 비만의 상징으로 하루아침에 전락해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초콜릿 복근이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는 우리를 정신없이 휘몰아치고 있다. 가히 복근에 대한 찬미를 넘어 숭배하는 분위기다.

수지 오바크는 <몸에 갇힌 사람들>에서 “문제는 바로 왜곡된 미의식을 조장하는 각종 산업(다이어트, 패션, 식품, 제약 등)들이다. 이들 산업은 포토샵으로 보정한 이미지를 유포함으로써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몸’에 대한 관념을 전달한다. 그런 이미지들의 공격에 수시로 노출된 사람들은 그에 부합하지 않는 자신의 몸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현대인을 착취하는 데 혈안이 된 산업들은 끊임없이 최신 유행을 만들어내며 우리를 현혹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피해자로 인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흐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의 결함을 고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아니라, 부족한 노력과 얄팍한 지갑뿐이다.”고 지적한다.

외모지상주의와 다이어트 열풍을 거대한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꼬집는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뱃살 가득한 복부에 초콜릿 복근을 선명하게 새기기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힘든 운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너무 무리해 덜컥 병이 생기기도 일쑤다, 또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운동법을 몰라 허리를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로 외적 몸을 위해 내적 몸(건강)을 해치는 우를 범한다. 여성의 다이어트 열풍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 대세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인가?

뉴욕타임즈가 지그문트 프로이트 이래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신분석가라고 극찬을 서슴지 않는 수지 오바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몸을 바라보는 우리의 비뚤어진 시각을 바로잡는 일이다. 우리는 ‘단 하나의 몸’만을 강요하는 스타일산업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의 몸을 ‘당연하고 즐거운 것’으로 여겨야 한다. 우리 몸은 우리가 제작해야 할 상품이 아니라, 평화롭게 깃들여 살아가야 할 장소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는 것, 그것을 아름답지 못하게 만든 것은 대중문화의 조작된 이미지라는 것,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획일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신만의 진정한 개성과 가치라는 사실을 일깨어야 한다.”고 큰 목소리로 조언한다.

복근이여, 그것이 진정 자신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누가 토를 달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건강을 해치고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라면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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