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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한송이의 전방위 희생, '팀을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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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한송이의 전방위 희생, '팀을 위해서라면'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1.09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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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라이트 이어 이번 시즌 센터로 포지션 이동, GS칼텍스 연패 수렁 벗어나 도약 준비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지난 시즌 챔피언 GS칼텍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5경기를 치른 현재 1승4패로 6개 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5일 경기도 평택 이충문화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를 3-1(25-22 16-25 25-20 25-22)로 제압하고 4연패 사슬을 끊었다는 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한송이(30)의 포지션 변경이었다. 1승이 시급한 이선구 감독은 한송이를 센터로 기용하는 초강수를 뒀다. 186cm에 팔이 긴 한송이는 상대 주공격수 니콜 포셋의 스파이크를 여러 차례 바운드시켰고 블로킹 3개를 잡아내며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 한송이는 이번 시즌부터 주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았다. 어느덧 후배들을 다독이며 팀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가 됐다. [사진=GS칼텍스 제공]

경기 전까지 3491점을 기록하고 있던 한송이는 이날 경기에서 9점을 보태 황연주(현대건설)에 이어 역대 여자부 통산 2호 3500득점이라는 금자탑도 쌓았다. 프로배구가 출범한 2005년부터 11시즌 동안 큰 부상 한 번 없이 꾸준히 코트를 지켜낸 훈장이다.

그는 253경기에 출전해 공격으로만 3012점(2위)을 올렸다. 블로킹은 382개(4위), 리시브 2244개(4위), 디그 3122개(5위) 등 공수 모든 부문에 걸쳐 통산 성적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국가대표로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2014년 인천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시즌에는 주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았다. 이숙자의 은퇴로 어느덧 정지윤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선수가 됐다. 자기 것에만 집중하던 과거와는 달리 후배들을 다독여야 하는 자리에 올라섰다.

▲ 한송이(왼쪽)는 공수 전 부문에 걸쳐 통산 기록 상위권에 랭크돼 있는 한국 여자 배구의 전설이다. [사진=GS칼텍스 제공]

한송이의 진가는 단순히 배구를 잘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주포지션은 레프트지만 팀 사정을 위해서라면 자리를 옮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초등학교 때 배구를 시작한 이후 20년간 줄곧 레프트로 뛰었지만 프로 무대에 와 생소한 포지션들을 거뜬히 소화했다.

지난 시즌 GS칼텍스가 우승을 한 숨은 힘이 바로 한송이의 희생정신이었다. 그는 준수한 공격력을 지닌 이소영의 합류하자 라이트로 이동해 궂은 일에 신경을 집중했다.

그는 우승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내 포지션이 아닌 것 같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했다”며 “나를 내려놓자고 생각하니 점점 마음이 편해졌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시즌은 센터다.

지난 시즌까지 GS칼텍스의 중앙을 책임졌던 정대영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했다. 이를 대비해 종종 센터 훈련을 해왔던 한송이는 이 감독의 작전과 상대 라인업에 따라 센터와 레프트를 오가고 있다.

▲ 한송이는 리시브, 블로킹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번 시즌에는 레프트와 센터를 오가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한송이의 센터 변신이 대성공을 거뒀다고 보기는 아직 힘들다. 이제 센터로서 3경기만 치렀을 뿐이다. 그러나 챔피언의 저력을 갖춘 GS칼텍스가 연패 수렁에서 탈출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될 수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에도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막강 전력으로 평가받던 IBK기업은행을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었다. 단기전에서 이기는 법을 아는 그들이 한송이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여자 배구가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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