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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영, 누구도 예상 못했기에 더욱 슬픈 '무실점' 역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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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영, 누구도 예상 못했기에 더욱 슬픈 '무실점' 역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07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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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전 5이닝 피안타 2개·볼넷 3개…팀 역전패로 밫 바래

[목동=스포츠Q 박상현 기자] 오재영(29·넥센)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깜짝 호투를 선보였다. 그렇기에 더욱 슬펐다. 팀이 역전패를 당하면서 그의 호투가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오재영은 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로 나와 5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3개를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오재영은 5회말 비니 로티노의 선제 솔로홈런으로 팀이 1-0으로 앞선 6회초 마운드를 중간 계투 조상우에게 물려줬다. 오재영은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8회초 손승락이 이승엽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1-1 동점이 됐고 한현희가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맞으면서 1-3으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그는 분명 영웅이 될 수 있었다. 적어도 7회말까지는 영웅이었다. 8회초와 9회초 역전을 당하면서 그도 쓸쓸히 경기장을 떠났다.

▲ [목동=스포츠Q 최대성 기자] 넥센 선발투수 오재영이 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 정규시즌 약했던 모습 완전히 날려버린 호투

오재영은 올 시즌 삼성에 유독 약했다. 2경기에 나와 4이닝을 막는데 그쳤다. 13개의 안타를 허용했고 이 가운데 홈런도 하나 끼어있었다. 무려 12점을 잃어 평균자책점이 27.00이나 됐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삼성의 선발투수는 장원삼. 장원삼은 올 시즌 넥센을 상대로 2승 1패에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매치업만 놓고 보면 삼성의 절대 우세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는 정규 시즌의 기록과 무관했다. 일방적으로 삼성쪽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5회초까지 0의 행진이 이어졌다. 타고투저의 올 시즌 보기 드문 투수전이었다.

오재영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회초 야마이코 나바로와 박한이를 각각 3루수 앞 땅볼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 2사를 잡고도 채태인에게 볼넷을 내준 뒤 최형우에게 우중간으로 빠지는 2루타를 맞았다. 이어 박석민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2사 만루 상황을 맞았다. 다음 타자는 이승엽이었다.

오재영은 이승엽이 부담된 듯 2개의 공을 모두 볼로 던졌다. 볼 하나만 더 던지면 밀어내기까지 각오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3구째에 이승엽의 방망이가 나갔고 공은 중견수에게 잡혔다.

4회초에는 이승엽에게 볼넷, 진갑용에게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안타로 2사 1, 2루가 된 뒤 김상수의 타석 때 2루 견제 실책으로 1, 3루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김상수의 타구 역시 중견수에 잡히면서 이닝이 끝나 위기를 넘겼다.

▲ [목동=스포츠Q 최대성 기자] 넥센 선발투수 오재영이 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10년만에 한국시리즈서 다시 만난 삼성, 놓쳐버린 승리

오재영에게 이번 한국시리즈는 10년만이다.

당시 19세 고졸 새내기였던 오재영은 2004년 10월 27일 삼성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5⅔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고 안타 1개와 볼넷 4개만 내주면서 무실점 역투했다.

오재영이 생애 처음으로 등판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승리를 따내는 기염을 토하면서 현대는 2승 1무 1패로 앞서가며 한국시리즈 우승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세월은 무려 10년이 흘렀다. 현대는 해체됐고 넥센이라는 새로운 팀에서 다시 시작했다.

오재영은 데뷔 시즌 10승(9패)을 달성하며 신인상까지 받았지만 더이상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5년 1승 11패의 극도 부진을 보였고 2009년 이후부터는 주로 중간계투로 활약했다.

올해 선발로 복귀한 그는 21경기에 나와 5승 6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평균 자책점은 6.45나 됐고 신뢰할 수 있는 선발투수는 되지 못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달랐다. LG와 플레이오프 3차전 호투에 이어 삼성과 한국시리즈 3차전 역시 10년 전 전성기의 면모를 되찾았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전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오재영은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선수다. 오늘 몸쪽 직구를 적절하게 잘 써야 바깥쪽도 잘 쓸 수 있다"며 "스트라이크존에 좀더 깊숙히 찔러넣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재영은 이를 그대로 실천했다. 위기가 있긴 했지만 최고 시속 142km의 빠른 공으로 앞세워 타자들을 요리해나갔다. 2회초 마지막 타자 나바로부터 4회초 첫 타자 박석민까지 다섯 타자 연속 범타로 돌려세우는 등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다.

이번 한국시리즈 3차전 역시 당시 상황과 흡사하다. 10년 전에는 5차전이었지만 1승 2무 1패로 팽팽하게 맞서있던 상황이었다.

오재영은 이번에는 웃지 못했다. 10년 전에는 심정수가 홈런을 쳐주면서 든든한 지원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팀 타선은 1점으로 묶였고 믿었던 손승락-한현희 계투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도 그에게는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을 수 있다. 4차전과 5차전 가운데 한 경기를 잡는다면 6차전에 다시 나설 수 있다. 오재영이 6차전에 나서 10년만에 웃을 수 있을까.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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