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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의 진정한 힘, 세터가 만들어낸 대역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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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의 진정한 힘, 세터가 만들어낸 대역전극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08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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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이민규와 호흡 삐걱…곽명우로 바꾼 OK저축은행, 한국전력에 승리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안산 OK저축은행이 과연 시몬 한 선수 때문에 강한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시몬의 공격력이 한층 빛을 발하려면 그에게 올려주는 토스가 좋아야 한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선수가 바로 세터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명승부가 벌어졌다. NH농협 2014~2015 V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OK저축은행과 수원 한국전력의 맞대결에서 세터의 활약에 승패가 바뀌었다.

OK저축은행은 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1, 2세트를 내리 내주다가 3세트부터 5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한국전력에 3-2(19-25 21-25 25-23 25-21 15-12) 역전승을 거뒀다.

1, 2세트와 3~5세트가 확연하게 달라진 것은 바로 세터 한 명이 경기 분위기를 바꿔놨기 때문이었다. 세터 한 명이 시몬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도 달라졌다.

▲ OK저축은행 선수들이 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OK저축은행 제공]

◆ 국가대표 세터 이민규, 아직 시몬과 호흡 불일치

OK저축은행의 주전 세터는 이민규다. 지난 시즌 장신 세터로 OK저축은행(당시 러시앤캐시)의 유니폼을 입은 이민규는 컴퓨터 세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역시 OK저축은행에서 믿을 수 있는 선수는 이민규다.

하지만 이민규가 월드리그부터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지는 대표팀 일정을 보내느라 OK저축은행에서 훈련을 해보지 못했다. 역시 시몬과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적었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우리만의 빠른 배구를 하기 위해서는 세터가 중요한데 이민규가 대표팀 차출로 제대로 손발을 맞춰보지 못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맞춰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민규와 시몬의 호흡은 잘 맞지 않았다. OK저축은행이 1, 2세트를 한국전력에 내준 것도 호흡이 맞지 않아 시몬의 공격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시몬스터'라도 적절하게 토스를 올려주지 못한다면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이민규는 OK저축은행의 주전세터다. 그러나 대표팀에 차출되는 동안 아직 팀내 호흡이 맞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환호하고 있는 이민규. [사진=KOVO 제공]

이날 시몬은 17개의 범실을 기록했다. 1세트에서만 범실 6개가 나왔다. 또 시몬은 1세트에서 8득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공격 성공률이 37.5%로 뚝 떨어졌다.

시몬의 실책이 이어지니 한국전력에 밀렸다. 12-14에서 이민규의 서브가 라인을 벗어나고 이민규의 토스를 받은 송희채의 속공과 시몬의 오픈 공격은 블로킹 벽에 막히거나 밖으로 나갔다. 12-17까지 뒤지면서 1세트를 19-25로 내줬다.

2세트에서는 비교적 호흡이 맞아가면서 범실이 줄어들고 공격 성공률도 올라갔지만 역시 세밀한 부분에서 차이가 났다.

20-21로 뒤진 상황에서 시몬의 시간차 공격이 아웃이 됐고 21-23에서는 송명근의 퀵오픈 공격이 권준형의 블로킹에 막히면서 세트 포인트를 내줬다. 21-24에서도 송명근의 퀵오픈이 아웃이 돼 2세트까지 내줬다.

이민규와 호흡 불일치가 시몬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도 악영향을 미친 셈이다.

▲ OK저축은행 시몬(오른쪽)과 곽명우가 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둔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OK저축은행 제공]

◆ 이민규 없을 때 함께 호흡 맞춰봤던 곽명우 나온 뒤 반전

하지만 OK저축은행에는 또 한 명의 세터가 있다. 바로 곽명우다. 김세진 감독은 1, 2세트를 모두 잃자 이민규를 빼고 곽명우를 투입했다.

김세진 감독이 곽명우를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민규가 없었을 때도 곽명우와 호흡을 맞추는 훈련을 해왔다.

김세진 감독은 "아산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진 여파가 있었던데다가 공 처리가 어설프고 불안한 것이 있었다. 이민규의 토스가 불안해 시몬 공격과 잘 안맞았다"며 "하지만 곽명우가 너무 잘해준다. 적극적인 모습을 언제나 보여주는 선수"라고 밝혔다.

이는 적중했다. 1세트 37.5%, 2세트 50%에 그쳤던 공격 성공률이 3세트에서 57.14%로 부쩍 올라갔다. 범실이 4개 나오긴 했지만 3세트에만 12점을 몰아치면서 대반격을 시작할 수 있었다.

▲ OK저축은행 시몬(왼쪽)이 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블로킹 벽을 넘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OK저축은행 제공]

23-23에서 하경민의 세트 범실로 세트 포인트를 만든 OK저축은행은 하경민의 속공을 김규민이 블로킹으로 막아내며 세트를 따냈다.

4세트에서는 시몬의 공격력이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공격 성공률이 86.67%에 달했다. 4세트에만 13점을 몰아친 시몬의 원맨쇼 속에 리드를 지켰다.

22-20에서 시몬의 오픈 공격과 박원빈의 블로킹으로 세트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시몬의 서브가 네트에 걸려 점수와 서브권을 내주긴 했지만 역시 한국전력에서도 권준형의 서브가 밖으로 나가며 25-21로 OK저축은행이 승리했다. 세트 스코어 2-2가 됐다.

시몬이 다소 지친 기색을 보이면서 5세트에서는 공격 성공률이 30.77%로 떨어지긴 했지만 송명근이 그 빈 자리를 메웠다. 60%의 공격 성공률을 보이며 5세트에만 3점을 올려 승리에 기여했다.

◆ 시몬을 더욱 강하게 하는 것은 세터의 힘

세터 한 명에 희비가 교차되긴 했지만 역시 OK저축은행은 주전 세터 이민규의 활약에 기대야 한다. 후보 세터에만 맡길 수는 없다. 물론 경쟁 체제가 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긴 하겠지만 주전 세터에게 확실하게 맡기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세진 감독도 "시몬과 더 대화를 하겠다. 아직까지 이민규와 호흡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훈련을 계속 하고 맞춰가야 한다"며 "하지만 이제 1라운드다. 조급해할 것은 없다. 대화를 통해 어떤 것이 맞고 맞지 않느냐를 대화한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OK저축은행 시몬(왼쪽에서 두번째)이 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자신의 통산 세번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뒤 트리플크라운상을 수상하고 있다. [사진=OK저축은행 제공]

이날 블로킹 득점 3점, 서브 득점 4점, 백어택 득점 16점으로 다섯 차례 출전 경기 가운데 벌써 세 차례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시몬은 "리듬을 잃어서 1, 2세트 흔들렸지만 작전시간을 통해 리듬을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민규가 대표팀에 있었기 때문에 주로 곽명원과 훈련했다"며 "하지만 이민규와 꾸준히 훈련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경기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정신력도 가다듬겠다"고 전했다.

OK저축은행은 이날 승리로 4승 1패, 승점 11로 한국전력을 3위로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다. 선두 인천 대한항공과 승패는 같지만 승점 1이 뒤진다.

앞으로 OK저축은행이 일으킬 파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분명 시몬이 있다. 하지만 시몬의 고공 스파이크 공격을 보기 전에 바로 그 앞을 봐야 한다. 그 곳에 OK저축은행의 진정한 힘이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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