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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다' 불혹 장소연, 클래스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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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다' 불혹 장소연, 클래스는 영원하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2.16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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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스타팅 출장 11득점 맹활약, 현역 감독보다도 나이 많은 불혹 투혼

[스포츠Q 민기홍 기자] 베테랑이란 이런 것이다. 불혹의 센터 장소연(40·한국도로공사)의 경쟁력은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장소연은 15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원정경기 KGC인삼공사전에서 11점을 올리며 팀의 3-1(25-16 22-25 25-18 25-17) 승리에 힘을 보탰다.

지난 10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홈경기 흥국생명전에서 3세트 정대영의 교체 선수로 투입돼 4점을 올린 그는 시즌 처음으로 스타팅 멤버로 나선 경기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 장소연은 15일 시즌 첫 스타팅 멤버로 출전한 KGC인삼공사전에서 11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사진=KOVO 제공]

◆ 현역 감독보다도 나이가 많다, 22살 아래 동생과 함께 뛴다

‘오빠 리더십’을 선언한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은 1975년생, 장소연보다 한 살이 적다. 장소연이 실업 무대에 뛰어든 것이 1992년이었다. 현재 리그 막내 1996년생 고교생들은 당시 세상에 없었다. 많게는 22살 아래의 선수들과 뛰고 있는 것.

부산 경남여고 시절 세터 강혜미와 소속팀을 고교 3관왕으로 이끌었던 그는 선경(SK케미칼)에 둥지를 틀고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만년 하위권에 머무르던 팀의 성적을 끌어올린 것은 물론이요 태극마크를 달고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데도 일조했다.

슈퍼리그 9연패에 빛나는 호남정유(LG정유)가 가장 껄끄러워 했던 상대가 장소연이 버티는 SK케미칼이었다. IMF 사태로 인해 팀이 해체되며 현대건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장소연-강혜미 콤비는 1999~2000 시즌부터 2004 V투어까지 팀을 5연패로 이끌며 리그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강혜미가 올려주고 장소연이 때리는 이동공격은 주공격수가 원블로커를 두고 때리는 퀵오픈에 버금갈 만큼 확실한 공격옵션이었다. 블로킹, 속공, 이동 부문에서 그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그렇게 장소연에게는 늘 ‘한국 최고 센터’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었던 장소연은 모기업의 경영난 속에 구단 해체설까지 나돌자 코트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국가대표와 V투어를 끝으로 그는 현역에서 물러났다. V리그 원년에는 선심으로 활약하며 배구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 코트가 그리운 언니, 두 번의 프로 복귀 

2009~2010 시즌, V리그 여자부 드래프트가 술렁였다. 장소연이 1라운드 3순위로 KGC인삼공사에 지명된 것. 현역에서 물러난 지 4년이 흘렀지만 그는 실업리그에서 뛰며 꾸준히 몸을 만들고 있었고 프로로 복귀했다.

KGC인삼공사는 몬타뇨라는 괴물 외국인 선수에다 산전수전 모두 겪은 센터의 영입으로 일약 우승후보로 도약했고 2009~ 2010, 2011~2012 시즌 V리그를 제패했다. 시즌 후 장소연은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팀 사정상 다시 한 번 프로 무대를 떠나야만 했다.

실업리그로 돌아가 1년간 활약한 그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한국도로공사의 플레잉 코치로 부임했다. V리그에서 유일하게 우승을 하지 못한 도로공사는 장소연이 후배들에게 우승 DNA를 심어주기를 바랐다.

날카로운 움직임은 다소 무뎌졌지만 장소연은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하준임은 대선배의 조언 속에 무럭무럭 성장했고 도로공사는 패배의식을 떨쳐내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자유계약선수(FA)로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이효희까지 영입해 우승을 조준하고 있다.

◆ '영원한 클래스', "나는 주요 선수 아니다"

서남원 감독은 지난 10일 흥국생명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패배를 당한 후 인터뷰를 통해 “장소연이 들어가면서 흐름이 달라졌다”며 “역시 노련하니까 블로킹 길목을 잘 잡더라. 앞으로 종종 투입할 예정이다. 이제는 써야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GS칼텍스에서 이적해온 정대영은 기대만큼의 활약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흥국생명전에서 종아리 부상을 입는 바람에 장소연의 출장 시간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노금란, 김예지가 많은 시간을 뛰기에는 실력과 경험이 부족하다.

장소연은 KGC인삼공사전 승리 후 수훈 선수로 나선 인터뷰에서 “정대영이 부상을 당하면서 많은 시간을 소화해야할 것 같다”며 “뒤에서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들어가면 맏언니로서 할 수 있는 것에만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체력적인 부담은 크게 없는데 오랜만에 출전이라 조금 힘들긴 하다”고 호탕하게 웃으며 “나는 주요 선수가 아니다. 후배들이 잘할 수 있도록 지금처럼 북돋워주고 파이팅해주는 것이 내 몫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한 축구 감독의 말은 스포츠계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명언이다. 여자 배구의 장소연이 그 ‘클래스’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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