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銅 따고도 "죄송"하다던 신의현, 61㎞ 달려 그토록 원하던 애국가 울렸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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銅 따고도 "죄송"하다던 신의현, 61㎞ 달려 그토록 원하던 애국가 울렸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3.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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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동메달을 목에 걸고도 “애국가를 진짜 듣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던 신의현(38·창성건설)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한국이 따낸 3개의 메달 중 홀로 2개를 책임졌다.

신의현은 17일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7.5㎞ 좌식 경기에서 22분28초40을 기록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26년 패럴림픽 역사에 첫 금메달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 한국의 메달은 단 2개였고 모두 은빛이었다.

 

 

지난 11일 남자 15㎞ 좌식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구릿빛으로 장식했던 신의현의 역주로 한국은 이날 동메달을 수확해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과 함께 이번 대회 유이한 메달리스트로 자리하고 있다.

신의현은 출전 선수 34명 중 33번째로 출발했다. 처음 0.71㎞까지 2분13초의 기록으로 미국 다니엘 크노센에 이어 2위로 시작한 신의현은 더욱 속도를 높였고 2.41㎞ 구간에선 7분11초90으로 1위로 도약했다. 3번째 체크 포인트는 9분36초70으로 통과하며 2위 크로센과 기록을 3초에서 4초5까지 벌렸다.

4.95㎞ 구간에서 6초1까지 차이를 벌렸던 신의현이지만 후반 체력이 떨어지며 5.67㎞ 지점에선 2초6으로 시간 차가 줄었다. 그러나 막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신의현은 5초3까지 다시 격차를 벌리며 당당히 최고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6년 대학교 졸업식을 코앞에 두고 1.5톤 트럭에 치여 두 다리 잃은 신의현은 지인의 권유로 휠체어 농구를 시작했다. 남다른 운동신경으로 두각을 나타내던 그는 2015년 동계 종목 노르딕스키에 입문했고 6개월 만에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3관왕, MVP에 올랐고 이후 세계 무대에도 노크를 했다.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 장애인 노르딕스키 크로스컨트리 5㎞와 15㎞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4월엔 미국 캐스퍼 월드컵에서 바이애슬론 중거리, 스프린트에서 모두 우승하며 좌식 노르딕 스키 남자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패럴림픽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열린 핀란드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에서 따낸 메달은 이날 금빛 목걸이를 걸게 해준 7.5㎞였다.

사실상 신의현이 없이 이번 패럴림픽에서 한국의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당초 금메달 1, 은메달 1, 동메달 2로 톱10에 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는데 그 중 금, 은메달이 모두 신의현에 의해 나올 것이라는 기대였다.

무거운 부담 속에 앞선 종목들에서는 스스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15㎞에선 동메달을 수확했지만 1.1㎞ 스프린트에선 6위에 머물렀고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이 결합된 바이애슬론 7.5㎞, 15㎞에선 각각 2개의 미스샷이 나오며 5위에 그쳤다. 12.5㎞에서는 심각하게 집중력이 흐트러졌고 무려 7개의 미스가 나왔다. 그럼에도 5위를 한 게 놀라울 정도였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도 동메달을 목에 걸고도 웃을 수 없었다. 오히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행이라면 자신이 넘쳤다. 메달을 딸 수 있는 중압감이 큰 마지막이었지만 신의현은 이번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대회 가능한 모든 종목에서 달렸다. 페널티 주행까지 총 61.7㎞를 누볐다. 지칠 법도 하지만 든든한 지원군을 생각하며 달렸다. 누구보다 묵묵하고 든든히 그를 지원해준 어머니 이회갑 씨와 시각 장애인 아버지 신만균 씨, 베트남에서 귀화해 남편의 무한도전의 가장 큰 응원단이 돼 준 아내 김희선 씨, 그리고 아들 은겸 양, 아들 병철 군은 그를 달리게 하는 힘이었다.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노르딕스키 실업팀을 창단한 배동현 창성건설 대표이사는 이번 대회 선수단장으로 나서 신의현을 전면 지원했고 동메달 사냥 후 “철인은 이제 국민 모두의 자랑이 되었다”며 “신의현 선수에게 인생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축전을 보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경기장을 직접 찾아 그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힘을 보탰다.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두고 그의 혼신의 역주로 금메달을 챙겨든 한국은 순식간에 15위로 점프했다. 목표한 톱10 진입은 어렵게 됐지만 ‘개최국 노골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한편 그와 함께 레이스를 펼친 이정민은 23분37초3으로 8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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