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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이상일 KBO 총재 특보, "야구와 관련된 것이라면 먼지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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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이상일 KBO 총재 특보, "야구와 관련된 것이라면 먼지라도 좋다"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3.11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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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박물관 건립을 진두지휘하는 이상일 KBO 총재 특별 보좌관

[300자 Tip!] 야구박물관이 부산시 기장군에 건립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4일 부산시와 건립 협약을 맺고 2016년 완공을 목표로 박물관에 전시될 야구 관련 유물을 수집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이 모든 사항을 진두지휘하는 이상일 KBO 총재 특별 보좌관은 기존의 심심한 박물관이 아닌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야구 유물을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고 말하는 그의 열정과 유물 수집에 얽힌 일화, 그가 생각하는 야구박물관에 대해 들어봤다.

[스포츠Q = 글 신석주 기자·사진 노민규 기자] 세계적으로 박물관의 인기가 대단하다. 우리나라도 1000여 개가 넘는 박물관이 있다. 그야말로 박물관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는 아직 이렇다 할 야구 박물관은 없다. 100여 년이 넘는 야구의 역사와 전통을 담은 박물관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러한 사안을 끊임없이 고민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부산시 기장군에 야구박물관 설립을 계획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박물관에 전시될 야구 관련 유물을 수집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야구박물관 건립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 이상일 특보는 "어려서부터 야구와 관련된 것을 모으는 것이 취미였고 야구박물관은 나의 운명과 같다"고 말한다.

◆ 야구박물관은 나의 운명이자 숙명이다

야구박물관 건립에 힘을 쏟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이상일 KBO 총재 특별 보좌관이다. 그는 1983년 KBO 공채 2기 기록원으로 입사한 뒤 운영 및 홍보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며 오로지 야구 행정에만 30여 년의 세월을 보낸 한국 야구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사무총장 시절부터 야구박물관 준비팀을 구성해 야구 관련 유물 수집을 시작했고 2012년 12월 말 총재 특보로 보직을 바꾼 후 본격적으로 유물 수집에 뛰어들었다.

야구박물관의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운명이라고 말하는 그는 어릴 때부터 야구와 관련된 물건을 모으는 것이 취미였다고 말한다. 야구책은 물론 야구공이 그려진 공중전화카드와 배지까지 야구만 표시됐다면 무작정 모으기 시작했다. 야구박물관에 가장 많은 책을 기증한 것도 바로 이상일 특보였다.

이상일 특보는 ‘야구에 관한 것이라면 먼지도 쓰레기라도 좋다’는 심정으로 야구 관련 유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그는 야구공과 야구 배트, 유니폼은 물론 배지, 메달, 우표 등 사소한 물품까지 모두 수집해 박물관에 전시할 궁리로 한껏 들떠 있다. 야구 관련된 것이라면 평생 수집하고 싶다는 열망을 들어낸 그는 한껏 상기됐다.

◆ 야구 유물을 통해 또 다른 감동을 만나다

이상일 특보는 최근에도 야구 관련 물품 수집을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난다. 박물관 건립에 꼭 필요한 유물을 기증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유물을 수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물을 쉽게 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지막까지 갖고 있으면서 고집을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상일 특보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야구의 또 다른 감동을 받아 행복하다고 했다.

▲ 고 박현식 선생이 기증한 사인 볼을 들고 수집 과정에서 생긴 일화를 설명하며 야구 유물이 주는 특별한 감동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일 특보는 “야구에 관련된 유물을 선뜻 내놓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갖고 있던 물건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이다. 평생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던 물건을 선뜻 내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내가 죽으면 그때 찾아가’라고 말하며 정중히 거절할 때가 많다”고 설명하면서, 그와 달리 야구박물관 건립 취지에 공감해 선뜻 물품을 내준, 기억에 남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이상일 특보는 먼저 고 박현식 씨가 전달한 볼을 직접 꺼내 보여주며 사연을 들려줬다. “고 박현식 씨는 KBO 관련자가 아닌 외부 인사 중 최초 기증자다. 그는 돌아가시기 전 직접 나를 불러 예전 시구 볼, 아마추어 시절 유니폼까지 모든 자료를 내놓아 더 기억에 남는다. 그가 기증한 시구했던 볼을 쭉 살펴보면 당시 화제 인물을 알 수 있고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귀한 자료다”고 설명했다.

1963년부터 대한야구협회 심판으로 활약한 고 민준기 씨는 돌아가신 후 부인께서 자료를 모두 내놓으셨다고 했다. 그가 1950년~1980년대까지 활동했던 심판장비, 심판교재, 각종 서류 등 460여 점을 전달했다. 특히 심판 활동하면서 처음 받은 수당 봉투부터 수당 일지, 출장비 내용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1톤 트럭에 유품을 가득 실어 기증한 사람도 있다. 기증자 중 최고령인 송재옥 씨(96)는 1970년대부터 야구 관련 신문이나 잡지 기사를 모은 스크랩북 700여권을 선뜻 내줬다. 또한 김성한 감독은 트로피, 사인볼 등 방 한 칸을 가득 채웠던 물품을 모두 기증했다.

이상일 특보는 “유품 수집을 하다 보면 사람들의 감동적이거나 안타깝고 다양한 사연을 들을 수 있어 야구의 역사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야구에 관련된 물품을 자신만의 보물로 만족하기보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증한다면 모두 즐기고 감동할 수 있기 때문에 흔쾌히 내놓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야구와 관련된 보물, 관리가 생명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한 유물들은 현재 KBO 지하 1층 아카이브에 보관하고 있다. 항온항습시스템이 잘 갖춰진 이곳은 역대 대통령 시구 볼을 비롯해 배트 글러브 공 유니폼 책자 등 다양한 자료들을 보관되어 있다.

▲ 이상일 특보는 야구와 관련된 것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갈 정도로 야구 유물 수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물들을 그냥 가져다 쌓아 놓으면 창고밖에 안 된다”고 말한 이상인 특보는 봉황대기 우승기를 보여주며 관리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처음 이 우승기를 받았을 때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학교에서는 상온에서 물건을 내버려둬 보관하다보니 유품이 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오래된 우승 깃발은 만지면 부스러지고 구멍 뻥뻥 뚫린 경우도 많다. 그만큼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박물관에 있는 유물들을 보면 종이, 금속, 목재 등 다양한 재질이 많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관리하고 있었다. 순간 야구박물관 유물도 나무부터 금속, 종이, 천 등 다양한 재질이 많으니 유물을 어떻게 보관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 살아있는 박물관은 신기한 보물섬이다

박물관을 떠올리면 옛날 유물을 모아놓은 곳이라는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상일 특보는 그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라는 영화 제목처럼 정적인 전시 박물관이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야구에 대해 더욱 생생하게 접할 수 있도록 체험 위주로 박물관을 꾸미고 IT 강국의 이점을 살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입체적으로 야구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 고 박현식 선생이 기증한 사인볼과 국가대표 유니폼.

KBO는 지난 4일 부산광역시 기장군과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 건립 협약을 체결했다. 스포츠와 문화, 역사가 어우러지는 국제적인 야구 명소를 만들겠다는 각오 아래 기초 준비를 시작했고 2015년 10월 착공할 예정이다.

2016년 완공을 목표로 삼은 명예의 전당은 야구박물관, 정규 야구장, 리틀 야구장, 실내연습장, 야구체험관 등 야구의 모든 것을 담은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상일 특보는 “야구박물관은 야구계만의 시각이 아닌 미술, 조각 등 예술적인 시각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욱 다양한 아이디어를 많이 포함할 생각이다. 외국의 다양한 박물관을 벤치마킹해 참고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동영상을 통해 다양한 야구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이 많이 있다. 처음 국가기록원에서 보관된 4500여 점의 야구 관련 영상을 보고 마치 보물섬을 발견한 듯 기뻐했다. 그 자료를 살펴보면 50~60년대 야구 관련 기록들을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야구박물관은 관람객들이 보물섬을 발견한 것처럼 신기한 곳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2016년 완공예정인 한국 야구 명예의 전당 조감도. [사진=부산 기장군 제공]

[취재후기] 지난해 영국에 갔을 때 국립 축구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다양한 축구체험과 역사를 동시에 맛볼 수 있어 축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고 한국에도 이런 스포츠박물관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뷰하면서 이상일 특보가 꿈꾸는 야구박물관이 그와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지어질 야구박물관이 많은 고민과 아이디어 구상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야구에 대한 추억과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명소가 될 수 있는 곳으로 지어지길 바란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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