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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름 떨친 김진만,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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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름 떨친 김진만, '안녕하십니까'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2.22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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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악몽 떨쳐낸 일등공신, 프로 입단 7년만에 마침내 스포트라이트

[스포츠Q 민기홍 기자] 길고도 길었다. 천안은 지옥이었다. LIG손해보험이 적지에서 현대캐피탈을 물리치는데는 무려 9년 9개월이 걸렸다.

그 중심에 김진만(27·LIG손해보험)이 있었다. 그가 올린 점수는 10점(공격성공률 53.3%). 27점(공격성공률 58.1%)을 올린 김요한과 39점(공격성공률 55.6%)을 기록한 에드가에 가렸지만 모두가 김진만의 활약을 극찬했다.

김진만은 21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14~2015 V리그 3라운드 원정경기 현대캐피탈전에서 5세트 막판 귀중한 2점을 연달아 뽑아내며 팀의 3-2(34-32 21-25 24-26 25-17 16-14)로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 김진만(사진)은 경쟁자 손현종에 비해 리시브와 수비 능력이 뛰어나다. 그는 리시브 부문에서 전체 4위에 올라 있다. [사진=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 제공]

13-14로 뒤진 상황. 김진만은 현대캐피탈 케빈의 공격을 단독으로 막아내고 경기를 듀스로 돌렸다. 14-14에서는 김요한의 2단 토스를 받아 스파이크를 때려 터치아웃 득점을 올리고 포효했다. 문용관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 프로 7년차, 드디어 이름을 알렸다 

김진만의 배구 인생은 화려하지 않았다.

진주 동명중-동명고, 성균관대를 졸업한 그는 2008~2009 시즌을 앞두고 4라운드 5순위로 지명받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수련선수나 다름없었다. 당시 처음으로 선수 수급을 할 수 있게 된 한국전력이 정식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가까스로 프로 선수가 됐다.

어느덧 프로 7년차. 하지만 그의 이름을 아는 배구팬은 많지 않다. 전력이 약한 한국전력에 입단한 덕에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경기를 소화했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경기수를 늘려가며 기량을 갈고 닦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늘 그를 비껴갔다.

지난 시즌 한국전력은 토종 최강의 공격력을 보유한 전광인이 가세하자 왼손잡이인 서재덕을 레프트로 이동시켰다. 김진만은 지난 시즌 데뷔 후 3번째로 많은 20경기에 나섰지만 조연 역할에만 머무른 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벤치를 달궈야만 했다.

마침 그를 찾는 팀이 있었다. 수비형 레프트가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LIG손해보험은 공격적인 성향이 강했던 주상용과 세터 권준형을 내주는 대신 궂은 일에 능한 김진만과 세터 양준식을 맞바꾸기로 했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김진만은 조금씩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내고 있다. 

▲ 김진만의 깜짝 활약 덕에 LIG손해보험은 천안 26연패의 잔혹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김진만이 21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스파이크를 성공시킨 후 두 손을 들어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 제공]

◆ ‘김진만 효과’ 입증, 궂은일 담당하는 분위기 메이커

지난 시즌 20경기에 출전해 리시브 성공률 61.28%를 기록했던 그는 다섯살 아래인 손현종(197cm)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격수 치고는 작은 188cm의 신장이라 공격과 서브에서는 후배보다 뒤처지지만 리시브와 디그에서 단점을 만회하고 있다.

LIG손해보험은 늘 2%가 부족한 팀. 문 감독은 김진만의 출전 시간을 점차 늘리며 리시브 안정을 꾀하고 있다. 그렇다고 공격 순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는 55.13%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수비형 레프트로서는 손색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리시브 부문에서는 세트당 4.784개로 리그 전체 4위에 올라 있다. 수준급의 리베로 부용찬과 함께 LIG손해보험의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다. 파이팅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인 그는 모든 것을 쏟아부은 듯 현대캐피탈전 승리 후 코트에 드러누워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시즌 전 목표였던 전경기 출장은 물건너 갔지만 ‘김진만 효과’가 증명된 만큼 문 감독은 그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27경기만에 '천안 악몽'을 떨쳐낸 LIG손해보험이 그렇듯 김진만도 막 도약할 준비를 마쳤을 뿐 앞길이 구만 리다.

마침내 팬들에게 이름 석 자를 알린 김진만의 본격적인 배구 인생이 이제 막을 올렸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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