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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거부한 스포츠맨십, 정정당당함과 뻔뻔스러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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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거부한 스포츠맨십, 정정당당함과 뻔뻔스러움 사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3.11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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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트, PK 판정받자 "스스로 넘어진 것" 양심선언…키슬링은 유령골 논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내가 스스로 넘어진 것이니 페널티킥이 아니다. 판정을 정정해달라."
 
축구 경기를 하면서 페널티킥을 얻어 득점 기회가 찾아왔는데 이를 그냥 걷어차버린다고?

하지만 이것이 정당하게 얻은 것이 아니라면 깨끗하게 포기하는 것도 스포츠맨십이다. 스포츠맨십을 발휘하는 것이 얼마나 경기를 아름답게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나왔다.
 
베르더 브레멘의 주장이자 독일 대표팀에서도 뛰고 있는 아론 훈트가 지난 9일(한국시간) 뉘른베르크와 가진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페널티 지역으로 쇄도하다가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었다.
 
그러나 훈트는 "내가 스스로 넘어진 것이다. 페널티킥이 아니다"라고 양심선언을 했고 주심은 곧바로 판정을 정정했다. 이에 상대 선수들은 악수를 직접 청하는가 하면 어깨를 두드리거나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우며 훈트의 양심적인 행동에 찬사를 보냈다.

▲ 아론 훈트가 지난 9일 뉘른베르크와 경기에서 넘어진 뒤 스스로 페널티킥이 아님을 주심에게 양심선언하고 있다. 뉘른베르크 선수도 훈트의 양심선언에 찬사를 보내며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있다. [사진=유튜브 분데스리가 채널 캡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등 적지 않은 특급 스타들도 '다이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등 페널티킥을 받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선수들이 많은 현실에서 훈트의 행동은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훈트는 이 행동 하나로 분데스리가로부터 '페어플레이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 역시 스포츠맨십을 선택한 경우다. 2012년 이탈리아 세리에A 경기에서 골을 만들어냈을 때 손을 맞고 들어갔다며 양심선언을 한 것. 자신이 모른척 했더라면 득점이 될 수 있었을텐데 그는 정정당당함을 선택했다.
 
K리그에서도 골키퍼에게 넘겨준 공이 골로 연결되는 바람에 일부러 수비를 열어줘 실점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승리를 위해 자신의 양심을 팔지 않겠다는 스포츠맨십에 입각한 페어플레이의 발로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에서 훈훈한 일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맨십을 망각하고 승리를 위해 철면피가 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선수를 찾기가 더 쉽다.
 
공교롭게도 훈트의 훈훈한 일화가 나온 올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뻔뻔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19일 바이어 레버쿠젠의 슈테판 키슬링의 헤딩슛이 골대 옆그물을 때리면서 골대 안으로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키슬링은 자신의 슛이 득점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주심은 이를 골로 선언했다.
 
머리를 감싸쥐던 키슬링은 골로 선언되자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골 세리머니를 펼쳤고 결국 '유령골'이라는 역대 최악의 오심 사건의 장본인이 됐다.

또 티에리 앙리는 아일랜드와 2010 남아공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서 핸드볼 사건으로 체면을 구겼고 이는 '신의 손'을 갖고 있는 디에고 마라도나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수원 삼성이 페어플레이를 발휘해 밖으로 차낸 공을 스로인으로 넘겨주지 않고 뻔뻔하게 골로 연결시킨 카타르의 알 사드도 잊을 수 없다. 자신에게 유리해지면 그라운드에 그대로 눕고 마는 중동 축구의 특허 전술(?)인 '침대 축구' 역시 스포츠맨십을 망각하는 행위다.
 
어쩌면 정정당당함과 뻔뻔스러움은 찰나의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훈트도 만약 잠시 승리에 눈이 멀어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미담의 주인공이 아니라 또 한 명의 뻔뻔한 선수가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더라도 떳떳하게 질 것인지, 뻔뻔함에 나중에 비난을 받더라도 승리를 택할 것인지는 바로 선수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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