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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형' 김정환의 빛나는 외로운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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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형' 김정환의 빛나는 외로운 분투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1.01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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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메호-최홍석 공백 속 유일한 공격수, '공수 겸비' 노력형 선수의 표본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이렇게 고생하는 선수가 없다. 김정환(27)은 19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2승밖에 건지지 못한 우리카드 한새에서 가장 찬란히 빛나는 선수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경북 구미박정희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 NH농협 프로배구 4라운드 원정경기 LIG손해보험전에서 16점을 올리며 분투했지만 팀의 0-3(16-25 18-25 20-25) 패배를 막지 못했다.

역부족이었다. 큰 공격을 할 선수가 없으니 김정환에게 공이 몰렸다. 공격점유율이 외국인선수 레벨인 52.2%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률 66.7%를 기록하며 상대 외국인 공격수 토마스 에드가에 당당히 맞서 싸웠다.

▲ 우리카드는 2승17패로 이번 시즌 최하위가 유력하다. 팀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김정환은 공수에서 변함없이 활약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유일한 공격수, 외로운 김정환 

오스멜 까메호도, 최홍석도 없다. 김정환은 외롭다.

지난해 12월28일 까메호는 짐을 싸서 쿠바로 떠났다. 왼쪽 발목 부상이 원인이었다. 그는 15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18.3점, 공격성공률 45.1%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기고 고국행 비행기를 탔다. 강만수 감독의 푸념처럼 ‘경차’같은 외국인 선수였다.

설상가상으로 주공격수 최홍석마저 떠났다. 지난해 12월 28일 삼성화재전에서 그는 스탠드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봐야만 했다. 10연패에서 탈출했던 대한항공전 이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 오른쪽 손목 부상을 당한 것이다.

백어택은 고사하고 오픈을 처리할 선수도 없다. 민경환과 신으뜸이 레프트로 나서고는 있지만 공격력만 따지면 리그에서 가장 약한 레프트 조합이다. 용동국이 LIG손해보험전에서 3세트 6점을 올리며 김정환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 위안거리다.

김정환은 LIG손해보험전에서 1세트에서만 8점을 올려 에드가를 제치고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포인트를 기록했다. 214점으로 득점 부문 전체 12위, 국내 선수 중 6위다. 퀵오픈 성공률은 58.26%로 전체 9위다. 고난의 행군중인 우리카드의 유일한 희망이다.

◆ 노력형 선수의 표본, 우리카드의 미래가 밝은 이유 

▲ 자꾸만 지는 통에 김정환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졌다. 그래도 그는 우리카드의 유일한 희망이다. [사진=KOVO 제공]

인하대를 졸업하고 2010~2011 시즌 2라운드 5순위로 우리카드에 입단한 김정환은 전형적인 ‘노력형 선수’다. 입단 당시 이름값은 박준범(전 KEPCO45)이나 곽승석(대한항공)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왼손잡이라는 장점만 있을 뿐 큰 매력이 없던 선수였다.

김정환의 인생은 국가대표 사령탑 박기원 감독에 의해 전환점을 맞는다. 박 감독은 박철우, 문성민, 김요한 등 부상으로 신음하던 에이스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수를 겸비한 김정환을 발탁해 기회를 줬고 준비된 그는 보란 듯이 기회를 거머쥐었다.

그는 화끈한 스파이크를 때리는 전광인, 최홍석 만큼의 파괴력은 없었지만 라이트임에도 수준급인 리시브 능력과 탁월한 미팅 감각을 토대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2011~2012 시즌부터는 신영석, 최홍석과 함께 드림식스, 러시앤캐시의 돌풍을 진두지휘했다.

김정환은 이번 시즌에도 리시브 부문 8위(세트당 3.95개), 수비 6위(세트당 5.89개)에 올라 변함없이 궂은일을 전담하고 있다. 간간이 터지는 날카로운 서브로 이 부문에서도 7위(세트당 0.22개)를 달리고 있다.

우리카드의 이번 시즌은 시련의 연속이다. 박상하, 신영석, 안준찬 등 주축 선수들을 군에 보낸 가운데 승패마진 -15(2승17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내고 있다. 소극적인 모기업은 새 주인을 물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잘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김정환의 투혼을 보고 있으면 이 팀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우리카드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선수단이 중고참인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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